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정부가 추진하는 민간투자형 소프트웨어(SW) 사업이 제도미비와 사업자들의 무관심으로 지지부진한 가운데, 민간이 100% 주도하는 수익형 민간투자 사업으로 1호 성공사례를 만들 수 있을지 업계 관심이 커지고 있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접수마감한 교육부 국립국제교육원의 ‘한국어능력시험(TOPIK) 디지털전환 민간투자형 SW 사업’에 네이버클라우드를 포함한 컨소시엄(네이버 웨일 컨소시엄)이 단독응찰, 사실상 참여 사업자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국어능력시험 디지털전환 사업은 민간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해 한국어능력시험 관련 디지털 평가체제·학습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골자로, 2035년까지 구축과 운영을 포함한 총 3000억원 이상 비용을 정부 재정지원 없이 민간이 전액 투자하게 된다.
네이버 웨일 컨소시엄은 해당 사업을 최초 제안한 사업자기 때문에 첫 단독응찰은 유찰로 인정돼 재공고가 이뤄진다. 이에 따라 국립국제교육원은 재공고를 내고 오는 15일까지 다시 접수를 받고 있다. 하지만 네이버 웨일 컨소시엄 외에 사업 참여를 검토하는 곳은 사실상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공고에선 단독응찰도 인정된다.
당초 네이버 웨일 컨소시엄이 제안한 사업이지만 형평성을 고려해 제3자 공고 절차가 진행된 것이기 때문에, 다른 민간기업이 참여했더라도 최초 제안자로서 가점이 부여되는 네이버 웨일 컨소시엄의 수주 가능성이 높았던 터다.
이 사업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가 지난 6월 인정한 첫 번째 ‘수익형 민간투자 SW 사업’이다. 수익형 민간투자 SW 사업은 민간기업이 공공 SW 구축·운영에 자기자본을 투자하는 대신, SW 사용료를 받아 투자금을 회수하는 방식의 사업이다. 이는 정부가 지급하는 임대료로 투자를 회수하는 ‘임대형’ 방식과 구분된다.
네이버 웨일 컨소시엄이 이번에도 단독응찰하게 되면 적합성 평가를 거쳐 최종 사업자로 선정된다. 이미 과기정통부의 인정심의를 통과한 사업인데다 최초 제안자의 단독응찰일 경우 남은 평가도 무난하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민간투자 SW 사업은 공공 SW 시장에 민간자본을 투입시켜 만성 예산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민간에 주도권을 맡겨 공공 SW 품질을 높이자는 취지로 시작됐다. 2020년 말 SW진흥법 개정으로 본격화됐지만, 이후 이렇다 할 성과가 없는 게 문제였다.
실제로 정부 최초로 추진한 민간투자형 SW 사업인 식품의약안전처의 ‘스마트 어린이 급식 관리시스템 민간투자형 SW 사업’의 경우 잠정 중단 상태다. 이 사업은 민간기업이 정부 임대료를 받는 ‘임대형’ 사업이라 정부 출자를 위한 법적근거가 필요한데, 예상보다 관련 법 개정이 늦어지면서 발이 묶이게 됐다.
반면 이번 국립국제교육원의 한국어능력시험 디지털전환 사업은 정부 출자가 필요 없는 수익형 사업이므로, 사업자 선정 및 협약 체결 절차만 거치면 본격적인 사업 착수가 가능하다. 가장 먼저 시작된 식품의약안전처 사업을 제치고 실질적인 ‘1호’ 민간투자 SW 사업이 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업계에선 그 성공 여부를 주목하고 있다.
지금까지 민간투자형 SW 사업의 제대로 된 선례가 없었던 만큼, 사업자 입장에선 선뜻 참여가 어려웠던 실정이다. 하지만 이번 사업이 성공적인 민간투자형 SW 사업으로 안착하게 되면, 지금껏 소극적이던 사업자들의 참여를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관건은 제대로 수익화를 할 수 있느냐 여부일 것”이라며 “그동안 공공 SW 사업은 사업자가 발주기관에 의존적일 수밖에 없었지만 반대로 민간이 주도적으로 사업화를 할 수 있다면 좋은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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