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최민지 기자] 전세계 산업 게임체인저 ‘챗GPT’가 등장하면서, 각국이 인공지능(AI)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빅테크 기업 중심으로 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만큼, 한국도 AI 국가 경쟁력을 세우기 위해 국내 기업에 파격적인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0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 소속 양항자 의원(한국의희망)은 산업통상자원부 국정감사 참고인으로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이노베이션센터장을 신청해 “이제, 초거대 생성형AI 기술을 국가 전략 기술로 지정하고 있다”며 “연구개발과 시설투자에 따른 세액공제를 해줘야 된다고 보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의했다.
이에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이노베이션센터장은 “세액공제 수준을 넘은 굉장히 파격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며 “최소한 공공영역에서의 활용을 전제로 하더라도, 공동투자같은 지금까지는 없었던 지원을 해야만 글로벌 경쟁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챗GPT로 촉발된 생성AI는 특정 앱이나 서비스가 아닌, 기반 기술로 엄청난 잠재력을 보이고 있다. 골드만삭스에선 글로벌 GDP(국내총생산) 7% 성장을 견인하고, 블룸버그에선 1600조원 시장이 10년 내 만들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빅테크 기업들이 투자를 아끼지 않고, 주요 국가들이 발 벗고 나선 이유다.
이미 해외 각국 정부는 AI 패권을 차지하고자 대규모 프로젝트 예산을 쏟아내고 있다. 영국은 1조6000억원을 투자했고, 일본 정부는 소프트뱅크가 초거대AI 자체 기술을 개발하는 데 550억원 보조금을 투입했다. 하지만, 한국은 내년도 연구개발(R&D) 예산을 오히려 삭감해 학계 및 산업계에서 AI 연구 발전을 우려하고 있다.
규제도 걸림돌이다. 최근 한국에선 네이버와 같은 빅테크 플랫폼 규제를 시사하고 있으며, 올바른 AI 발전을 위해 법적 규제를 만들겠다는 의지까지 드러냈다. 한국에서 논의하는 플랫폼 규제는 대체적으로 유럽연합(EU)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EU의 규제 목적은 미국 빅테크의 종속화를 막기 위한 데 있다. 자국 플랫폼과 AI 기술을 보유한 한국과는 다른 상황이다. 한국은 EU와 달리 초거대AI 전세계 3위 국가인 만큼, 규제보다 성장에 목적을 둬야 한다는 제언이다.
이와 관련 하 센터장은 “강하게 규제를 펼치는 EU는 초거대AI도 플랫폼도 없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기술 종속을 막기 위한 규제에 가깝다”며 “미국은 반대로 최근에 빅테크 최고경영자(CEO)들을 초청해 규제 관련 논의를 했다. 규제가 목적이 아니라, 게임의 룰을 잘 만들어 이 안에서 미국 AI 경쟁력을 극대화해 세계최강 자리를 유지하겠다는 데 본질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 미국에선 에릭슈미트 전 구글 회장이 미 인공지능 국가안보위원회(NSC AI) 위원장을 맡아 국가 전략을 마련하는 한편, 정부에 조언을 하는 조직까지 만든 바 있다. 사실상 국가대항전”이라고 덧붙였다. 에릭 슈미트 전 구글 회장은 지난 2019년부터 2021년까지 미국 국가안보회의(NSC) 산하 AI위원회의 위원장을 역임했다.
더군다나, 인재도 부족한 상황이다. 전세계적으로 AI 인력 영입 경쟁이 이뤄지고 있는데, 뛰어난 인재들은 주로 해외 기업을 선호한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기업과 학교 간 산학협력도 중요하다. 이뿐 아니라 한국은 연구개발 이후 사업화로 성공하는 부분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 센터장은 “한국은 글로벌 AI 인덱스 리포트에서 6위를 차지했는데, 커머셜 순위가 낮다. 실제 사업화로 성공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현실 문제를 잘 풀 수 있는 인재가 글로벌 전체적으로 굉장히 많이 부족한 것도 맞다”고 설명했다.
또 “한국 인구가 줄어드는 저성장 국면에서, (AI를) 새로운 성장 엔진 도약 기회로 삼아야 한다”며 “기업이 개별적으로 할 수 있는 부분은 제한될 수 있기에, 국가 전체 AI전략을 잘 수립해, 민간기업이 경쟁력 있는 연구개발과 사업화를 앞서 할 수 있도록 지원해달라”고 주문했다.
한편, 오픈AI ‘챗GPT’를 시작으로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메타와 같은 해외 빅테크 기업들이 대규모언어모델(LLM)을 잇따라 공개하며 생성형AI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네이버 또한 ‘하이퍼클로바X’를 8월에 선보였다. 네이버는 해외 기업과 달리 한국 문화와 사회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AI를 내세우고 있다.
하 센터장은 “해외 빅테크 기업들의 AI들이 한국어를 잘 쓴다고 하지만, 한국 자체에 대한 이해도가 굉장히 낮다. 예를 들면, 다케시마가 어느 나라 땅이냐 물어보면 분쟁지역이라고 얘기를 한다”며 “네이버가 만든 하이퍼클로바X는 한국 문화와 사회에 대한 이해도가 높기에, 이러한 차이가 스타트업들이 서비스를 만들 때 큰 품질 차이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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