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유승 기자] "아무래도 뒷배경이 든든한 우량 기업에서 인수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매물로 나온 MG손해보험을 향한 금융권 관계자의 말이다. 어쩌면 뻔한 내용으로 그칠 수 있는 이 말이 어쩐지 MG손보에겐 뼈아프게 다가온다.
MG손보의 탄생 배경을 보면 쉽게 이해가 간다.
'국제손해재보험', '국제화재해상보험', '그린화재해상보험', '그린손해보험'. MG손보가 1947년부터 2012년까지 거쳐온 이름들이다. 이 중 MG손보에게 특히나 아픈 손가락으로 기억되는 이름은 '그린손해보험'일 것이다.
2001년 국제화재라는 이름을 달고 있던 MG손보는 금융감독위원회로부터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됐다. 임원들의 업무를 정지시킨 후 회사를 매각할 것을 결정한 금감위의 결정에 따라 국제화재는 극동유화그룹 계열사인 근화제약 손에 넘어가게 됐다. 이때 바뀐 이름이 그린화재해상보험이다.
이런 와중에 인수합병 전문가 이영두 회장이 등장했다. 그린화재해상보험의 2대주주로 경영에 참여하기 시작하다가 2007년엔 아예 회사의 주도권을 잡고 사명도 그린손해보험으로 변경했다.
하지만 이 회장은 2009년 11월부터 위기에 몰리기 시작했다. 그린손해보험이 신한은행과 보험금 지급 관련 소송을 벌이고 있던 가운데, 금융당국은 그린손해보험이 101억원의 지급준비금을 적립하지 않았다며 이 회장에게 문책을 경고했다.
이후 부실한 재무건전성으로 입에 오르던 그린손해보험은 결국 2012년 5월 또다시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됐다. 자본확충 방안 등을 담은 그린손해보험의 경영개선계획을 불승인한 금융위원회의 결정으로 그린손해보험은 공개 매각 절차를 밟게 됐다.
매물로 나온 그린손해보험에 자베즈인베스트먼트가 인수 주체자로, MG새마을금고가 핵심 투자자로 참여했다. 그렇게 2013년 5월 새로운 사명을 달고 다시 탄생하게 된 게 MG손보였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해결된 게 아니었다.
새로운 주인으로 바꼈음에도 MG손보의 경영정상화는 쉽사리 이뤄지지 않았다. 금융당국은 2019년 MG손보에 경영개선명령을 내리고 자본확충, 대주주 변경 등을 촉구했다. 이에 사모펀드 JC파트너스로 대주주가 바뀌었으나 지난해 결국 MG손보는 또다시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됐다.
이 같은 MG손보의 사연을 두고 현재 매각 절차를 밟고 있는 지금과 꼭 닮았다는 말이 업계에서 적지 않게 나온다.
JC파트너스는 금융위원회를 상대로 MG손보의 부실금융기관 취소 지정 소송을 걸었지만, 지난 17일 본안 1심 판결에서 패소했다. 이에 예금보험공사가 주도권을 잡고 MG손보의 매각도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MG손보의 잠재 인수사로는 포트폴리오 확대를 위한 우리금융지주와 교보생명이 꼽히고 있다. 다만 MG손보의 새로운 주인이 이들 중에서 나올지, 또 다른 누군가로 낙점될지, 아니면 그저 정처없이 표류하게 될 지는 아무도 모른다.
MG손보가 매번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되고 새로운 주인을 찾아 헤매는 건 대주주의 자금력이 충분히 뒷받침 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만큼은 MG손보가 제대로 된 주인을 맞이하길 바란다. 매번 불안에 떨던 MG손보 가입자들의 입에서 "보험사가 파산하면 보험금은 어떻게 받을 수 있을까요?"라는 우려 섞인 질문이 더 이상 나오지 않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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