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문대찬기자] ‘리그오브레전드(이하 LoL)’ 이스포츠팀 T1이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에 대한 라이엇게임즈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T1이 관련 성명을 내고 라이엇게임즈에 정식으로 이의를 제기한 것은 사태 발생 후 처음이다. 지난 반년간 지속된 디도스 공격으로 인한 대미지가 임계점을 넘은 것으로 분석된다.
T1은 앞서 지난 8일 공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선수단 스트리밍이 무기한 중단된다고 알렸다. 디도스 공격으로 게임 중단이 반복되는 환경에선 스트리밍을 더는 지속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T1은 “선수단을 향한 디도스 공격은 지난 6개월간 계속돼 왔다. T1 뿐만 아니라 디도스로 영향을 받은 다른 팀들이 정상적으로 훈련을 재개할 수 있도록 라이엇코리아와 라이엇게임즈가 해결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으나 아직 해결책은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MSI 동안 디도스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 라이엇 코리아와 함께 해결책을 강구했다”면서도 “선수단은 보호를 받았으나 함께 게임을 하는 플레이어가 대상이 돼 라이브 스트리밍 도중 솔로랭크가 중단되는 새로운 문제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제는 디도스 공격이 LCK 구단 차원에서 취할 수 있는 조치를 넘어갔다고 생각한다. 라이엇코리아, 라이엇게임즈가 나서서 문제를 해결해줄 것을 요구하고 해당 문제를 대중과 나누고자 한다”면서 주최측을 향해 이례적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디도스란 특정 서버(컴퓨터)나 네트워크 장비를 대상으로 많은 데이터를 발생시켜 장애를 일으키는 대표적인 서비스 거부 공격이다. 대상 웹 서버에 비정상적으로 많은 트래픽을 흘려보내 과도한 입출력 등을 유발시켜 최종적으로는 서버가 먹통이 되게 만드는 방식이다.
게임 클라이언트나 서버에 디도스 공격이 가해지면 주로 네트워크 끊김 및 튕김 현상이 발생한다. 게임의 경우 응답 속도에 따라 승패가 갈리기 때문에 매우 치명적이다.
LoL 이스포츠에 디도스 악몽이 본격 엄습한 건 지난 1월25일부터다. 당시 수만명이 생방송으로 지켜본 ‘LoL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 스프링 시즌 디플러스 기아와 DRX 경기는 디도스 공격으로 8차례 일시 중단됐다. 오후 3시에 시작한 경기는 10시가 되어서야 끝났다.
이후 경기에서도 공격이 지속되자 LCK는 리그를 녹화 방송으로 중계하는 강수를 두면서 대책 마련에 나섰다. 끝내는 내부망을 구축하면서 리그를 정상화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디도스 공격을 원천 차단하진 못했다. 특히 리그 최고 인기팀인 T1의 출혈이 극심했다. 숙소와 연습실을 향해 디도스 공격이 가해지면서 기본적인 훈련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이스포츠는 아마추어를 포함한 불특정 다수와 온라인으로 게임을 하는 솔로랭크를 통해 선수들의 개인 훈련이 진행된다. 경기 감각이나 개인 기량을 유지하기 위해선 솔로랭크가 필수적인데, 솔로랭크 도중 디도스로 인해 게임이 중단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훈련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이로 인해 지난 시즌 말미엔 T1의 경기력이 눈에 띄게 저하되기도 했다. 타 팀의 경우 같은 기간 디도스로 인한 피해 사례는 거의 없거나 적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T1이 ‘미드시즌인비테이셔널(MSI)’에 참가한 기간, 디도스 공격 해결 유무는 안개 속에 있었다. 앞선 미디어데이에서 디도스 공격 방어와 관련한 <디지털데일리> 질의에 김정균 T1 감독은 “테스트를 해봐야 한다. 완전히 해결됐다, 안됐다를 말하기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최근 진행된 선수단 개인 방송을 통해 T1이 여전히 디도스 공격에 시달리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오는 12일 개막하는 서머 시즌 여정도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MSI 참가로 인해 시즌 메타 파악도 쉽지 않은 데다 연습 환경도 열악해 초반 고전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업계는 스트리밍 중단으로 인해 발생하는 금전적 손실을 떠나, 디도스 공격이 이스포츠 근간을 뒤흔들 수도 있는 중차대한 문제라고 지적한다. 특정 팀에 집중해 발생하는 공격은 균등한 연습의 기회를 박탈한다는 점에서 크게는 공정성의 훼손으로 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는 T1에 집중된 공격이 향후엔 리그 전반으로 확산할 가능성도 있다.
이스포츠 업계 한 관계자는 “처음 디도스 공격이 발생했을 때 순수한 악의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는데, 최근 T1에 집중된 공격으로 인해 기정사실화 된 분위기”라며 “T1 같은 상위권 팀이 흔들리면 장기적으론 리그 흥행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계했다.
한편 라이엇게임즈는 그간 문제 해결을 위해 T1과 긴밀히 협력해왔다는 입장이다. 과정에서 소기의 성과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디도스 공격 방법이 다양하고 교묘해 피해를 원천 차단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라이엇게임즈 안드레이 반 룬 리그 스튜디오 총괄은 10일 “T1이 스트림을 종료한 이유를 완전히 이해한다”며 “우리는 몇 달 동안 T1과 협력해 왔으며 이전에 T1 본사에 대한 공격을 초래했던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했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사건은 이전 공격과 달라 기존 수정 사항으로는 해결되지 않았다. 관련 팀이 문제 원인을 조사했고 공격을 완화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지속 논의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라이엇게임즈는 향후에도 관련 인력을 적극 투입해 문제 해결에 총력을 기할 예정이다. 안드레이 총괄은 “(디도스 문제는) 우리 최우선 과제였으며 앞으로도 최우선 과제로 남을 것”이라며 “원인을 조사하고 해결책을 찾기 위해 계속해서 모든 자원을 배치하겠다”고 강조했다.
LCK를 비롯한 라이엇게임즈 코리아도 본사와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T1을 지원할 계획이다. 라이엇게임즈 코리아 관계자는 “본사 차원에서 최우선 순위에 두고 조사 중이며 앞으로도 가용 가능한 모든 인력을 투입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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