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배태용 기자] 지난해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의 가동률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기차 성장의 둔화라는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올해 저성장 기조가 더욱 짙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배터리 3사는 ESS(에너지저장장치)를 타개책으로 선정,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29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경기 침체 등으로 전기차 시장 성장이 빠르게 둔화하고 있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가 발간한 '글로벌 전기차 시장 및 배터리 수급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기차 성장률은 33.5% 기록, 전년 성장률 대비 (56.9%) 23.4%p 감소했다.
SNE리서치는 "작년 전기차 시장은 수요 둔화 우려에도 1407만대의 판매량을 나타내며 33.5%의 성장률을 기록했다"라며 "단기적인 경제 불확실성이 심화하며 이를 고려한 완성차 업체의 생산 계획과 판매 전략이 조정돼 올해 전기차 시장은 성장세 둔화가 본격화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완성차 업체들의 판매 전략 조정은 배터리 사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해 배터리 3사의 공장 가동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것. 배터리 공장 가동률은 각 사의 수익 등과도 직접 된 중요한 사안 중 하나다.
맏형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지난해 평균 가동률은 69.3%를 기록했다. 같은 3분기까지만 해도 2021년(71.7%), 2022년(73.6%)과 비슷한 수준인 72.9%를 유지했다. 4분기 유럽 내 수요 감소로 생산량 조절에 들어갔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회사는 지난해 11월 튀르키예에 포드, 코치와 합작법인(JV) 설립 계획도 철회한 바 있는데, 이는 유럽 내 수요 감소를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다.
삼성SDI는 전기차에 들어가는 중대형 전지 공장 가동률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다만 스마트폰, 전동공구 등에 탑재하는 소형 전지 공장 가동률은 76%로, 84%를 기록했던 8%p 줄어들었다.
지난해 SK온의 4분기 평균 가동률은 87.7%로 집계됐다. 전년(86.8%)과 비교하면 소폭 상승했다. 다만 상반기와 3분기 가동률이 각각 97.6%, 94.9%를 기록했던 점을 고려하면 하향세는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주목되는 점은 올해 전기차 성장 둔화 심화가 예상되는 것이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1641만2000대로 16.6%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작년 성장률(33.5%)보다 무려 16.9%p 감소한 수치다.
이에 배터리 3사는 'ESS(에너지저장장치)'을 방점 찍고 신사업 구축에 나서는 모습이다. 먼저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애리조나에 총 3조원을 투자해 16GWh 규모로 ESS 배터리 전용 공장을 건설을 추진 중이다. 미국 내 글로벌 배터리 독자 생산 공장으로는 최대 규모다. ESS SI 역량도 강화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2022년 미국 ESS SI 법인 'LG에너지솔루션 버테크(LG Energy Solution Vertech. Inc)'를 설립했다.
삼성SDI는 고가형 NCA(삼원계) 배터리 기반의 삼성SDI는 에너지밀도와 안전성을 강화한 일체형 ESS 시스템인 'SBB(삼성 배터리 박스)'의 확대·판매를 추진하고 있다. SK온 역시 ESS 사업 진출을 공식화한 후 북미 지역에서 'IHI 테라선 솔루션'과 손잡고 미국 현지에 ESS 배터리 전용 공장 신설을 검토 중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신재생에너지 연계용 ESS에 집중할 계획이다. 또한 장기적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차량 충전 사업용, 선박용 시장도 개척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배터리 3사의 가동률 자체가 둔화하는 등 시작 위축이 현실화하고 있는 가운데 신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모습이다"라며 "다만 이뿐 아니라 높은 생산 비용, 원자재 가격 변동성 등 구조적 문제도 잘 해결해야 위기를 타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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