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민후 양진영 변호사] 저작권법 제2조 제1호는 저작물을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로 규정하여 창작성을 요구하고 있다. 여기서 창작성은 완전한 의미의 독창성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며, 창작성이 인정되려면 적어도 어떠한 작품이 단순히 남의 것을 모방한 것이어서는 아니 되고 사상이나 감정에 대한 작자 자신의 독자적인 표현을 담고 있어야 한다. 누가 하더라도 같거나 비슷할 수밖에 없는 표현, 즉 저작물 작성자의 창조적 개성이 드러나지 아니하는 표현을 담고 있는 것은 창작성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저작권의 침해 여부를 가리기 위하여 두 저작물 사이에 실질적인 유사성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창작적인 표현형식에 해당하는 것만을 가지고 대비해 보아야 하고, 표현형식이 아닌 사상 또는 감정 그 자체에 독창성·신규성이 있는지를 고려하여서는 아니 된다. 저작권의 보호 대상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말, 문자, 음, 색 등에 의하여 구체적으로 외부에 표현한 창작적인 표현형식이고, 거기에 표현되어 있는 내용 즉 아이디어나 이론 등의 사상 또는 감정 그 자체는 원칙적으로 저작권의 보호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대법원 2017. 11. 9 선고 2014다49180 판결). 저작권법의 원칙인 아이디어·표현 이분법(idea expression dichotomy)은 표현에 대해서만 저작권을 인정하며, 아이디어는 그것이 독창적이라고 하더라도 그 자체만으로는 저작권법의 보호 대상이 아니다.
이처럼 저작물의 저작권 침해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창작적인 표현만을 대상으로 실질적 유사성 침해여부를 판단해야 하는데, 이는 기능적 저작물인 지도, 도면, 설계도, 건축물 등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기능적 저작물인 '지도, 설계도 등 도형저작물'에 대해, 판례는 「저작권법은 제4조 제1항 제8호에서 '지도·도표·설계도· 약도 ·모형 그 밖의 도형저작물'을 저작물로 예시하고 있는데, 이와 같은 도형저작물은 예술성의 표현보다는 기능이나 실용적인 사상의 표현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이른바 기능적 저작물로서, 기능적 저작물은 그 표현하고자 하는 기능 또는 실용적인 사상이 속하는 분야에서의 일반적인 표현방법, 규격 또는 그 용도나 기능 자체, 저작물 이용자의 이해의 편의성 등에 의하여 그 표현이 제한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작성자의 창조적 개성이 드러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며, 동일한 기능을 하는 기계장치나 시스템의 연결관계를 표현하는 기능적 저작물에 있어서 그 장치 등을 구성하는 장비 등이 달라지는 경우 그 표현이 달라지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저작권법은 기능적 저작물이 담고 있는 사상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그 저작물의 창작성 있는 표현을 보호하는 것이므로, 기술 구성의 차이에 따라 달라진 표현에 대하여 동일한 기능을 달리 표현하였다는 사정만으로 그 창작성을 인정할 수는 없고 창조적 개성이 드러나 있는지 여부를 별도로 판단하여야한다(대법원 2009. 1. 30. 선고 2008도29 판결, 대법원 2007. 8. 24. 선고 2007도4848판결, 대법원 2005. 1. 27. 선고 2002도965 판결 등 참조).」고 하여, 도형 저작물의 경우 오히려 창작적인 부분보다 그렇지 않은 부분이 많을 가능성이 높다는 취지로 판시한바 있다.
또다른 기능적 저작물인 ‘건축저작물’에 관하여는, 「건축분야의 일반적인 표현방법, 용도나 기능 자체, 저작물 이용자의 편의성 등에 따라 표현이 제한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건축물이 그와 같은 일반적인 표현방법 등에 따라 기능 또는 실용적인 사상을 나타내고 있을 뿐이라면 창작성을 인정하기 어렵지만, 사상이나 감정에 대한 창작자 자신의 독자적인 표현을 담고 있어 창작자의 창조적 개성이 나타나 있는 경우라면 창작성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저작물로서 보호를 받을 수 있다(대법원 2020. 4. 29 선고 2019도9601 판결).」고 판시하였다.
그 외에도 기능적인 성격을 갖는 '프로그램 저작물'에 대해서 판례는, 「컴퓨터프로그램저작물’이란 특정한 결과를 얻기 위하여 컴퓨터 등 정보처리능력을 가진 장치 안에서 직접 또는 간접으로 사용되는 일련의 지시·명령으로 표현된 창작물을 의미하므로, 컴퓨터프로그램저작권 침해 여부를 가리기 위하여 두 컴퓨터프로그램저작물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이 있는지를 판단할 때에도 창작적 표현형식에 해당하는 것만을 가지고 대비하여야 한다(대법원 2013. 3. 28. 선고 2010도8467 판결 등 참조).」고 판시하였으며, 어문저작물의 하나이면서 보도라는 기능적 역할을 하는 ‘뉴스기사’에 관하여 판례는, 「뉴스기사의 소재의 선택과 배열, 구체적인 용어 선택, 어투, 문장표현 등에 창작성이 있거나 작성자의 평가, 비판 등이 반영되어있는 경우에는 저작권법이 보호하는 저작물에 해당(서울서부지방법원 2007나334판결)」한다면서, 「객관적 사실을 표현한 기사라고 하더라도 기사의 내용, 길이 등에 비추어 소재의 선택, 배열, 구체적인 용어의 선택, 어투, 그 밖의 문장표현에 창작성이 인정되거나, 기사를 작성한 기자가, 그 수집한 소재를 선택, 배열, 표현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 중 자신의 일정한 관점과 판단기준에 근거하여 소재를 선택하고, 이를 배열한 후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어투, 어휘를 선택하여 표현하였다고 할 것이어서, 그 기사를 작성한 기자의 평가, 비판 등의 사상이나 감정이 표현되어 있는 경우, 즉 작성자의 창조적 개성이 드러나 있는 경우에는 저작물성을 인정(서울고등법원 2006. 11. 29. 선고 2006나2355 판결 저작권침해금지등 참조).」하고 있다.
기능적 저작물의 저작권 침해 여부를 판단할 때, 창작적인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을 명확히 구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구분을 통해 저작권을 침해받은 범위를 확정지을 수 있고, 이러한 확정은 저작권법위반죄의 양형, 저작권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의 액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나 일반적인 저작물에 비해 기능적 저작물의 창작적인 부분을 가리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작업이다. 따라서 해당 부분에 관하여는 관련 분야의 전문가 및 법률전문가의 조언을 얻는 것이 권장된다.
<양진영 변호사> 법무법인 민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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