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사이 이뤄진 인공지능(AI) 기술의 급격한 발전은 전 세계 산업군 전반의 풍경을 바꾸고 있다. 예부터 AI 기술을 들여다봤던 게임업계도 앞다퉈 AI 기술 연구 및 관련 사업을 확장하며 레벨 업(Level Up)을 노리는 모습이다. AI를 이용해 업무 효율화를 꾀하는 것에서 나아가, 궁극적으로는 인간처럼 생각하는 NPC(논플레이어블캐릭터) 개발 등 혁신을 꿈꾸고 있다. 게임업계의 AI 동행기를 디지털데일리가 소개한다. <편집자주>
[디지털데일리 문대찬기자] 베이글코드는 데이터와 인공지능(AI)의 잠재성을 일찍이 알아본 개발사다. 2017년부터 데이터 중심의 팀을 설립해 게임 개발 과정에 활용했고, 머신러닝이 대두된 3년 전부터는 데이터&AI팀으로 확장해 관련 투자와 연구를 확대했다.
현재 데이터&AI팀에 속한 인원은 30여명으로 전체 직원(230명)의 16%에 달한다. 인력 비중으로만 따지면 전체 인원의 19% 규모인 넥슨 관련 조직과 못지않다. 베이글코드는 작년 매출 1000억원의 중소 개발사다. 데이터‧AI 기술에 대한 전사적 관심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데이터&AI팀 김주현 디렉터는 최근 <디지털데일리>와 인터뷰에서 “팀 출범 이전부터 대표님들이 이미 데이터 기반으로 판단을 하고 있었다”며 “과거 퍼블리싱했던 게임 데이터를 나름대로 분석하는 과정에서 데이터의 중요성을 알게 된 것이 팀 출범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베이글코드는 소셜 카지노라는 장르로 기회를 얻고 성장한 회사”라면서 “해당 장르가 다른 게임들에 비해 메카닉이 단순하고, 데이터와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지표와 데이터를 들여다보는 문화가 정착된 것 같다”고 부연했다.
베이글코드가 데이터에 더해 AI 기술까지 들여다보게 된 것은, 데이터를 이용해 부가가치를 만들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 AI 머신러닝 모델 활용이라는 판단이 서서다.
김 디렉터는 “생성 AI 기술의 핵심은 ‘좋은 데이터’다. 빅테크들이 사람이 만든 콘텐츠를 어떻게든 확보하려고 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만든 좋은 데이터를 튜닝해 유사한 스타일의 작업물을 쉽게 만들어내고 있다. 생성 AI 뿐만 아니라 AI 머신러닝 모델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찾고 있다”고 전했다.
데이터&AI팀의 핵심은 ‘네뷸라(Nebula)’다. 네뷸라는 자사 9개 스튜디오에서 서비스‧개발 중인 게임에서 나오는 모든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는 자체 데이터 플랫폼이다.
김 디렉터에 따르면 네뷸라는 하루 평균 12테라바이트(TB) 데이터와 3000여종의 이벤트를 실시간으로 처리한다. 통합 데이터 레이크가 보유 중인 데이터는 1페타바이트(PB)에 달한다.
정제된 데이터는 머신러닝과 AI 기술 기반으로 자동화 과정을 거쳐 이상 상황을 미리 감지하는 경보‧예측 시스템으로 활용되며 게임 안전성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 800개 이상의 시각화된 대시보드를 통해 전직원이 데이터 기반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김 디렉터는 “네뷸라는 다량의 데이터들을 안정적으로 받아들여서 처리할 수 있는 데이터 플랫폼”이라며 “개발 과정에서부터 다양한 유저 성향을 단계적으로 수집하는데, 작은 의사 결정부터 큰 의사 결정까지 네뷸라가 제공하는 데이터들로 이뤄진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동화된 이상 탐지 시스템을 통해 라이브 서비스에 안정감을 더하고, 빠른 피드백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비즈니스적인 로스(Loss) 또한 줄일 수 있게 된다고 덧붙였다.
데이터를 기반한 ‘개인화’ 서비스도 이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용자가 선호하는 구매 가격대의 상품을 보여주면서 구매를 보다 활발히 유도하는 방식이다.
실제, 데이터 AI 기반 프로세스를 적용한 후부터 베이글코드 라이브 게임 성과 지표는 눈에 띄게 향상됐다. 일례로 ‘클럽베가스’에서 쌓은 데이터 활용 노하우를 기반해 개발한 ‘캐시빌리네어’는 출시 초반 기준으로 DAU(일간활성화이용자수), 일매출 등 지표에서 클럽베가스를 크게 앞질렀다.
출시 30일까지 누적 매출은 클럽베가스보다 무려 92.6배 높았다. 최근 5년간 베이글코드 매출 평균 성장률은 60%로, 매해 최대 실적을 경신하고 2년 연속 흑자를 기록 중이다.
AI를 개발 과정에 활용하는 시도도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김 디렉터는 “새로운 생성 AI 기술을 즉시 도입하고, 수많은 툴을 내부에서 연구해 기술을 축적하고 있다”면서 “이미지 생성 프로그램을 이용해 슬롯머신 모델들을 만들면서 생산성이 3배 정도 향상됐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챗GPT나 코딩 생성 프로그램을 전사에 보급하고, 사내 통번역 및 회의록 정리 등에 AI를 활용해 업무에 효율성을 더하고 있다고 김 디렉터는 부연했다.
데이터&AI팀은 향후 다양한 측면에서 AI를 활용할 방안을 고민 중이다. 김 디렉터는 “AI 툴을 아트 제작을 넘어 효과음 등 사운드 제작에 활용해 생산성을 높이는 시도를 하고 있다. 생성 AI를 활용해 스토리보드 제작 등에서 도움을 받는 부분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회사가 캐주얼 게임 개발에도 집중하고 있는데, 데이터로 표현할 수 있는 장르별 성공 방정식을 만들어 각 스튜디오에 제공할 수 있는 부분도 계속 연구 중”이라고 전했다.
김 디렉터는 보편화된 AI 기술로 인해 중소 개발사의 고질적인 고민들이 일부 해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중소 개발사는 인력 문제가 고질적”이라면서 “한 사람이 멀티롤을 담당하는 경우가 많은데 생산성을 극대화해 다양한 일을 가능하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또 “중소 게임사는 전사 인력이 게임 하나에 투입돼 소위 대박을 터뜨려야 되는 상황이 많다. 하지만 데이터와 AI를 이용하면 짧은 기간 내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디렉터는 “기회의 여지가 중소 개발사에겐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라며 “생성 AI 도움으로 1~2개월 만에 프로토타입을 낼 수 있게 됐다. 대형 게임사에게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중소 게임사들에겐 이런 부분이 엄청난 베네핏이라는 생각이다”라고 강조했다.
중소 개발사와 대형 게임사와의 격차도 점점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 디렉터는 “지금도 변화가 체감이 되는데 비디오 제작 영역까지 극복되면 게임 변화는 더 가속화 될 거다. 높은 퀄리티의 게임을 보다 낮은 코스트로 만들어 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러면서 “중소 개발사가 주로 외주를 맡기는 프로모션 비디오(PV) 제작 등이 수월해지면 대형 개발사와 격차가 줄어드는 상황이 올 거라 생각한다. 나아가서는 1인 게임 개발이 활성화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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