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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 추격 나선 삼성·인텔…가시밭길 2위 경쟁 [소부장반차장]

팻 겔싱어 인텔 CEO는 4일(현지시간)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4에서 글로벌 미디어와 만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팻 겔싱어 인텔 CEO는 4일(현지시간)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4에서 글로벌 미디어와 만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디지털데일리 고성현 기자] 인텔이 2030년까지 외부 매출로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2위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다시 한번 강조하면서 삼성전자와의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설계자산(IP) 생태계 및 인공지능(AI) 칩 레퍼런스 확보라는 과제를 목전에 두고 있는 만큼, 대형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자(CSP) 수주 등에서 어떤 성과를 낼지 관심이 모인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4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4에서 "우리는 전체 2위 파운드리이자 최고의 시스템 파운드리가 되는 것이 목표"라며 "차세대 아키텍처와 고급 패키징, 웨이퍼 패키징 아키텍처, 메모리 및 네트워킹 기능의 조합을 통해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파운드리 사업 재진출 당시 공언했던 10년 내 파운드리 2위 도약 목표를 재확인한 것이다. 인텔은 지난해 파운드리 부문 매출에서 189억달러를 기록하며 삼성전자(약 133억달러, 트렌드포스 추정)를 밀어냈다. 다만 대다수 매출이 내부 물량에 쏠린 점을 고려해 외부 물량으로 확실한 2위 기반을 다지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현재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은 대만 TSMC가 독주 체제를 굳건히 유지하고 있다. 압도적인 전·후공정 인프라와 폭넓은 IP, 협력사 풀을 바탕으로 62%(카운터포인트리서치 기준)에 달하는 시장 점유율을 확보했다. 삼성전자, 인텔과 경쟁하는 첨단 공정 분야에서도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엔비디아 등 AI칩 대규모 팹리스를 확보하며 안정적인 입지를 다진 상황이다.

인텔이 내세운 '2030년 파운드리 2위' 목표에 대한 국내 반도체 업계의 시선은 서로 엇갈리는 모양새다. 그동안 인텔이 쌓아온 설계·생산 업력과 함께 미국 정부의 지원이 동반될 경우 큰 위협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관측이 있는 한편, 미진한 생태계를 꾸리기 위해서는 여전히 과제가 산적하다는 예상도 나온다.

인텔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에서는 시장 예상과 달리 빠르게 공정 수준을 높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인텔은 2010년대 중반 이후 잇따른 10나노미터(㎚) 공정 진입 실패를 겪어왔지만, 2021년 파운드리 재진출 이후 불과 3년만에 3나노급 공정 돌입에 성공하면서 경쟁사를 따라잡고 있다. 올해는 2나노급 공정인 20A(옹스트롬)과 18A(1.8㎚) 공정 가동을 시작했으며, 오는 2027년까지 14A(1.4㎚) 공정에 진입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부족한 IP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점도 긍정적이다. 칩 설계 시 팹리스는 일반적으로 자체적으로 개발한 핵심 기능을 제외한 나머지를 IP 업체로부터 받아 사용하고 있다. 이를 파운드리에서 적용해 생산하려면 관련 IP가 사용하려는 공정에 포팅(Porting)돼 있어야만 한다. 인텔은 Arm·시높시스·케이던스·사이파이브·아날로그비츠 등 다양한 IP업체를 IP 얼라이언스로 확보하고 추가적인 인프라 확충도 진행하고 있다.

반면 인텔의 2위 도약 가능성을 두고 시기상조로 평가하는 입장도 있다. 인텔이 자체 공정 외 대형 팹리스의 수주를 확보한 사례가 거의 없는 만큼, 이를 확보하고 장기간 계약으로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AI 등 거대한 모멘텀을 앞두고 관련 경험이 없는 신규 파운드리를 이용한다는 것은 팹리스 업체 입장에서 매우 리스키(Risky)한 접근"이라며 "IP·EDA 인프라 확보는 물론 이와 관련된 IP의 실리콘 검증 기간도 있는 터라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는 어렵다. 인텔 역시 이를 알고 2030년 2위 도약이라는 장기간 로드맵을 내세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텔이 관련 칩 생산 이력을 확보하기 위해 자국 시장을 적극 활용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당장 엔비디아나 구글·메타·마이크로소프트 등 대형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자(CSP) 수주를 확보하기 어려운 만큼, 자국 내 특정 분야의 칩 수요를 이용해 외부 매출 확대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인텔이 PCIe 5세대·6세대를 비롯해 메모리 분야인 저전력DDR(LPDDR) 관련 IP,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납품 이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TSMC, 삼성전자와 곧바로 AI·자동차 분야 경쟁에 돌입하진 않을 것"이라며 "미국 시장 내 방산이나 항공 등 일부 스페셜티(Specialty) 제품을 목표로 하고, 이와 관련된 IP와 이력을 우선 확보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인 방향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31일 삼성호암상 시상식에 모습을 드러낸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부회장) [ⓒ삼성호암상 공동취재기자단]
31일 삼성호암상 시상식에 모습을 드러낸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부회장) [ⓒ삼성호암상 공동취재기자단]

반도체 업계는 삼성전자 역시 인텔과 마찬가지의 고민거리를 안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TSMC 추격 및 인텔과의 경쟁을 위한 IP·인프라 확보, 대형 CSP 수주 확대에 집중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최근 단행한 전영현 DS부문장 '원포인트' 비정기 인사로 분위기를 쇄신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 받는다. 인사 개편으로 파운드리 사업에 대한 확실한 투자 기조가 정해진다면, 관련 인프라 확대나 첨단 패키징 및 수주 경쟁력 확보 등 다양한 전략의 시행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오는 12일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릴 '삼성 파운드리·SAFE 포럼 2024'에서 관련 소식이 나올지도 관심사다. 이는 삼성전자가 매해 반도체 고객사·협력사를 초청해 차세대 공정 기술 등 로드맵을 발표하는 행사다. 올해 행사에서는 1.4나노 공정 일정을 비롯해 메모리, 패키징을 아우르는 일괄 납품(Turn-key) 경쟁력을 소개할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이 내외로 위기의식이 강해지면서 이를 타개할 방안을 보다 적극적으로 찾는 것으로 안다"며 "파운드리 사업에서도 방향성이 정해진다면 그동안 논의해왔던 생태계 구축, 차세대 기술 도입 등의 전략이 더욱 빨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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