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문대찬기자] 지난해 실적 악화로 침체에 빠진 게임업계가 대대적인 리더십 교체를 통해 돌파구를 모색한다. 한편에선 개발 및 글로벌 전문가를 내세워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는 반면, 일각에선 재무통을 앞세워 허리띠를 졸라매는 모습도 보인다. 경영일선에서 물어난 창업자가 복귀한 사례도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넥슨과 넷마블, 엔씨소프트(이하 엔씨)를 비롯한 국내 주요 게임사는 이달 말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대거 신임 대표 취임을 예고했다. 지난해 이들 상당수가 영업이익이 급감하며 성장이 뒷걸음질한 상황과 밀접한 인사다.
작년 연간 매출과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하락한 엔씨는 창립 이래 최초로 공동 대표 체제로 전환한다. 박병무 VIG 파트너스 대표가 합류해 김택진 대표와 회사 활로를 찾을 전망이다.
박 내정자는 인수합병(M&A) 전문가다. 엔씨는 ‘리니지’ 시리즈 경쟁력 약화로 성장에 제동이 걸렸는데, 이에 대한 해법을 글로벌 시장에서 찾고 있다. 박 내정자 합류로 잠재성이 높은 게임사를 발굴하고 맞손까지 잡는 작업이 기존보다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박 내정자는 올해 초 임원들과의 정례 미팅에서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M&A와 투자 노력도 더욱 적극적으로 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선 박 내정자 체제에서 비용절감 작업 속도가 높아질 것이란 관측도 있다. 법조인 출신인 그는 김앤장과 여러 운용사를 거친 재무·관리통으로도 평가 받는다. 급진적인 구조조정은 아니더라도, 단계적인 경영 효율화 작업에 힘이 실릴 것이란 시각이다.
7개 분기 연속 적자 고리를 끊어낸 넷마블은 새 각자 대표로 김병규 부사장을 낙점했다. 지난 2015년 넷마블에 입사한 그는 전략기획은 물론, 법무·정책·해외 계열사 관리 등 전반의 업무에 능통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권영식 각자 대표와의 시너지가 기대되는 부분이다.
넷마블은 올 상반기에만 신작 6종을 출시하며 반등을 꾀하고 있다. 권영식 각자 대표가 게임 경쟁력 강화에 집중한다면, 김 내정자는 그를 도와 글로벌 흥행을 도모할 것으로 보인다.
부진에 빠진 카카오게임즈는 ‘3N2K’ 시대를 연 주역 조계현 대표 체제를 마무리하고, 한상우 최고전략책임자(CSO)를 신임 대표로 선임하는 강수를 뒀다. 해당 선임에는 한 내정자의 글로벌 게임 시장에 대한 전문성이 배경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한 내정자는 네오위즈 중국 법인 대표 및 글로벌 사업 총괄 부사장, 아이나게임즈 최고운영책임자(COO) 등 20년 이상 쌓아온 해외 사업 경험과 탄탄한 국내외 네트워크가 강점인 인물이다. 마케팅, 데이터분석, 투자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경험도 보유하고 있다.
한 내정자는 카카오게임즈에 2018년 합류해 게임사업 해외매출을 869억원에서 2022년 1733억원까지 끌어올리며 능력을 입증한 바 있다. 경영 최전선에 선 그는 올해 카카오게임즈의 ‘비욘드코리아’ 행보에 본격 고삐를 당길 것으로 보인다.
컴투스는 신임 대표 이사로 남재관 경영전략부문장 부사장을 내정했다. 이주환 현 컴투스 대표는 제작총괄로서 게임 개발 부문을 지휘한다. 남 부사장이 전반적인 경영을 맡고, 이 대표는 게임 사업을 총괄하는 사실상의 투톱 체제로 경쟁력 강화를 꾀할 심산이다.
컴투스는 최근 2년 연속 적자 늪에 빠져있다. 지난해 연결 기준 연간 매출은 7722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반면 393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게임 사업에선 날로 성장하고 있지만, 미디어 사업과 메타버스 등 신사업에서 부진을 면치 못했던 탓이다.
남 부사장은 카카오 등 IT 기업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역임한 재무통이다. 그에게 지휘봉을 맡김으로써 불필요한 사업을 정리해 몸집을 줄이고, 재무 구조를 개선해 흑자전환까지 바라보겠다는 복안이다. 컴투스는 지난해 메타버스 계열사 컴투버스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등 사업 개편 움직임을 보여왔는데, 이러한 행보에 불이 붙을 것이란 관측이다.
위메이드도 사령탑 교체를 단행했다. 창업주인 박관호 의장이 경영에 복귀하고, 지난 10년간 위메이드를 이끈 장현국 대표는 부회장으로서 사업 자문을 맡는다.
이번 인사는업계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장 대표 임기가 남은 데다 최근 위믹스 가격 상승, ‘나이트크로우’ 글로벌 버전이 출시 초반 흥행에 성공해 훈풍이 불던 상황이어서다. 다만 위메이드가 최근 2년간 적자 늪에 빠진 데다 올해는 성과를 내야 한다는 내부 우려와 목소리가 컸던 만큼, 박 대표가 책임 경영을 위해 직접 지휘봉을 잡았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개발에만 집중하던 박 대표는 2014년 위메이드의 수익성이 악화되자 경영에 복귀한 바 있다. 당시 직접 신작 개발을 총괄하는 등 위기 극복 선봉에 섰다. 박 대표가 재차 지휘봉을 잡으면서 사업 추진 등 의사 결정도 보다 효율화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위메이드가 블록체인 플랫폼 기업으로 탈바꿈한 데엔 박 대표 의지가 강했다고 알려진 만큼, 회사 향후 방향성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3N(넥슨·넷마블·엔씨)’ 가운데 유일하게 호실적을 기록한 넥슨도 리더십에 변화를 준다. 다만 연쇄 승진에 가까운 인사다. 넥슨은 지난해 경기 침체에도 불구, 매출 3조9323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19.7% 성장했다. 영업이익은 29.9% 증가한 1조2616억원이었다.
넥슨은 이정현 넥슨 코리아 대표를 신임 대표로 내정하고, 강대현 최고운영책임자(COO)와 김정욱 최고커뮤니케이션책임자(CCO)를 넥슨 코리아 공동 대표로 내세웠다.
이 내정자는 취임 이후 2018년부터 2022년까지 넥슨코리아 매출액 연평균 성장률(CAGR) 19%를 달성하고, ‘던전앤파이터모바일’, ‘메이플스토리M’, ‘블루아카이브’, ‘데이브더다이버’ 등 다수 신작을 성공적으로 출시하는 등 안정적인 리더십을 선보인 인물이다.
강 내정자는 ‘크레이지아케이드’, ‘메이플스토리’, ‘던전앤파이터’ 등 넥슨의 부흥을 이끌었던 대표 게임들의 개발 디렉터를 맡아왔다. 인공지능(AI)·블록체인 등 신기술 연구개발(R&D) 조직인 ‘인텔리전스랩스’ 본부장도 역임했다. 2020년부터는 최고운영책임자(COO)로써 넥슨의 개발 전략 수립과 운영을 담당했다. 김 내정자는 지난 2013년 넥슨에 합류해 기업문화와 대외업무 담당 전무, 커뮤니케이션 본부장을 역임하며 외부 업무에 집중해왔다.
넥슨은 올해도 개발사 본연의 색깔대로 다양한 신작 개발에 몰두한다. 특히 전에 시도하지 않았던 다양한 장르와 플랫폼 신작을 잇달아 출시하며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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