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티메프(티몬·위메프) 미정산·미환불 사태가 17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감독원 등 국정감사에서 핵심 키워드로 떠올랐다. 증인으로 소환됐던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 이시준 큐텐그룹 재무본부장은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는 이유로 불출석했다. 금융감독원은 이들을 포함한 티메프 관련 수사에 협조하고 있다며, 관련 내용을 세세하게 보지 못했던 점에 대해 거듭 사과했다.
같은 날 오전, 금융감독원 앞에선 검은우산이 펼쳐졌다. 피해 판매자·소비자 약 50여명은 한데 모여 티메프 사태가 금융감독원의 관리 감독 부실로 일어나게 된 일이라며, 구체적인 피해 구제 방안을 이제라도 금융감독원이 신속하게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신정권 비상대책위원장은 “하루빨리 이 자리에 있는 집회 인원들이 줄고 피해 구제가 더 많이 되면 좋겠다”며 “특히 피해 소비자들의 환불은 여전히 멈춰 있는데 희망의 끈을 제발 놓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구영배 대표, 큐텐그룹 전반 자금 운용 실질적으로 장악”
김재섭 의원(국민의힘)은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감독원(금감원) 등 국정감사에서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가 위증을 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구영배 대표는 지난 7월 이뤄진 정무위 현안질의 등에서 티몬과 위메프의 자금 관리를 직접 하지 않았다고 줄곧 주장해왔다.
그러나 이를 반박할 수 있는 내부 이메일 자료가 이날 국정감사장에서 공개됐다. 김 의원은 이메일 내 일부 문구들을 제시하며 구 대표의 자금 운용 관련 직접적인 지시 사항이 티몬과 위메프에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구 대표가 류화현 위메프 대표, 류광진 티몬 대표에게 보낸 이메일을 살펴보면 ‘6월 상품권 판매액의 리미트(한도)는 티몬이 1900억원, 위메프가 700억원’이라고 적혀 있다”며 “또한 ‘판매자별 월 정산액이 월 판매액을 넘지 않는다’ 등 구체적인 지시 사항을 내린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이메일이나 특정 지시는 모르겠으나 구영배 대표가 전체 이 (큐텐)그룹 운영을 실질적으로 장악하고 자금과 관련해서 상세한 어떤 역할을 했다는 건 (지금 이 시점에선)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이 이후 공개한 이메일 일부 자료에서는 구 대표가 프로모션에도 일정 정도 관여했었다는 정황도 드러났다.
예컨대 구 대표는 지난해 12월12일 “쿠폰/할인 비용의 20%를 판매자별 월간 프로모션 지원 분담금으로 청구하는 것을 ▲위메프는 2월 거래액부터 ▲티몬은 3월 거래액부터 적용할 수 있도록 판매자 약관과 청구 프로세스를 적용해라”는 등의 지시 내용을 담은 이메일을 홍현직 큐텐 상무 등 임원들에게 발신했다.
또한, 김 의원이 국감장서 제시한 자료에는 류광진 티몬 대표가 지난 6월17일 김준영 큐텐 SQM 본부장(전무)로부터 받은 이메일도 있었다. 그 내용으로는 ‘6월 T프라임 실적이 부족한 상황인데, 구 회장이 강하게 질책하셨고 노발대발하셨다’, ‘반드시 TWI프라임 100만건 가야한다고 이례적으로 강조하셨다’는 등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김 의원은 구 대표가 미국 전자상거래 플랫폼 ‘위시’ 인수 자금을 어떻게 마련했는지 보느냐고도 질의했다. 이에 대해 이 원장은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으나, 검찰 수사가 연결돼 있는 사안”이라며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는 못했다.
다만 이 원장은 “구 대표가 피해 확대와 관련된 중요 의사결정에 관여했다고 본다”면서도 “구체적인 공모 관계 등은 실제로 모르는 부분도 있고, 또 안다 하더라도 검찰 수사 때문에 적극적으로 말은 못하지만 저희도 불법성이나 그간의 잘못들을 국민들에게 잘 알릴 수 있도록 검찰과 상의해서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메일 등에 있는 세세한 내용까지 몰랐던 부분에 대해 통탄스럽게 생각하며 다시 한 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면서 “이번에 입법안이 마련된 것들에 대해 저희가 조금 더 강력한 감독권과 시정 권한을 갖게 되면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잘 챙겨보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최근 전자지급결제대행(PG)협회는 법무법인YK를 통해 “PG사는 티메프 또는 입점업체로부터 대금정산 업무를 위탁받은 자로 해석된다”며 “소비자 결제 취소에 대한 직접적인 환불 책임은 (PG사에) 없다”는 법무의견서를 받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예컨대, 티몬·위메프에서 여행상품을 구입 후 여행을 가지 못했다면 PG사가 아닌 여행사가 소비자에게 직접 환불해야 한다는 것이다.
티메프 사태 미환불 관련 책임 소재를 묻는 이정문 의원(더불어민주당)의 질의에 이 원장은 “최근 PG협회가 ‘직접적인 환불 책임이 없다’고 하는 주장은 해당 법무법인의 일방적 의견”이라며 “해당 사안은 각 법무법인들이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다”고 일축했다.
◆검은우산 비대위 6차 집회 진행…구영배 구속영장 기각 탄원 진정서 접수
티메프 사태 피해 판매자·소비자 연합인 검은우산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같은 날 금감원에서 집회를 연 뒤 서울중앙지방검찰청과 금융감독원에 각각 경영진 구속영장 재청구 및 명확한 피해 구제안 제시 등을 요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앞서 지난 10일 서울중앙지법 신영희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횡령·배임 등 혐의를 받는 구 대표와 류광진 티몬 대표, 류화현 위메프 대표에 대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펼친 뒤 구속영장을 기각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은 보강수사를 벌이고 있으며, 추후 수사 결과에 따라 영장 재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검은우산 비대위는 서울중앙지검에 제출한 진정서를 통해 티메프 경영진에 대한 구속수사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며 영장 재청구 필요성에 대해 재차 호소했다.
비대위는 “이미 많은 피해자들이 고통에서 지쳐가고 이번 사태로 인해 2차, 3차 피해가 양산되고 있다”며 “또한 큐텐 및 큐익스프레스에 소속된 추가적 피해자가 양산되고 있음에도 구 대표는 자기 방어를 위한 논리만 세울 뿐 사건의 직접적 해결과는 상관없는 행동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이어 “이들이 별도의 제재 없이 거리를 활보하는 한, 지금도 의혹 투성인 회사 경영이 과연 잘 돌아갈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이 생기며, 실제로도 회생 절차 진행 중인 티몬에 개입한 류광진 대표는 법원에서 선임한 관리인과 적극적으로 소통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행동해 회생 과정에 혼선을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이 축소 은폐되거나 왜곡되지 않고 더 이상 기망행위를 보이지 않도록 강력한 수사를 위해 사건 당사자의 구속 수사를 검찰과 법원에 각각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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