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판매자들이 플랫폼에 입점해 물건을 파는 온라인쇼핑 플랫폼 시장이 커지면서 ‘가품 판매’가 고질적 문제로 떠올랐다. 관련 문제는 종합몰로 불리는 오픈마켓부터 명품·리셀 플랫폼까지 모두 해당한다.
가품 판매 문제가 지적되다 보니 국회에서 조치를 위해 움직이고 있다. 지난 7월에만 오픈마켓 가품 판매를 방지하는 관련 법률 개정안이 3건 발의됐다. 단 이중 가품 판매 차단 의무를 온라인플랫폼에만 지우는 듯한 내용은 시장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권명호 의원(국민의힘)과 이원택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각각 부정경쟁방지법, 상표법 개정안을 추진하며 사전의무로서 온라인플랫폼 책임을 명시했다. 의안명만 다를 뿐 담긴 내용은 거의 동일하다.
각 개정안에선 온라인플랫폼사에 위조상품 판매 같은 부정경쟁(상표권 침해)행위가 발생하는지 모니터링과 신고 의무를 부과했다. 플랫폼사들은 부정경쟁행위로 인정된 사안은 상품 판매 중단 및 판매자 계정을 영구 삭제 후 이를 특허청장에 알려야 한다. 관련 예방 및 근절 조치를 하지 않은 통신판매중개업자는 10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한다.
쉽게 해석하면 온라인 플랫폼사들은 가품 판매가 되고 있는지 상시 모니터링 해야하고, 이를 발견하지 못해 예방에 실패했을 경우 벌금을 문다는 의미다. 물론 가품을 판매할 경우 소비자 피해는 물론 브랜드 입장에서도 이미지 타격 등 손실을 입는다. 이런 점에서 하루 빨리 근절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오픈마켓 가품 판매 상시 모니터링은 이미 이전부터 진행 중이다. 업계 자체적으로도 가품 근절이 결국 플랫폼사 경쟁력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오픈마켓 자체는 물론 특허청에서도 가품에 대한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정부와 업계가 적극 노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품 근절이 되지 않는 게 현 상황이다. 이런 시점에서 플랫폼사에 근절 조치를 못했을 때 과태료를 물게 하는 건, 모든 책임에서 정부는 물러나 있고 플랫폼에만 떠넘기는 행위로도 비칠 수 있다.
더군다나 전통 명품 아닌 신흥 브랜드들이 계속 등장하는 가운데, 플랫폼 사업자들이 모든 가품을 걸러내기란 불가능하다. 가령 지난해 무신사와 크림이 해외브랜드 '에센셜' 티셔츠를 두고 가품 논쟁을 벌였을 때, 결국 제조업체가 이례적으로 개입해 진가품 여부를 판명해줬다. 당시 무신사는 공식 유통사에서 가품을 팔았다기 보단, 제조사가 '개체차이'를 인정하지 않았다는 데 무게를 뒀다.
즉 동일제품이라 해도 생산공장이나 제작 시기가 다를 경우 외형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렇듯 진품인지 가품인지 애매한 지점에 있을 경우도 있고, 플랫폼이 입점업체 판매 활동을 침해하는 행위로 보지 않는다는 명확한 기준도 필요하다.
구체적인 논의 없이 섣불리 해당 개정안을 추진하게 되면 플랫폼사들은 검증된 대형 브랜드만 선호하고 일반 판매자 입점 장벽을 높여버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판매자 누구나 플랫폼을 통해 소비자들을 만날 수 있다는 오픈마켓 의미가 퇴색된다. 소비자 보호와 판매자 상생을 함께 고려하는 보다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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