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지난해 국내 이커머스 업계가 전반적으로 수익을 챙기면서 영업손실 폭을 개선하거나 흑자로 전환되는 등 호성적을 거뒀다. 올해도 불확실성 경제는 계속될 것으로 점쳐지지만, 계획적인 전략과 움직임으로 내실을 더욱 키운다면 각 사 모두 목표하는 바에 근접할 것으로 점쳐진다.
그러나 알리익스프레스 및 테무가 초저가를 들이밀며 토종 쇼핑 앱의 입지를 위협하고 있다는 점은 새로운 변수로 떠오른다.
먼저 지난해 이마트는 사상 첫 적자를 기록했지만, 이커머스 계열사인 G마켓(지마켔)과 SSG닷컴(쓱닷컴)이 연간 영업손실 폭을 줄이는 데 성공해 눈길을 끌었다. G마켓은 수익성 개선 작업에 몰두했고, SSG닷컴은 ‘균형 성장 전략’으로 성장과 수익을 고루 잡기 위해 주력했다.
G마켓은 지난해 순매출이 1조1967억원으로 전년보다 9.2% 줄었으나 영업손실은 654억원에서 321억원으로 절반 넘게 개선됐다. 특히 지난해 4분기, G마켓은 4분기 2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면서 8개 분기만에 흑자로 전환됐다. 이는 지난 2021년 11월 G마켓이 신세계그룹에 피인수된 후 처음 거둔 분기 흑자이기도 하다.
SSG닷컴 역시 연간으로 놓고 보면 수익성 면에서 나름 선방했다. 지난해 연간 매출은 1조6784억원으로, 지난 2022년 매출보다 3% 줄었다. 이에 비해, 지난해 영업손실은 전년보다 적자 폭을 7% 개선한 1030억원을 기록했다. 총거래액(GMV) 역시 전년 대비 8% 성장했다.
롯데쇼핑 이커머스 사업부인 롯데온은 같은 기간 매출을 1131억원에서 1351억원으로 19.4% 늘린 동시에 영업손실을 1559억원에서 856억원으로 절반 가까이 줄였다. 앞서 연간 혹은 부분 실적을 발표한 다른 이커머스 업체들도 턴어라운드(실적 개선)에 성공했다.
컬리는 지난해 12월과 지난달, 2개월 연속 세금·이자·감가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흑자를 기록해 눈길을 끌었다. 이는 2015년 1월 회사 설립 이래 월간 기준 첫 EBITDA 흑자다. 특히 월간 총거래액이 성장하는 가운데 달성한 수익 개선이어서 더욱 의미가 남다르다. 컬리는 분기 EBITDA 흑자도 노리고 있다.
11번가 역시 오픈마켓(OM) 사업에서 지난해 5∼7월과 12월 EBITDA 흑자를 내면서 수익 개선 기대감을 높였다. 11번가는 이런 성과를 기반으로 올해 오픈마켓 사업 영업손익을 흑자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다. 내년 리테일을 포함한 전체 사업에서 영업이익 흑자 달성도 이뤄내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유통업계 공룡이 된 쿠팡은 한국시각으로 오는 28일 오전, 2023년 연간 및 4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다. 쿠팡은 지난 2021년 3분기를 시작으로 지난해 3분기까지 5개 분기 연속 흑자를 내면서 분위기도 완전히 달라졌다. 이변이 없는 한 올해 쿠팡은 사상 처음 연간 흑자를 달성한다. 올해 3분기까지 쿠팡 누적 영업이익은 4448억원이다.
쿠팡은 오프라인 매장 하나 없이 유통 공룡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쿠팡이 올해 전통 유통 강자로 꼽히는 이마트 매출을 3개 분기 연속 앞지르게 되면서, 국내 유통시장 1위 자리가 뒤바뀔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고물가 및 짠물소비 등 침체된 경기는 올해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흐름대로라면 대부분의 국내 주요 이커머스 기업들의 사정은 올해 더 나아질 전망이다. 그러나 알리익스프레스(AliExpress)와 테무(Temu) 등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 업체들이 새로운 변수가 되면서 한치 앞을 알 수 없게 됐다. 특히 ‘초저가’를 내세운 테무는 지난해 7월 국내 상륙 후 약 4개월 만에 265만명 가까운 사용자를 끌어 모았다.
19일 아이지에이웍스 마케팅클라우드에 따르면 2024년 1월 기준 테무 신규 설치 수는 약 222만건으로 확인됐다. 테무의 2024년 1월 월간 사용자 수(MAU)는 약 460만명으로 분석됐다. 그런가 하면, 지난해 8월 쇼핑 앱 신규 설치 수에서 알리는 약 72만건으로 1위를 기록했다. 이후 9월부터는 2024년 1월까지 테무가 가장 높은 신규 설치 수를 나타내면서 줄곧 1위를 차지했다.
또한, 알리는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 1000억원 투자를 예고하고, 물류센터 국내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언급하면서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다. 현재 알리는 한국 상품 판매 채널인 ‘케이베뉴’를 만들고, 국내 판매 입점사를 모집 중이다. 알리는 당분간 케이베뉴 판매자로부터 입점 및 판매 수수료를 받지 않을 방침이다.
여기에, 알리는 신선식품을 다루는 식으로 그로서리 부문을 강화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알리보다도 저렴한 중국 도매 사이트 1688닷컴이 한국 시장 진입 시기를 재고 있다는 점 역시 위협적이다.
막대한 비용 투자도 마찬가지다. 미국 리서치업체 센서타워에 따르면 테무가 지난해 4분기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집행한 광고 비용은 전년 대비 각각 318%, 101% 늘었다. 업계는 테무가 네이버, 카카오 등 플랫폼에도 광고 집행을 더욱 늘려 국내 소비자들을 빠르게 유인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 “정부가 국내 이커머스 업체들을 돕기 위해서라도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는 이유다.
최근 산업부는 자리를 따로 마련해 국내 이커머스 업체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국내 업체들은 한목소리로 국내외 기업 간 역차별이 부당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부 측은 “이 자리에서 나온 애로사항들을 한 번 다시 정리하고, 한국온라인쇼핑협회 및 대한상공회의소 등과 함께 어떻게 방안을 모델링할 것인지 추가로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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