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오병훈기자] 비금융데이터를 활용해 신용평가를 실시하는 ‘대안신용평가’에 대한 핀테크 업계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대표 핀테크사로 꼽히는 ‘네·카·토(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토스)’는 물론 스타트업계에서도 대안신용평가모델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유동성을 공급하는 창구가 확대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평가가 있는 반면, 데이터가 부정확하거나, 평가모델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을 경우 부실한 신용관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인터넷전문은행·핀테크 기업들은 대안신용평가모델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금융시장 핵심 틈새시장으로 각광…인뱅3사, 핀테크사 개발 속도
금융데이터 자체가 적은 ‘씬파일러’들을 대상으로는 일반적인 신용평가가 쉽지 않다. 이들은 대부분 소상공인이나 중소사업자로, 금융거래 자체가 적은 것이 특징이다. 은행 입장에서 정보가 없는 이들에게 선뜻 대출을 실행했다가 돈을 돌려 받지 못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씬파일러들은 유동성 우려를 안고 가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대안신용평가는 이런 배경 속에 중저신용자 금융 격차를 해소하고자 도입됐다. 대출자 입장에서는 그간 정보가 부족했던 숨은 금융 소비자를 찾게 됐으며, 씬파일러 입장에서는 유동성 공급 창구가 마련된 셈이다. 그간 금융거래 데이터 부족을 이유로 놓치고 있던 틈새 시장 문이 열리게 된 것이다.
대안신용평가를 위해서는 금융 데이터 외 데이터를 비교분석할 수 있는 대안신용평가모델이 필요하다. 데이터 금융을 표방한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와 토스뱅크 등이 주력 사업자로 떠올랐다.
국내 주요 빅테크 기업 금융 계열사들도 주목받았다. 카카오 금융 자회사 카카오페이와 카카오뱅크(인터넷전문은행), 네이버 자회사 네이버파이낸셜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메신저 데이터, 이커머스 셀러 매출 데이터, 통신 데이터 등 다양한 데이터를 통해 신용평가를 실시하는 모델을 개발했다. 예컨대, 프리랜서 개인 사업자를 대상으로 메신저 송수신 시간대를 분석해 실제 근로 여부를 파악하거나, 이커머스 셀러 자영업자 대상으로는 플랫폼 내 매출 정보로 변제 능력을 파악하는 방식이다.
대안신용평가를 주 업으로 지속적으로 경험을 쌓으며 이미 사업을 진행하는 곳들도 있다. 개정된 신용정보법에 의해 개인신용평가사로서 새롭게 인가받은 기업으로 꼽히는 크레파스솔루션과 통신대안평가다. 크레파스 솔루션은 비금융 데이터를 활용하여 성향을 분석, 신뢰성 있고 이행 의지가 높은 사람을 찾아내는 대안신용평가를 추구한다.
통신대안평가는 통신데이터를 활용해 개인의 신용을 평가함으로써, 금융거래 이력이 부족자들과 중저신용자의 신용평가를 제고한다.
◆AI 등장, 스타트업도 대안신용평가 ‘눈독’
인공지능(AI) 등장으로 대안신용평가모델 시장 확장세는 더 빨라졌다. 대안신용평가 모델은 대규모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교한 분석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이에 상응하는 인프라를 갖춘 기업들이 대안신용평가 시장을 이끌었다.
그러나 새로운 AI 모델이 속속 등장하면서 회사 규모는 작더라도, 충분한 데이터와 아이디어만 있다면 AI를 활용해 대안신용평가모델을 개발할 수 있게 되면서 스타트업에서도 대안신용평가모델 시장에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다.
특히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을 주 업으로 삼는 기업 입장에서는 ‘꿩먹고 알 먹는’ 사업이 될 수 있다. AI 모델 운영 비용 중 상당 부분이 데이터 수집 및 전처리 작업에서 발생하는 만큼, 다른 분야 사업자와 비교해 적은 투자만으로도 AI모델을 활용한 대안신용평가모델 개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자영업자 대상 부동산 가치평가 플랫폼 ‘머니뷰어’ ‘권리머니’ 등을 운영하는 오아시스비즈니스가 있다. 카드사와 통신사 데이터를 전처리하는 주력 사업에서 부가적으로 지역상권을 분석하는 대안신용평가시스템을 개발했다.
렌털전환(RX) 사업을 영위 중인 프리핀스는 중소 렌털회사에 전용 전사적자원관리(ERP)를 공급하는 것을 주력 업무로 한다. 렌털사업자는 프리핀스가 제공하는 ERP를 이용하면서 자연스럽게 사업자 데이터를 쌓을 수 있다. 이는 다시 사업자의 신용 평가 데이터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활용해 대안신용평가모델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계획이다.
◆“믿을만한 평가인가?” 우려 잠재우려면 ‘데이터 편향 문제’ 해결해야
대안신용평가는 중저신용자 금융시장 진출을 돕고, 은행 입장에서 고객을 늘릴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애초 금융당국에서도 인터넷전문은행을 도입하면서 기대했던 순기능 중 하나가 바로 중저신용자 금융권 소외 완화였다.
다만, 대기업에서 스타트업에 이르기까지 다수 기업이 대안신용평가모델을 우후죽순 선보이는 상황인 만큼, 부정확한 데이터에 따른 부실 대안신용평가가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우려 사항으로는 데이터 편향 문제가 있다. 정확한 데이터 분석을 위해서는 다양한 데이터가 고루 수집돼야 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AI모델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다.
임병화 성균관대학교 핀테크융합전공 부교수는 최근 개최된 ‘서울 핀테크 위크2024 : 디지털금융 산학협동세미나’에서 “대안신용평가는 AI가 금융시장에서 활약할 수 있는 주력 분야”라면서도 “AI를 활용한 신용평가가 정확하게 이뤄지기 위해서는 편향되지 않은 데이터를 통해 머신러닝, AI학습이 충분히 진행돼야 하지만 국내에는 정제 데이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또, “올바른 AI 학습을 위한 생성형 AI 기법 등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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