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배태용 기자] 연이은 전기차 화재로 파우치형 폼팩터의 '열 방출' 약점이 여실히 드러난 가운데, '액침 냉각'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현재 데이터센터 중심으로 적용되고 있는 액침 냉각은 배터리 열폭주를 막을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으로 평가된다. 상당수 전기차에 파우치형 배터리가 채택되고 있는 만큼, 다수의 전기차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들이 도입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21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인천 청라, 충남 금산 등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전기차 포비아(공포증)가 확산, 전기차 수요 둔화 현상은 심화하고 있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7월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전년 동기 대비 13.4% 감소한 8만613대로 집계됐다.
특히 화재로 불탄 벤츠 EQE 350+와 기아 EV6는 '파우치형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지며 이 배터리에 대한 불신이 심화하고 있다.
파우치형 NCM 배터리는 폼팩터(형태)와 양극재 구성을 의미한다. 전기차에 흔히 탑재되는 배터리 폼팩터는 원통형, 각형, 파우치형으로, 양극재를 구성하는 물질은 크게 삼원계(NCM⋅NCA⋅NCMA),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로 분류된다.
폼팩터 중에선 파우치가, 양극재에선 삼원계가 상대적으로 열폭주 현상에 취약하다. 이 폼팩터는 얇고 가벼운 플라스틱 파우치에 전극을 감싸는 형태로, 외부 충격에 약해 내부 단락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삼원계 배터리는 LFP에 비해 에너지 밀도가 높다.
그럼에도 파우치 폼팩터는 디자인 자유도가 높다는 장점이 있다. 전기차 디자인 형태에 맞춰 배터리를 채울 수 있기 때문에 채택이 많이 되는 것. NCM 역시 에너지 밀도가 높고 수명도 LFP 등에 비해 길다 보니, 사고가 발생했다고 해서 배제하기는 어렵다.
앞으로 자동차 OEM, 배터리 회사들이 파우치 폼팩터의 안전성을 끌어올릴 방법을 강구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액침 냉각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배터리 액침 냉각이란, 배터리처럼 열이 많이 발생하는 기기를 전기가 통하지 않는 특수 액체에 직접 담가 냉각하는 기술이다. 액침 냉각 방식은 비전도성 액체를 사용, 누전 위험이 적고, 배터리 전체를 액체에 특수 액체에 담그므로 특정 부분만 과열되는 것을 방지, 균일하게 냉각시킬 수 있다. 다만 구축 비용이 높아보니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만 적용되고 있다.
현재 대다수의 전기차는 냉각 팬을 이용, 배터리에서 발생하는 열을 외부로 배출하는 '공랭식' 또는 냉각수를 순환시켜 배터리를 냉각하는 '수랭식'이 적용되고 있다. 이 방식은 비교적 간단하고 비용이 적게 드는 장점은 있으나, 1000도 이상으로 치솟는 열폭주엔 취약하다.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하이니켈 NCM 전지는 외부 충격과 덴드라이트(Dendrite) 생성 시 가파른 열 폭주가 발생한다"라며 "파우치 폼팩터 조합 시 열 방출 메커니즘이 부재하여 모듈, 팩에서 냉각 시스템 강화가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때문에 앞으로 BTMS(배터리열관리시스템)의 중요성이 부각될 것으로 판단, 데이터센터에 적용 중인 액침 냉각이 차량에도 도입될 것으로 전망된다"라며 "OEM M사의 경우, 고성능차 모델로 개발을 완료 후, 타 냉각 방식과 비교 검토 중으로 향후 빠른 적용 계획을 하고 있기도 하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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