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문기 기자] “불법 정치 자금 시효가 남아 있고 확인만 된다면 당연히 과세해야 한다.”
강민수 국세청장 후보자는 16일 국회서 개최된 인사청문회에서 과거 불법 비자금과 관련해 확인된다면 당연히 과세를 추진해야 한다고 답했다. 국회 청문회 과정에서 6공 비자금 재조사와 과세 길이 열린 셈이다.
이같은 답은 인사청문회 말미에 김영환(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따라 이뤄졌다. 김 의원은 “(최태원-노소영 이혼재판에서) 김옥순 씨 메모가 나왔고, 현금과 채권을 포함해 904억5천만원이다. 어떻게 생성됐는지 유추가 가능하다. 국세기본법에 해당될 것 같다”고 물었다.
이에 대해 강 후보자는 “불법 정치 자금 시효가 남아 있고 확인만 된다면 당연히 과세해야 한다”라며, “관련법령을 좀 더 검토해봐야 할 듯 하다”고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김 의원은 “음지에서 양지로 처음 나온 돈이자 이제까지 과거에 확인되지 않은 돈"이라며 "불법 자금일 가능성이 매우 높은 자금이라 국세청에서 단호하게 환수 조치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같은 질의는 국세기본법에 기반한다. 제26조2 제5항에 따르면 과세관청은 납세자가 부정행위로 상속/증여세를 포탈한 경우 해당 재산의 상속 또는 증여가 있음을 안 날로부터 1년 이내에 세금을 부과할 수 있다. 즉,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을 추징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 가족들에게 승계된 부분들에 대해 상속 및 증여세법을 통해 징수가 가능하다는 해석이다. 이에 강 후보자 역시 긍정적인 답을 내린 셈이다.
최근 노태우 비자금이 불거진 이유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관장의 이혼 재판이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노 전 대통령의 배우자인 김옥숙 여사는 딸인 노소영 관장과 최태원 SK회장의 이혼 과정에서 90년대 초 선경측에 300억원이 전달됐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따른 근거로 노 관장 측은 법정에서 50억원 약속어음 6매와 관련 내용이 기재된 메모를 제시하기도 했다. 또한 법원은 이를 근거로 1조3800억원에 달하는 재산분할을 판결했다.
즉, 강 후보자의 대답한 내용에 따라 국세청이 실제 조사에 착수하게 된다면 이혼소송에서 불거진 불법 비자금에 대한 보다 자세한 내막이 드러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노 과장 측이 주장한 자금 메모 인지 시점을 고려했을 때 국세기본법의 조건에 따라 징수권 행사가 가능할 것이라는 게 업계 해석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경우 전재용 씨에게 뒤늦게 증여세가 부과된 사례가 있는 만큼 실제 국세청의 판단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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