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고성현 기자] SK온이 중국 업체로부터 받는 음극재 비중 확대를 검토 중이다.
이달 초 공개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최종 가이던스 발표로 흑연에 대한 해외우려기업집단(FEOC) 규제 적용이 유예됐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업계의 음극재 투자가 초기 단계인 만큼, 중국 업체로의 수급으로 공급망 안정성을 높이겠다는 의도다.
28일 복수의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SK온은 포드 합작법인(BOSK), 현대차 합작법인 등에서 생산할 차기 배터리 프로젝트에 BTR의 천연흑연 음극재를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인조흑연 음극재로만 채택했던 수급을 천연흑연까지 확대하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BTR의 음극재는 올해 말과 내년 사이 신규 양산될 배터리 채택이 예상된다.
BTR은 중국 바오안 그룹 자회사로 글로벌 음극재 시장 1위 기업이다.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을 포함한 국내 배터리 3사에 천연·인조흑연 음극재를 납품하고 있다. SK온과는 함께 중국 현지 합작법인을 세우는 등 다각도 방면에서 협력해온 바 있다.
당초 SK온이 짓고 있는 미국 현지 법인에는 국내 기업 소재 채택 가능성이 높았다. IRA에 따라 중국산 핵심원료를 사용할 경우 전기차 세액공제를 받지 못하는 데다, 중국 기업이 FEOC에 지정될 우려도 있어서다. 현재 가동 중인 조지아 독자 공장 역시 국내 기업과 BTR로부터 받는 등 음극재 수급처를 다변화한 상태다.
그러다 이 달 말 IRA 30D·FEOC에 대한 최종 가이던스로 인해 기류가 변했다. 흑연계 음극재, 전해질 염, 전극 바인더 등 일부 소재가 '현실적으로 추적 불가능한(Impracticable-to-trace)' 광물로 분류됐다. 이에 따라 FEOC 규정 적용도 2년 연기되면서, 2026년 말까지 중국 업체로부터 수급이 가능해졌다.
음극재는 배터리 광물 중 가장 중국 의존도가 높은 품목 중 하나다. 중국 정부·기업 등이 대대적인 아프리카 흑연 광산 투자로 원료 공급처를 장악한 데다, 흑연 구형화(인조흑연) 등 가공·제련 기술이 높은 수준에 달해 있어서다.
반면 국내를 비롯한 타 권역은 음극재에 대한 초기 투자 단계에 불과해 당장 모든 배터리 수급에 대응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중국 기업이 미국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에 공장을 짓고 원료를 타국에서 수급할 경우 IRA 적격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음극재 관세 등 미중 갈등 여파에 따라 이같은 구도가 변화할 수 있으나, 당장 이를 수급하기 위한 요건 충족은 문제가 없다는 의미다. 업계에서는 SK온을 비롯해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도 이러한 소재 수급 전략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봤다.
한 업계 관계자는 "FEOC 요건이 우려 국가의 정부나 공산당의 직접 지배인 만큼, 현 단계에서는 관련성이 없다는 게 인정된다면 미국 진출에도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BTR은 현재 인도네시아에 음극재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미국 FTA 미체결국으로 IRA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다만 인도네시아가 니켈 등 배터리 핵심원료가 풍부한 국가인 만큼, 미국 정부와 관련 요건 충족을 위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SK온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변동된 사안이 없다"며 "협력사와 영업활동에 대해 구체적으로 확인해드리기 어렵다"고 응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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