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고성현 기자] 반도체 사업 위기에 직면했던 삼성전자가 정기 사장단 인사 이후 임원 인사, 조직개편안까지 확정하며 조직적 쇄신에 나섰다. 이를 위해 전영현 DS부문장(부회장)을 대표이사직으로 올리고 반도체 부문 전권을 맡기며 단기적인 성과 창출의 과제를 제시했고, 내부 조직 신설과 고객사와 협업을 진행한 전문가를 대거 요직에 배치하며 맞춤형 대응 전략을 짜는 분위기다.
5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4일 조직개편안을 확정하고 임원 등 구성원에게 설명회를 진행했다. 확정된 조직개편안은 이르면 2주 뒤 조직도 배치 등을 통해 마무리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이번 조직개편에서 반도체 중심의 인공지능(AI)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DS부문에 AI 센터를 신설했다. 기존 최고정보책임자(CIO) 조직에서 자율 생산 체계, 데이터 활용 기술 등을 담당하던 혁신센터를 재편해 이를 DS부문 하에 둔 것이다. 신임 AI 센터장에는 송용호 메모리사업부 솔루션개발실장(부사장)이 임명됐다. 송 부사장은 메모리 기술 개발의 핵심 인물로, 이번 인사를 통해 AI 기술과 반도체의 접목을 강화하며 경쟁력 복원을 이끌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반도체 설계 부문을 담당하는 시스템LSI사업부는 박용인 사업부장 체제를 유지하되 일부 조직을 축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모바일(MX)사업부, 시스템반도체 부문 실적 강화를 위한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시리즈인 '엑시노스'의 지속성을 유지하면서도 실적 부진에 따른 쇄신에 들어간 것으로 풀이된다.
한진만 사장의 파운드리사업부장 임명으로 공석이 된 미주총괄(DSA) 담당에는 조상연 부사장이 내정됐다. 조 부사장은 삼성전자와 학계(피츠버그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를 오가며 전문성을 쌓았고, 반도체연구소 SW센터장과 메모리 솔루션개발실 부사장 등을 역임한 기술 전문가다. 삼성전자는 올해 2월부터 미국 법인에서 반도체 고객사와의 계약을 담당해 온 조 부사장이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에 대비한 대미 전략 수립과 미국 내 반도체 사업 진두지휘에 적합하다고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 메모리·파운드리 변화 포인트는 '서비스'…고객사 소통 인력 대거 배치
반도체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조직개편을 두고 어느때보다 중요해진 주요 고객사 대응에 방점을 찍는 것으로 해석했다. 과거 삼성전자의 메모리·파운드리 사업이 자체적인 기술 초격차 및 양산 안정화에만 집중해왔다면, 오는 2025년부터는 고객사의 요구에 맞춘 제품을 적극 개발해 시장 내 입지를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다.
DSA를 담당했던 한 사장이 파운드리사업부장으로 임명되고, 미국 등 주요 해외법인에서 고객사와 기술 개발·영업·대응 응대를 담당했던 인물들이 대거 중용된 것도 이와 같은 방향성을 추구하기 위한 조치라고 봤다. 엔비디아에 대한 고대역폭메모리(HBM) 납품 건이나 파운드리사업부의 수주 실패 등이 고객사의 요건과 맞지 않았던 만큼 이를 해소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한 고위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현재 반도체 시장은 과거 PC, 모바일 등 불특정 소비자를 대상으로 했던 것과 달리 AI 인프라, 데이터센터 등을 중심으로 한 특정기업으로 고객사군이 좁혀진 상황"이라며 "고객사가 특정됐다는 것은 결국 기존의 범용적인 제품으로서의 초격차가 아닌, 해당 고객사에 특화된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다. 삼성전자 역시 이를 고려해 적재적소의 인사를 단행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도 "파운드리 측면에서만 본다면 그동안의 약점으로 지적받던 서비스적인 마인드를 회복하고 고객 대응에 대한 차별화를 할 수 있는 첫 단추를 풀어낸 것"이라며 "고객사에 대한 삼성전자의 부정적 인식을 씻고 당면한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이며, 이를 위한 인사가 이뤄졌다고 본다"고 말했다.
DS부문 산하로 신설된 AI 센터 역시 이러한 데이터센터 등 주요 고객사 대응을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확대되고 있는 초거대언어모델(LLM) 기반 인프라에 적기 대응하고, 메모리·설계·생산 역량을 모두 갖춘 삼성전자의 일괄납품(Turn-key) 솔루션에 힘을 싣겠다는 의도가 내포됐다는 분석이다.
◆ 시험대 오른 전영현·박용인…단기 성과 도출·신뢰성 회복이 관건
이번 인사·조직개편으로 반도체 사업의 전권을 확보한 전영현 부회장과 다시 한번 유임된 박용인 시스템LSI사업부장 역시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전 부회장은 지난 5월 DS부문장 부임 이후 메모리사업부와 DS부문을 총괄하는 중책을 맡게 된 만큼, 올해 겪은 위기의 반전이 반드시 필요할 것으로 관측된다.
당면한 핵심 과제는 단연 메모리사업부의 HBM 공급 확대다. 전 부회장이 삼성전자의 엔비디아에 대한 HBM 공급 지연을 D램 설계 미스에 있다고 판단한 만큼, 재설계한 제품의 판매 확대와 차세대 제품인 HBM4의 성공적인 공급망 진입 등 풀어야 할 과제가 많아졌다. 이밖에도 중국 메모리사의 급격한 성장에 따른 범용 D램 라인의 첨단화, 초격차를 위한 신규 기술 도입 등 해결해야 할 요소가 메모리에 집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시스템반도체 부문인 시스템LSI사업부의 숙제는 올해 출시한 '엑시노스 2500'의 경쟁력 강화다. 삼성전자의 자체 모바일 AP인 엑시노스는 지난 2022년 '엑시노스 2200'의 실패 이후 갤럭시 S 시리즈 등 플래그십 스마트폰 채용 비중이 크게 낮아졌고, 이후 차기작이었던 엑시노스 2300은 사실상 플래그십 모델 탑재가 배제됐다. 그러다 엑시노스 2400이 갤럭시S24 시리즈에 일부 탑재되기는 했으나 유의미한 비중이 낮아 퀄컴 칩 의존도를 벗어나지 못한 상황이다.
박 사장의 유임에 따라 엑시노스 개발의 지속성이 이어진 만큼, 차기작인 갤럭시Z폴드·플립7 시리즈의 탑재와 함께 내년 '엑시노스 2600(가명)'의 갤럭시S 시리즈 탑재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밖에 주력 제품인 이미지센서의 시장 내 입지 강화, 엑시노스 오토 시리즈의 성공적인 자동차 시장 진입 등이 해결해야 할 당면 과제로 꼽힌다.
파운드리사업부에서는 한 사장 부임 이후 주력 공정으로 꼽히는 4나노미터(㎚) 공정 중심 고도화가 이뤄질 전망이다. 기술적 완성도가 낮은 2나노, 3나노 공정을 무리하게 추진하기보다 4나노를 중심으로 고객사와의 접점을 확대해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차세대 공정의 경우 이번에 최고기술책임자(CTO)로 부임한 남석우 사장이 한 사장과 시너지를 낼 것으로 예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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