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삼성전자는 업데이트 가능한 모든 스마트폰에 악성문자를 필터링할 수 있는 기능을 도입한다.
2일 정원기 KISA개인정보보호본부 이용자보호단장은 “KISA 스팸신고 분석데이터를 기반으로, 삼성전자 휴대폰에서 악성문자를 한 번 더 필터링할 수 있는 기능을 개발했다”며 “업데이트가 어려운 구형 단말까지는 어렵겠지만, 업데이트 가능한 모든 단말에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하반기부터 신규 출시되는 스마트폰에는 ‘온디바이스(on-device) 악성문자 필터링’ 서비스를 기본 탑재하고, 기존 단말은 사용자환경(UI) 업데이트를 통해 문자 기능을 개선한다.
앞서, KISA는 삼성전자와 지난해 10월 업무협약을 맺고 운영환경을 구축했다. 지난 4월부터 7월까지 일부 단말 대상으로 파일럿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하반기 정식 서비스를 출시한 후, 향후엔 AI 기능을 활용해 필터링을 강화하는 방안도 고민 중이다.
이 기능은 불법스팸, 스미싱, 보이스피싱 미끼문자를 전송하는 전화번호와 인터넷주소(URL) 기반 악성문자를 자동으로 필터링한다. 오차단 위험을 주이고 적극적으로 악성문자를 차단하기 위해, 이메일 스팸함과 같은 기능을 포함시켰다. 필터링 기능 활성화 여부를 선택해, 차단된 메시지를 별도로 보관하고 이를 확인하고 복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정 단장은 “필터링을 하다가 정상 문자를 오차단해 소송이 이뤄지는 경우도 있었다”며 “이는 적극적인 차단을 어렵게 하기에, 악성문자를 따로 분류한 후 이용자가 차단 메시지를 복구할 수 있도록 해 적극적으로 차단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KISA와 삼성전자가 스팸을 막기 위해 손을 잡은 이유는 불법스팸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간편신고 UI 변경으로 신고 편의가 개선된 배경도 있지만, 지난해 하반기 휴대전화 스팸신고‧탐지건은 전년대비 약 8배 증가한 1억8999만건으로 나타났다. 하루에 100만건씩 신고‧접수되고 있다. 이러한 문자스팸 대다수는 대량 문자 발송서비스로 전송되고 있으며 주로 로또 광고, 도박, 주식‧투자 유도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수신인 성명을 넣은 과태료 부과‧부고문자 등 정교한 타기팅 유형도 늘어나고 있다.
정 단장은 “국내 단속이 강화되면서, 해외발 스팸비중이 2배가량 증가했다”며 “관계부처 합동으로 협의체를 구성할 계획이며, 각 기관별로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KISA는 대량문자 발송사업자 자격인증제를 6월부터 시행한다. 문자중계사가 일정요건을 갖춘 재판매사업자에게 대량문자 전송자격을 부여하는 업계 자율규제적 성격의 제도다.
통상적으로 통신3사는 문자중계사 9개사와 계약을 맺고, 문자중계사는 문자재판매사 1175개사와 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 제도에선, 문자중계사로부터 위탁 받은 운영기관(KCUP)이 재판매사에 대한 심사‧인증 및 사후관리를 한다. KCUP은 현재 10명 이내 규모지만, 통신사와 문자중계사가 분담해 예산을 투입하는 만큼 인력도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정 단장은 “문자재판매사는 특수부가사업자로, 신고제로 바뀌면서 난립하게 됐다. 앞으로 문자중계사와 계약을 맺고 서비스를 하려는 사업자는 KCUP에 자격인증 신청을 해야 한다”며 “휴대폰 판매점 사전승낙제를 벤치마킹한 제도”라고 부연했다.
또한, KISA는 6월부터 발신번호 블랙리스트 기반 문자스팸 재발송을 제한한다. 다수‧중복 신고된 문자스팸 발신번호를 문자중계사에 공유하고, 문자중계사는 블랙리스트에 등록된 번호로부터 발송되는 모든 문자를 차단한다. 지난해 8월부터 올해 4월까지 시범운영 기간 누적 블랙리스트 번호는 7만4000여개로, 총 414만건 문자스팸 발송을 억제했다.
KISA는 불법스팸을 막기 위한 이같은 정책을 자율규제로 진행하고 있지만, 필요하다면 법제화 방안까지 고려하고 있다.
정 단장은 “대량문자 발송사업자 자격인증제는 신고제가 아닌 허가제로 하는 부분을 처음에 고려했으나, 과학기술정보통신부(통신사) 방송통신위원회(스팸) 등 관할 부처가 다르기에 곧바로 (법제화를) 도입하기는 어렵다고 봤다”며 “다만, 성과 있다면 정부 규제 강화까지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애플에게도 삼성과 같은 정책을 기대하고 있지만, 애플은 특정 국가에만 맞출 수 없는 동일한 글로벌 정책을 표방하고 있다. 그러나 유럽 정책에 맞춰 C타입 충전포트로 변경한 점을 봤을 때 기대되는 부분은 있다”며 “삼성전자 단말에 적용됐으나 아이폰에는 적용되지 않은 위치정보 확인 및 긴급구조 등, 국민에게 불편을 초래하거나 피해를 유발한다면 법제화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추진되는 것은 아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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