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보민 기자] 신임 국가정보원장을 심사하기 위한 인사청문회가 오는 11일 열린다. 최근까지 국가안보실장을 지낸 조태용 후보자가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조 후보자는 미국과 북한 이슈에 특화된 외교·안보 분야 '멀티 플레이어'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서울대학교 정치학을 전공한 조 후보자는 1980년 제14회 외무고시에 합격하며 본격 외교관의 길을 걸었다. 이후 주미대사관 1등서기관, 외무부 북미2과장, 외교통상부 북미1과장, 외교통상부 북미국장, 외교통상부 제1차관 의전장 등 핵심 요직을 거치며 '미국통'이라는 수식어를 얻기도 했다.
특히 조 후보자는 2005년 9·19 공동성명 채택 당시 6자회담 차석대표로 북핵 6자회담에 직접 참여하며 대외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당시 북핵외교기획단장을 맡았던 그는 차분하고 논리적인 면모를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북핵 전문가로서 입지를 다진 셈이다. 9·19 공동성명은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는 대가로 북학의 안전을 지원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물론 북한은 이후 핵 개발에 몰두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지금까지 나온 북핵 대응 성명 중 가장 획기적인 성과로 꼽히고 있다.
이후 조 후보자는 국내외를 넘나들며 종횡무진한 행보를 이어갔다. 2011년 주호주 대사로 근무하며 활동 범위를 넓혔고, 2013년에는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으로 터를 옮겨 북핵 정책에 대한 실무 업무를 총괄했다. 박근혜 정부로 넘어왔을 때에는 외교부 제1차관과 국가안보실 제1차장을 역임했다. 30여년 만에 미국과 북한을 아우르는 외교·안보 터줏대감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당시 조 후보자는 미국의 국가 안보 담당자들과 직접 호흡을 맞추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한미 전략회의를 주재하며 현지 담당자들을 대면했고, 토니 블링컨 현 미국 국무부 장관과 전략협의를 나누며 네트워크를 강화하기도 했다. 블링컨 장관은 현재 조 바이든 행정부의 핵심 참모 중 하나로 꼽힌다. 블링컨 장관과의 인연은 조 후보자가 최근 윤석열 정부에서 국가안보실장을 지냈을 때까지 이어졌다.
이후 조 후보자는 제21대 국회 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본격 정치권으로 활동 영역을 넓혔다. 당시 조 후보자는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에 비례대표로 입성했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활동을 이어갔다.
2022년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서 조 후보자는 다시 정부 참모로 자리를 옮겼다. 이때에도 '미국통' 수식어가 빛을 발했다. 조 후보자는 윤석열 정부 초대 주미대사로 임명돼 같은 해 6월 미국에 부임했다.
지난해 3월에는 국가안보실장으로 임명되며 정부의 외교·안보 핵심 참모로 이름을 올렸다. 1년이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대미·북핵 분야에서 활동하며 우호국과 공조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 국빈방문,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의 등 정부의 핵심 외교 무대에 등장하며 외교·안보 사령탑의 면모를 보여주기도 했다.
이제 조 후보자의 다음 터로 거론되는 곳은 국정원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공백인 국가정보원장 후보자로 조태용을 지명했다. 조 후보자는 윤석열 정부 인수위 시절 첫 외교부 장관과 국정원장 후보로 검토되기도 했다. 이번 인사청문회를 거쳐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 관심이 주목되는 이유다.
정보보호 업계 한 관계자는 "국가 외교·안보 분야 대표주자, 대미와 북핵 이슈에 능하다고 평가받는 인물"이라며 "과거 이력 등 걸림돌이 될 만한 문제가 없다면 무리 없이 국정원장 자리에 오를 것으로 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조 후보자가 국정원장 자리에 공식 임명된다면 한국판 사이버안보법을 제정하기 위한 논의가 다시 물살을 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조 후보자는 2020년 전 미래통합당 의원이었을 당시 사이버안보 기본법을 주도한 바 있다. 해당 법안에는 민·관이 협력해 사이버 공격에 실시간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는 내용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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