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岐路). 갈림길 내지는 어느 한쪽으로 결단내야 하는 상황을 이른다. 최근 위기론에서 쉬이 벗어나지 못하는 삼성전자의 형편과도 맞닿아 있다. 표면적으로는 HBM 경쟁 주도권에서 뒤처진 것이나, 내부적으로는 의사결정 체계의 문제까지 거론된다. 위기를 딛고 진정한 '뉴삼성' 시대로 가기 위한 쇄신을 모색할 시점이다. <편집자주>
[디지털데일리 옥송이 기자] 9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사법리스크에 휘말린 기간.
1심서 무죄 판결을 받아 일단락되는듯 했으나, 검찰이 불복하면서 사법리스크는 현재도 진행형이다. 총수의 발목이 묶여있는 동안, 삼성의 의사결정 역시 위축될 수 밖에 없었다.
최근 업계에 따르면 삼성은 사업부분별 총 세 개의 TF(태스크포스)가 존재한다. 전자 계열 사업지원 TF, 생명 계열 금융경쟁력제고 TF, 물산 계열 EPC 경쟁력강화 TF다. 그 중 전자 계열인 사업지원 TF의 영향력이 크다고 알려져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삼성은 지주사 체제가 아니다. 이재용 회장도 삼성그룹이 아닌 삼성전자 회장직이다. 그만큼 전자의 영향력이 크다. 사업지원 TF를 이끄는 인물은 이 회장의 최측근 정현호 부회장이다.
미국 MBA 유학으로 이재용 회장과 인연을 맺은 정 부회장은 미래전략실을 거치며 인사지원팀장 등 핵심 보직을 맡았다. 그룹 사업 조율을 전두지휘했던 그는 2017년 국정농단 사태에 휘말려 힘을 잃은 미전실이 해체된 뒤, 당해 11월 사업지원 TF 팀장으로 복귀했다.
이후 정 부회장은 7년째 삼성 비상경영 체제의 일선에 섰다. 그러나 최근 불거진 삼성전자 위기론에 따라 사업지원TF, 그리고 정 부회장이 삼성 안팎으로 지속 거론되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 회장이 사법리스크 지속 기간 동안 정 부회장이 맡고 있는 사업지원 TF는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017년 하만 이후로는 대형 M&A 명맥이 끊겼고, 무엇보다 고대역폭메모리(HBM) 대응에 뒤처진 것도 정 부회장의 영향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이건희 선대회장 시절 혁신을 강조하던 것과 비하면 조직 문화가 달라진 것 같긴 하다"면서 "아무래도 오너 리스크가 지연되면서, 과감한 결정이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선대회장은 첨단 기술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판단 하에 지난 1974년 반도체 사업을 선언했다. 실패할 것이라는 여론을 딛고 뚝심있게 투자한 결과, 1992년부터 메모리 강국 일본 기업들을 추월하시 시작했다. 현재까지도 삼성전자는 메모리 시장 톱티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신경영 선언도 대표적이다. 삼성 환골탈태를 외친 이 선대회장의 행보에 따라 삼성전자는 막대한 손해를 감수하고 불량 휴대전화 15만대를 화형식에 처했다. 품질을 최우선하기 위해서다.
이 선대회장이 이끌던 삼성과 현재 비상경영 체제의 삼성 분위기가 다소 달라진 이유로는 의사 결정에 대한 책임 유무도 제기된다. 이 선대회장은 결정권을 가진 오너로서 사업을 강력하게 이끌었지만, 사업지원 TF를 이끄는 정현호 부회장은 미등기 임원이라 결정에 대한 책임을 질 필요가 없는 구조다.
이에 오너인 이 회장이 등기이사로 복귀하는 것은 물론 삼성그룹 컨트롤 타워를 새롭게 재건해 의사결정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총수 리스크에 따른 불확실성이 있을 수 밖에 없다"며 "혹시나 발생할 수 있는 총수 공백시 기존 인원들이 사업을 이끌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최근 반도체 R&D 52시간 근무 제외 등을 두고 벌어지는 삼성 대내외 논란에서 볼 수 있듯 시대가 변했다"면서, "총수의 리더십과 함께 부재시에는 대내외적 지지를 얻을 수 있도록 조직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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