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배태용 기자] 미국에 이어 유럽까지 환경 규제 정책을 완화하면서 배터리 업계도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규제 완화로 내연기관 차를 선택하는 소비자가 늘어나 전기차 수요 하락이 격화될 수 있어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유럽은 지난 최근 자동차 배출가스 규제 강화 EURO 7 도입을 늦추기로 했다. EURO는 유럽연합(EU)이 도입한 자동차 배출 가스 규제 단계의 명칭으로, 글로벌 환경 규제의 '룰 메이커' 역할을 수행하는 규제로 평가받고 있다.
구체적으로 기존 EURO 7 초안에서 디젤차의 질소산화물 배출을 80㎎/km에서 2025년까지 60㎎/㎞로 줄여야 했지만 최종안에서 이 내용이 삭제되면서 현재 EURO 6 기준이 유지됐다.
다만, 배출가스 측정 기준을 강화하고, 타이어, 브레이크 패드의 오염물질 배출 규제를 강화했다. 또한 전기차⋅수소차의 배터리 내구성에 대한 최소 성능(승용차 기준 5년/10만km는 80%, 10년/16만km는 72%)을 요구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EURO 7 의 도입 시점도 2025년 중반에서 2030년으로 연기됐다. EU 집행위원회는 환경 목표와 제조업체의 이익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했다고 밝혔는데, 이는 완성차들이 EURO 7을 구현하는데 너무 많은 비용이 들어 전기차 라인업을 확대하는데 중요한 시간과 돈이 낭비되는 것이라는 주장을 수용했다는 판단이다.
유럽 뿐 아니라 앞서 미국도 배출가스 규제 속도 둔화를 추진했다. 미국은 지난 20일 환경보호청(EPA)가 기존 제시안보다 배출가스 규제의 속도가 완화된 최종안을 발표했다. 최종안에서는 이산화탄소의 배출 목표가 2032년 기준 mile당 82g에서 85g으로 소폭 상향됐고, 완성차들의 대응 시간을 주기 위해 2027년~2029년 감축 속도를 기존 제시안에 비해 완화했다.
최종안의 기본 시나리오(Higher BEV Pathway)에 따르면, 미국 내 전기차 비중은 2027년 26%에서 2032년 56%로 상승을 목표로 한다. 이는 기존 제시안의 목표 비중이었던 2027년 36%에서 2032년 67% 대비로는 하향된 것이다. 유럽과 마찬가지로 전기차 전환 속도의 둔화와 완성차 및 관련 업계의 반발을 고려한 조정이다.
규제 완화로 완성차 기업들은 내연기관 자동차 중심의 사업을 계속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환경 규제 완화로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은 천문학적인 금액의 벌금 리스크에서 벗어나고 내연기관차 판매를 통한 높은 수익성을 2030년 이후까지 유지할 수 있게 됐다"라고 평가했다.
특히 그는 "전기차 판매 강제 정책이 사라짐에 따라 EV 판매를 위한 출혈 경쟁에 뛰어들 필요가 사라졌다"라고 진단했다.
문제는 내연기관차 채택이 늘어나는 것은 반대로 전기차 수요 둔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전기차 수요는 배터리 업계와 직결된 문제인 만큼, 촉각을 세우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기차 강제화 정책이 약화하면서 전기차 수요 감소가 조금 더 고조될 가능성이 있다"라며 "다만 2035년 내연기관차 단종을 위해 유럽 연합 등 국제 사회가 노력하는 만큼 장기적으로 배터리 시장은 계속해서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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