[디지털데일리 배태용 기자]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이 반도체 수출 통제를 강화하며 HBM(고대역폭 메모리)도 수출 금지 대상에 포함시킨 가운데,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부에 비상등이 켜졌다. HBM 일부를, 중국향으로 생산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규제가 실적에 미칠 수도 있어서다.
9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BIS는 지난 2일(현지시간) 수출통제 대상 품목에 특정 HBM 제품을 추가한다고 관보를 통해 발표했다. 상무부는 이번 수출통제에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Foreign Direct Product Rules)을 적용했다. 이는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만든 제품이더라도 미국산 소프트웨어나 장비, 기술 등이 사용됐다면 이번 수출통제를 준수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이 중국에 대한 HBM 수출을 제한한 배경은 첨단 기술이 국가 안보와 전략적 우위를 결정짓는 주요 요소로 부각됐기 때문이다. 특히 HBM은 인공지능(AI) 가속기와 같은 고성능 컴퓨팅 시스템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메모리 기술로, AI와 관련한 국방 및 산업적 응용 분야에서 큰 영향을 미친다.
미국 정부는 이러한 HBM 기술이 중국으로 유입될 경우, 중국이 이를 활용해 AI 기반 군사 기술이나 감시 시스템 등을 강화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중국이 HBM을 활용해 AI 기술 개발을 가속할 경우, 이는 미국과 동맹국들의 기술적 우위를 위협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번 조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글로벌 메모리 업체들에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중국 시장을 주요 수요처 중 하나로 두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내 매출 감소와 함께 시장 점유율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서다.
특히 HBM은 AI와 HPC 중심의 고부가가치 제품군으로, 이 시장에서의 수익성 악화는 회사 전체 실적에 직결될 수 있다. 중국은 세계 최대 반도체 소비 시장 중 하나로, HBM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로 인해 한국의 양대 메모리 업체 중에서도 삼성전자가 더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SK하이닉스는 HBM 물량의 대부분을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 특히 AI와 데이터센터 시장을 주도하는 기업에 공급하고 있어 이번 규제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적게 받을 것으로 보이지만, 삼성전자는 아직 엔비디아와 같은 미국 빅테크 기업에 HBM 제품을 본격적으로 공급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HBM 매출 중 중국 시장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점이 이번 규제에서 더욱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삼성전자의 중국향 HBM 매출은 공식적인 수치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업계가 추산하는 비중은 약 20% 수준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중국 시장 의존도를 낮추고, 미국 및 기타 지역의 주요 고객사 확보를 통해 HBM 제품의 수요 기반을 다변화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엔비디아와의 협력 강화가 중요한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성능 우월성에 기반,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어, 중국향 매출 감소도 충분히 상쇄할 수 있을 만한 시장 지배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종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중국향 HBM 매출이 있는 삼성전자 입장으로선 중국 규제는 당연히 긍정적인 뉴스는 아니지만, 주목해야 할 본질은 기술 격차의 해소 여부"라며 "엔비디아 납품 승인에 관심이 집중되는 것도 그것이 기술 격차 해소의 중요한 증거가 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기술 격차가 해소된다면 중국 매출이 없이도 실적은 상승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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