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보민기자] 올해는 지구촌 선거의 해다. 미국·유럽연합(EU)은 물론,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태평양(이하 아태) 국가들 또한 리더십을 교체하기 위해 대대적인 준비 작업에 돌입했다.
이를 바라보는 보안 업계의 속내는 복잡해지고 있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가짜뉴스와 딥페이크 영상이 유포되는 것은 다반사, 여기에 인공지능(AI)을 활용한 해킹까지 증가하면서 보안 울타리를 강화하기 더욱 까다로워진 상황이다.
그러나 태국 방콕에서 <디지털데일리>를 만난 루팔 홀렌벡 체크포인트소프트웨어테크놀로지스(이하 체크포인트) 사장은 현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다고 자신했다. 사이버 보안 시장에서 'AI 위협에 AI 솔루션'으로 대응할 새 시장이 열렸기 때문이다. 특히 보안 투자가 증가한 아태지역에서 기회가 늘 것으로 내다봤다.
◆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체크포인트가 AI 무기 꺼낸 이유
홀렌벡 사장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대면 인터뷰를 통해 "AI는 차세대 사이버 보안 도구와 플랫폼의 원동력"이라며 "조직의 안전을 지킬 핵심 역할을 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체크포인트는 이날 방콕에서 열린 연례 글로벌 행사 'CPX 2024'에서 인피니티 AI 코파일럿 등 새 솔루션을 공개했다. 인피니티 AI 코파일럿은 사용자가 사이버 위협에 대한 질문을 하면, 관련 데이터를 분석해 답변을 줄 수 있다. 일종의 보안 전문 AI 조수인 셈이다.
홀렌벡 사장은 이번 행사 키노트 무대에 올랐던 새트빈더 매덕 와이프로 최고기술책임자(CTO)의 사례를 들며, 고객사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매덕에게 인피니티 AI 코파일럿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자 '더 빨리 사용해 볼 수 없겠냐'는 답이 돌아왔다"라고 말했다.
고객사는 왜 이 같은 반응을 보였을까. 홀렌벡 사장은 사이버 보안과 AI를 떼어 놓고 이야기할 수 없게 된 현 시장의 흐름을 짚었다. 현재 세계 주요국들은 사이버 보안 영역에서 AI가 양날의 검이 됐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AI 발전이 일상에 변화를 가져온 것은 분명하지만, 사이버 공격 또한 첨단 기술을 기반으로 정교해진 탓이다.
홀렌벡 사장은 연초 스위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_ 현장에서도 이러한 우려를 체감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의 경우 챗GPT를 필두로 AI가 가져올 변화를 논하는 데 집중했다면, 올해는 AI의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을 이야기하는 목소리가 많았다"고 밝혔다. 이어 "AI 발전에 눈을 크게 뜨고 흥분했던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조심스러운 분위기가 컸다"며 "AI와 사이버 보안의 교차점에 대해 자세하게 알고 싶어하는 이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특히 올해 중요한 선거를 앞둔 국가들이 많다는 점도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했다. 통상 선거 시기는 지정학적 이유로 다양한 보안 위협이 발생하는 때로 여겨진다.
홀렌벡 사장은 "올해 40개가 넘는 선거가 진행될 예정"이라며 "어떻게 딥페이크에 대응할지, 어떻게 신원을 보호할지, AI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지에 대한 고민이 깊어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피싱과 랜섬웨어 등 위협이 고도화된 점도 무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AI 위협에 AI 솔루션으로 대응하는 것이 효과적일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예방과 분석에 능한 AI 솔루션이 갖춰져 있다면, 첨단 위협에 대응하기 비교적 쉬워지기 때문이다. 홀렌벡 사장은 "AI를 악의적으로 사용하는 사람에 맞서기 위해 AI를 선하게 사용해야 할 때"라고 진단했다.
◆ 보안 투자 늘리는 아태지역, 체크포인트 '주목'
홀렌벡 사장은 올해 아태지역을 중심으로 사이버 보안 사업에서 기회를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아태 국가들은 두 자릿수 단위로 사이버 보안에 대한 투자를 늘릴 전망이다.
홀렌벡 사장은 "퍼블릭(public)과 프라이빗(private) 분야에서 많은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보고 있다"며 "아시아 전역에서 활동하는 기업들이 사이버 보안에 계속 투자하고 있는 만큼, 체크포인트를 향한 긍정적인 모멘텀을 기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선거는 물론 경제 회복세가 본격화되고 있고, 노후 장비와 기반을 갈아 끼울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한국에서도 기회요인을 늘릴 방침이다.
최근 체크포인트는 '강원 2024 동계청소년올림픽대회(YOG)'가 안전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사이버 보안 시스템을 구축한 바 있다. 홀렌벡 사장은 이번 프로젝트와 관련해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다.
체크포인트 IGS(Infinity Global Services)는 이번 프로젝트의 설계와 제공을 담당했고, 이와 관련된 모든 과정은 글로벌 보안 컨설팅 팀이 주도했다. 프로페셔널 서비스 팀은 전체 대회의 보안 업무를 맡아 운영했다. 체크포인트 퀀텀 방화벽은 이번 행사의 네트워크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모니 이메일 등의 제품은 엔드포인트 보안에 활용됐다.
홀렌벡 사장은 "체크포인트는 아태지역에 많은 투자를 이어왔고 이제는 실행에 옮길 차례"라며 "시장 인지도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투자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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