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배태용 기자] LG디스플레이가 내년 8.6세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장비 반입을 추진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오랜 기간 협력을 이어왔던 디스플레이 장비 기업 선익시스템이 중국 BOE와 8.6세대 협력을 맺으면서 여러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그 중 LG디스플레이의 8.6세대 OLED 도입 시기는 더 늦어질 수 있다는 전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8.6세대 증착기는 제조 공정이 매우 복잡해 1년에 제작할 수 있는 개수가 한정적인데, BOE 물량을 소화하려면 수년이 소요될 것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7일 디스플레이 업계에 따르면, 중국 BOE는 8.6세대 라인 구축을 위해 선익시스템과 제품을 낙점했다. 지난달 24일에 마감된 8.6세대 증착 장비 경쟁 입찰에 선익시스템만 참여해 사실상 공급을 확정 지었다. 현재 구체적인 계약을 추진 중으로 조만간 최종 계약을 완료 지을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지난해 11월 BOE는 중국 쓰촨성 청두에 630억위안을 투자해 IT용 8.6세대 OLED 생산설비를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설계 기준 생산능력은 8.6세대 유리 원판 투입 기준 월 3만2000장 규모다. 이 같은 규모를 생산하기 위해선 수평 증착 기술을 장착한 하프 컷(Half Cut) 증착장비 기준 4대는 필요하다.
증착은 OLED 제조의 핵심 공정으로 유리 기판 위에 OLED 층을 얇게 형성하는 매우 중요한 공정이다. 기판 위에 올린 유기물을 가열하는 방식으로 기판에 붙여 픽셀을 형성한다. 증착 장비는 그동안 일본 캐논토키가 독점해 왔다. 선익시스템은 오랜 기간 LG디스플레이와 공동개발을 통해 증착 장비를 개발, 양산까지 역량을 키워 첫 공급을 단행하게 된 것.
무엇보다 이 가운데 LG디스플레이가 8.6세대 OLED 도입 등을 고려해 현금을 창출하고 있었다는 것에도 눈길이 쏠린다. 올해 1조3000억원 수준의 유상증자에 이어 경기도 파주에 있는 부동산을 매각하는 등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다.
이어 현재 추진 중인 중국 광저우 LCD 공장이 매각되면 여유자금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 중국의 BOE와 차이나스타(CSOT) 등 현지 디스플레이 기업들이 매물에 관심을 보이며 물밑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LG디스플레이가 내년 8.6세대 투자를 집행할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김소원 키움증권 연구원은 "LG디스플레이는 올해 실적 개선에 집중해 현금 창출 능력을 확대한 후, 내년부터 8.6세대 신규 투자를 고려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전망했다.
이러한 가운데 선익시스템이 BOE와 먼저 8.6세대 OLED 공급 협력을 맞으면서, LG디스플레이의 도입 시기는 더욱 늦어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8.6세대 증착기는 제조 공정이 매우 복잡해 1년에 생산할 수 있는 개수가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BOE가 반입할 하프컷 증착 장비 전량을 선익시스템이 수주했는지 여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전량을 선익에서 담당할 경우, 내년 8.6세대 투자를 결정한다고 해도 늦어질 가능성이 높다.
업계 한 관계자는 "LG디스플레이와 선익시스템과 장비 협력은 오랜 기간 이어져 온 데다, 장비 자체가 공동 개발로 이뤄진 것이다 보니, 선익시스템의 8.6세대 장비가 LG디스플레이 컨디션에 가장 잘 맞을 것이다"라며 "내년 투자를 진행할 경우, 전량 선익시스템 물량을 쓸 가능성이 높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BOE 물량 전량을 선익시스템이 담당하게 될 경우, LG디스플레이가 내년에 공급을 결정한다고 하더라도 더 늦게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라며 "IT OLED 수요가 폭증하게 될 경우, 또 한 번 뒤처지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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