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고성현 기자] "컴퓨트익스프레스링크(CXL, Compute Express Link)은 데이터센터의 시스템 구성 유연성을 높이는 것은 물론, 소형언어모델(sLM) 기반 시스템의 인터커넥트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올해 하반기 파두와 CXL 스위치 양산을 위한 킥오프(Kick-off)를 시작해 CXL 시장의 주도권을 쥐겠다."
한진기 이음(EEUM) 대표는 지난 4일 기자들과 만나 "CXL의 본질적 경재력은 인터커넥트(Interconnect)"라며 다가오는 CXL 시장 생태계 선점을 위한 전략을 이같이 밝혔다.
이음은 CXL 스위치를 제조하는 반도체 팹리스(Fabless) 회사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미국 스타트업 페타아이오(PETAIO) 등에서 엔지니어 생활을 거친 한진기 대표가 지난해 10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설립했다. 이음은 SSD 컨트롤러 전문기업인 파두가 지난해 지분 69%를 확보하면서 파두의 미국 자회사로 편입됐다.
CXL는 컴퓨팅 프로세서와 별도 장치 간 연결 방식에 대한 프로토콜(Protocal)이다. 데이터 전송 방식을 새롭게 규정해 많은 양의 데이터를 저지연·고속으로 처리하는 데 중점을 뒀다. CPU에만 제한적인 형태로 증설이 가능했던 D램 등 장치를 먼 거리에서도 많이 탑재할 수 있는 점이 두드러지는 강점이다. CXL 스위치는 운영체제(OS)-컴퓨팅 프로세서(CPU)-D램·SSD·네트워크 등 최후단(Endpoint) 장치를 CXL 방식으로 연결하는 역할의 주문형반도체(ASIC)다.
유연성 키우고 유지비용 확 낮춘다…CXL이 바꾸는 데이터센터의 미래
한진기 대표는 "기존 컴퓨팅 시스템은 메모리 모듈(DIMM)이 CPU 옆에만 한정적으로 붙을 수 있어, 대규모 데이터 처리 등을 위한 메모리 증설에 한계가 있었다. 특히 메모리에 데이터를 업로드해 사용하는 인메모리DB를 운영하려면 굳이 추가할 필요가 없는 CPU를 추가 구매해 CPU-CPU 간 연결을 해야만 하는 비용적 단점이 있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CXL은 추가적인 CPU 연결 없이 메모리, AI가속기, SSD를 유연하게 연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데이터센터의 근본적인 구조를 개선해 칩 구매비용, 시스템 운영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 대표는 CXL이 원거리·다중연결 등 강점을 바탕으로 데이터센터에 랙(Rack) 단위로 설치되는 시스템을 유연하게 바꿀 수 있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CXL 스위치를 섀시(Chassis) 형태로 구성하면 기존에 용도 변경이 불가능했던 랙 구성을 자유롭게 바꿀 수 있다는 의미다.
그는 "기존 데이터센터의 랙은 특정 목적에 맞게 설계된 뒤로는 그 용도를 변경하기가 매우 어렵다. AI면 AI, 네트워크면 네트워크 등 처음 설계된 시스템으로만 구축할 수 있어 이를 교체하기 위한 유지비용 등이 컸다"며 "CXL 스위치가 탑재된 샤시를 활용하면 메모리, 저장장치, 네트워크, AI가속기 등을 탑재한 모듈을 필요한 용도에 따라 변경할 수 있어 서버 구축 유연성이 매우 커진다"고 설명했다.
AI 서버 구축 핵심은 인터커넥트…"sLM 데이터센터 주도권 잡을 것"
인공지능(AI) 역시 CXL 인터페이스가 주목받는 영역 중 하나다. AI가 막대한 데이터를 메모리로 들여와 처리하는 만큼,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병목현상과 전력 문제를 크게 줄여줄 것으로 기대받고 있어서다. 한 대표는 초거대언어모델(LLM)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현재 데이터센터가 향후 sLM, 혹은 도메인 특화 모델(DSM, Domain Specific Model) 구조로 변하면서 CXL의 판도가 넓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 대표는 "이미 LLM이 등장한 수년 전부터 하이퍼스케일의 운영비용, 수익성 문제는 꾸준히 거론돼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나온 것이 sLM"이라며 "LLM 시장 역시 하나의 영역으로 유지되겠으나, 비용적 문제를 고려할 때 sLM 모델 여러개를 통합한 구조로도 가겠다는 것이 현재 업계의 방향성"이라고 전했다.
현재 LLM의 매개변수 사이즈는 400GB를 넘어 그 이상으로 넘어가고 있다. 이러한 LLM 모델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려면 대역폭을 크게 키운 고대역폭메모리(HBM)나 범용적인 컴퓨팅 연산이 포함된 GPGPU가 필수적이다.
LLM 기반의 추론(Inference) 영역에서도 모델 데이터를 서버 내 수십여개 이상이 탑재된 GPGPU와 HBM에 할당해 연산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 시장은 이미 엔비디아가 개발 플랫폼인 쿠다(CUDA)부터 GPU, HBM 간 연결을 지원하는 하드웨어 NV링크(NVLink), 이를 통해 호환하는 인터커넥트 시스템 NV스위치(NVSwitch) 등을 통해 장악한 상태다.
sLM을 기반으로 한 데이터센터는 LLM과는 다른 구조를 띤다. 비교적 용량이 적은 sLM 여러개를 혼합해 사용하는 방식이기에 추론 서비스 시 막대한 규모의 데이터를 모두 불러들일 필요가 없다. 따라서 메모리 대역폭 역시 HBM과 같이 높이지 않아도 되며, 이를 연결하는 인터커넥트와 최하단장치를 보다 효율적으로 구성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한 대표는 "sLM 데이터센터는 작은 모델이 종류별로 많이 저장되는 형태가 되는 만큼 메모리의 대역폭보다 용량(Capacity)이 중요하며, 이를 GPU·NPU와 빠르게 연결해주는 인터커넥트 시스템이 핵심이 될 것"이라며 "CXL 스위치를 활용하면 AI가속기, 저장장치, 메모리를 향한 접근 속도를 높일 수 있다. 이음이 공략하는 시장도 바로 sLM 시장"이라고 밝혔다.
아키텍처 개발·생태계 확대에 집중…2026년 CXL 스위치 양산 목표
이음은 이미 CXL 스위치 시스템온칩(SoC)의 설계와 아키텍처상에서 기능이 동작하는 것까지 확인한 상태다. 이를 토대로 칩 개발, PCIe 인터커넥트 설계자산(IP) 등 노하우를 확보한 파두와 함께 칩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목표한 양산 시기는 CXL 생태계가 본격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2026년 이후다.
그러는 한편 CXL 생태계 저변 확대를 위한 계획도 차근차근 준비 중이다. 지난 1월 CXL 소프트웨어 에뮬레이터를 만들고 이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오픈소스로 공개한 것도 이러한 전략의 일환이다.
한 대표는 "현재 CXL 생태계는 운영체제나 이에 최적화된 CPU, 최후단 장치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를 고려해 CXL 에코시스템을 개발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오픈소스로 공개했다. 현재 이음은 글로벌 하이퍼스케일과 미국, 한국 등 대학들과 연구를 거듭하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CXL 스위치 시장 내 주요 경쟁사는 미국 반도체 팹리스인 브로드컴(Broadcom)이다. 브로드컴은 PCIe 스위치 강자로, 관련 기술을 기반해 CXL 스위치를 개발하고 있다. 이밖에 인텔이 투자하면서 주목받은 나스닥 상장사 아스테라랩스(Astera Labs) 등이 이 시장 참여자로 꼽힌다.
한진기 대표는 "이음의 목표는 CXL 스위치에 국한된 것이 아닌 CXL 소프트웨어를 생태계 저변으로 확대하는 것"이라며 "인터커넥트가 차세대 반도체 시장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고, 특정 기업이 할 수 없는 영역인 만큼 국내 등 주요 기업과 생태계를 함께 꾸려나가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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