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민후 한수현 변호사] A 주식회사에서 2년간 근무한 B 씨는 직장 내 괴롭힘 등을 이유로 퇴사하면서 자신이 작성하여 보관하고 있던 주간 업무 일지를 집으로 가져갔다. B 씨는 A 주식회사에서 퇴사하면서 직장 내 괴롭힘 등 문제가 있었고, 이와 관련된 법적 분쟁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어 주간 업무 일지를 가지고 나온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B 씨는 A 주식회사에서 근무하면서 작성한 업무 파일을 자신의 컴퓨터에 저장해 두었었는데 퇴사하면서 이를 삭제하였다. B 씨가 삭제한 업무용 파일은 A 주식회사의 업무에 활용되는 자료들인 것으로 보이고, 삭제한 파일 중 일부만이 회사 내 USB에 담겨 보관되어 있다.
A 주식회사는 B 씨의 처벌을 원하고 있다. B씨는 과연 어떠한 처벌을 받을까? (관련 사건을 바탕으로 가상의 사건을 재구성하였음)
B씨가 작성한 주간 업무 일지를 자신의 책상 서랍에 보관하고 있었는데도 A 주식회사의 소유일까?
① 주간 업무 일지에 상급자들의 결재를 받아야 하거나, ② 주간 업무 일지를 바탕으로 회의가 개최되거나, ③ 단순히 직원들이 업무 필요에 따라 개인적으로 작성하는 메모, 일지 등이 아니라면 회사 업무를 위하여 작성된 공적 문서이므로 B 씨가 작성한 주간 업무 일지는 A 주식회사 소유의 문서로 볼 수 있다.
관련 사건에서 법원은 설령 결재권자들이 주간 업무 일지에 결재하여 작성자에게 다시 내주었더라도, 이는 작성자들이 피해자 회사를 위하여 보관하라고 한 것이지, 작성자들에게 소유권까지 이전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고 한다.
B 씨가 A 주식회사와의 민사소송에서 사용을 위해 주간 업무 일지를 가지고 나왔다고 주장한다.
형법상 절취란 타인이 점유하고 있는 자기 이외의 자의 소유물을 점유자의 의사에 반하여 그 점유를 배제하고 자기 또는 제3자의 점유로 옮기는 것을 말하고, 절도죄의 성립에 필요한 불법영득의 의사란 권리자를 배제하고 타인의 물건을 자기의 소유물과 같이 그 경제적 용법에 따라 이용·처분할 의사를 말하는 것으로, 단순한 점유의 침해만으로는 절도죄를 구성할 수 없으나 영구적으로 그 물건의 경제적 이익을 보유할 의사가 필요한 것은 아니고, 소유권 또는 이에 준하는 본권을 침해하는 의사 즉 목적물의 물질을 영득할 의사이든 그 물질의 가치만을 영득할 의사이든을 불문하고 그 재물에 대한 영득의 의사가 있으면 족하다.
그러므로 비록 피해자를 형사고소하는 데 증거자료로 사용할 목적이라 할지라도 그 취거 당시 점유 이전에 점유자의 명시적·묵시적인 동의가 있었던 것으로 인정되지 않는 한 점유자의 의사에 반하여 점유를 배제하는 행위를 함으로써 절도죄는 성립하는 것이고, 그러한 경우에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불법영득의 의사가 없었다고 할 수는 없다(대법원 2006. 9. 8. 선고 2006도2307 판결 참조).
B 씨는 A 주식회사를 배제하고 주간 업무 일지를 자신의 소유물과 같이 소송에서 이용할 의사로 가지고 갔으므로, B 씨에게 불법영득의 의사가 없었다고 할 수 없다. 그리고 B 씨가 주간 업무 일지의 소유권이 직원들에게 있었다고 오인함에 있어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면, 주간 업무 일지는 A 주식회사에서 회의, 분쟁 예방, 분쟁 발생 시 증거자료로 사용하는 등의 용도로 활용될 수 있고, 경쟁업체에 유출되면 A 주식회사에 불리한 자료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그 경제적 가치도 인정되므로 B 씨는 절도죄로 처벌받게 될 것이다.
B 씨가 삭제한 업무 파일은 공개된 자료이고, 단지 컴퓨터의 저장공간 확보를 위하여 업무 파일을 삭제하였다고 주장한다.
형법 제366조의 전자기록등손괴죄는 타인의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을 손괴하여 그 효용을 해함으로써 성립하며, ‘타인의 전자기록’이란 행위자 이외의 자가 기록으로서의 효용을 지배 관리하는 전자기록을 뜻하고, 회사에서 퇴사하면서 회사 컴퓨터 내에 저장되어 있던 업무 관련 파일을 임의로 삭제하는 경우 위 파일들은 삭제한 사람이 작성한 것이라 하더라도 회사가 기록으로서의 효용을 지배 관리하고 있는 것이므로 이를 임의로 삭제한 것은 전자기록등손괴죄에 해당한다(대법원 2007. 11. 15. 선고 2007도5816 판결 등 참조).
형법 제314조 제2항의 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죄는, 컴퓨터 등 정보처리장치 또는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을 손괴하거나 정보처리장치에 허위의 정보 또는 부정한 명령을 입력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정보처리에 장애를 발생하게 하여, 사람의 업무를 방해함으로써 성립되는바, 업무방해의 위험을 초래할 수 있으면 이 죄를 구성한다(대법원 2006. 3. 10. 선고 2005도382 판결 참조).
공개된 자료라 할지라도 회사의 직원이 업무의 일환으로 수집․정리하여 업무용 컴퓨터에 저장해 둔 이상 그 자료들은 피해자 회사에 효용이 있는 자료에 해당한다. 따라서 B 씨가 업무용 파일을 임의로 삭제한 행위는 전자기록등손괴죄에 해당한다.
B 씨의 근로계약서에 인수인계 내용이 기재되어 있었지만,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고 회사를 그만두는 사람으로서는 업무와 관련한 모든 자료를 후임자에게 그대로 승계하여 주는 것이 일반 상식이다. B 씨는 퇴사 직전에 쉽게 복구할 수 없을 정도로 완전히 업무용 파일을 삭제하였고, 삭제하기 전에 이러한 사실을 A 주식회사에 알리지도 않았다. B 씨의 위와 같은 업무용 파일 삭제 행위는 A 주식회사에 업무방해의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행위에 해당할 뿐만 아니라, 실제로 A 주식회사 업무 처리에 지장을 초래한다.
또한 B 씨가 회사 재직 당시 주기적으로 자신의 업무용 컴퓨터에 저장된 파일을 일부 삭제․정리해 왔더라도, 업무의 일환으로 이루어지는 위와 같은 파일 정리 행위와 업무 마무리 및 인수인계의 의무가 있는 직원이 퇴사 직전 회사에 알리지 않고 업무용 파일 전체를 완전히 삭제하는 행위는 그 목적, 수단, 방법, 시기에 있어서 엄연히 구별되므로, 양자를 동일하게 평가할 수 없다. 따라서 B 씨는 전자기록등손괴죄 및 업무방해죄로 처벌받게 될 것이다.
위 사례를 통해 살펴본 바대로 스타트업 회사를 운영하는 사람이라면 직원들의 인사이동·퇴직 등의 기간에 회사의 업무용 자료를 관리하는 데에 조금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하고, 퇴사하는 사람은 화를 참지 못하고 순간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되면 형사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한수현 변호사> 법무법인 민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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