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지상파3사와 케이블TV 업계간 가입자당재송신료(CPS) 협상이 진행 중인 가운데, 양측 모두 간극을 좁히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지상파3사는 매년 재송신료 인상을 관철해 왔지만, 케이블TV 업계는 더 이상 높은 재송신료를 감당할 수 없다며 10~20% 수준의 인하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주요 케이블TV 사업자들은 KBS·MBC·SBS 등 지상파3사와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개년분에 대한 재송신료 계약 협상을 진행 중이다.
재송신료는 지상파 콘텐츠에 대한 이용대가다. 케이블TV와 IPTV 등 유료방송 사업자들은 콘텐츠를 제공한 지상파3사에 시청자로부터 받은 수신료의 일부를 배분해 왔다.
문제는 재송신료의 적정 수준에 대해 늘 양측의 간극이 컸다는 점이다. 지상파3사는 매년 콘텐츠 제작비가 오르는 데다 유료방송사가 자신들의 콘텐츠로 가입자를 확보했으니 재송신료를 인상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유료방송사들은 지상파가 갈수록 하락하는 시청률에 비해 많은 재송신료를 받아가고 있다고 피력한다.
실제 지상파3사는 종합편성채널(종편)과 시청률 차이가 크지 않음에도 콘텐츠 대가는 훨씬 많이 받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하영제 의원(무소속)이 닐슨코리아 기반 시청률과 방송사업자 재산상황 공표집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3년간(2020~2022년) 평균 시청률은 지상파(KBS 2TV 2.41%, SBS 1.97%, MBC 1.67%)와 종편(TV조선 1.97%, MBN 1.28%, JTBC 1.08%)이 서로 비슷했다. 하지만 이 기간 유료방송사가 지급한 연평균 콘텐츠 사용료는 KBS 2TV 1300억원, MBC 993억원, SBS 973억원, JTBC 434억원, TV조선 382억원, MBN 382억원 순으로 높았다.
케이블TV 업계는 이러한 점을 들어 이번 협상에서 지상파3사에 대한 재송신료를 10~20%가량 인하하길 원한다. 업계 관계자는 “시청률 같은 객관적 기준과 상관 없이 오로지 협상력에만 의존하다 보니 케이블TV의 콘텐츠 사용료 지급액은 단 한 번도 감소한 적이 없다”며 “종편이나 일반 PP(방송채널사용사업자)가 가져가야 할 몫을 지상파가 독식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몇몇 케이블TV 업체는 무료VOD(FVOD)도 더 이상 구매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한 상태다. FVOD는 유료 공급 후 평균 한달의 홀드백(방영유예기간)을 두다 보니 콘텐츠 경쟁력이 떨어지는데, 지상파3사는 그동안 재송신료 협상과 연계해 FVOD를 강매해 왔다는 게 케이블TV 업계의 주장이다.
하지만 여전히 협상력이 강한 지상파에 맞서 케이블TV 업계가 이러한 요구를 관철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매번 반복되는 재송신료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정 정도 정부 개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이러한 이유로 콘텐츠 대가 산정 가이드라인을 준비 중이다. 다만 지상파3사에 대해서는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규제 권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과기정통부가 추진하는 가이드라인에 지상파3사가 참여할지 미지수다. 과기정통부는 방통위와 관련 협의를 진행 중이란 입장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콘텐츠 대가 기준을 바로잡으려는 정부 방침도 있고 해서 지상파도 예전만큼 재송신료 인상을 밀어붙이지는 못하는 분위기”라며 “사업자들의 협상력이 비대칭적인 문제에 있어서는 정부가 어느 정도 관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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