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정위, 최종 동의의결안 기각…“보상안 미흡”
- 삼성전자 “3600억원 손실”…소송 가능성 제기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삼성전자에 갑질한 혐의를 받는 미국 브로드컴의 자진 시정 방안(동의의결안)에 퇴짜를 놓았다. 피해보상 수준이 충분치 않다는 이유에서다. 공정위가 브로드컴 불공정행위를 재심사할 예정인 가운데 삼성전자는 소송전도 불사할 것으로 관측된다.
참고로 동의의결은 제재 대상 기업이 자발적으로 피해 구제안 등을 마련하면 심의를 거쳐 법적제재를 가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는 제도다.
13일 공정위는 지난 7일 개최된 전원회의에서 브로드컴 인코퍼레이티드(브로드컴 본사), 브로드컴 코퍼레이션, 아바고 테크놀로지스 인터내셔널 세일즈 프라이빗 리미티드, 아바고테크놀로지스코리아 주식회사(한국지사) 등 4개사의 거래상 지위 남용 관련 최종 동의의결안을 기각했다고 발표했다. 공정위가 동의의결 절차를 진행하다가 기각 결정을 내린 것은 2011년 제도 도입 이후 처음이다.
앞서 브로드컴은 삼성전자에 대해 구매주문 승인 중단, 선적 및 기술지원 중단 등을 통해 스마트기기 부품공급에 관한 장기계약(LTA) 체결을 강제한 혐의를 받았다.
구체적으로 삼성전자는 2021년 1월1일부터 2023년 12월31일까지 3년 동안 브로드컴 스마트기기 부품을 매년 7억6000만달러(약 9700억원) 이상 구매하고 금액이 이에 미달하는 경우 차액만큼을 배상해야 했다. 삼성전자는 부품공급이 끊기면 완제품 생산 차질이 불가피한 만큼 불합리한 조건을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가 해당 사안에 대해 공정거래법상 거래상 지위 남용을 적용해 심사하던 중 브로드컴이 동의의결 개시를 신청했다. 작년 8월 2차례 공정위는 브로드컴이 당시 제출한 시정방안에서 개선 및 보완 의지를 확인하고 동의의결 절차를 개시하기로 했다.
올해 1월 브로드컴은 ▲스마트기기 제조사에 대한 부품 계약 강제 및 부품 선택권 제한 등 금지해 거래상대방 부품선택권 보장 ▲200억원 규모 상생기금 조성해 반도체 분야 중소사업자 지원 ▲삼성전자가 구매한 부품에 대한 기술지원 및 품질보증 등이 포함된 시정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다만 공정위는 이러한 조치가 거래 질서 회복이나 다른 사업자 보호에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삼성전자에 대한 품질보증·기술지원 확대 등은 그 내용과 정도에 있어 피해보상으로 미흡하고 거래상대방인 삼성전자도 수긍하고 있지 않다”면서 “조속히 전원회의를 열어 브로드컴의 법 위반 여부, 제재 수준 등을 결정하기 위한 본안 심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삼성전자는 브로드컴 갑질로 인한 피해액이 3600억원에 달한다고 주장 중이다. 공정위 역시 브로드컴 강요로 삼성전자가 금전적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브로드컴 위법 혐의가 인정될 시 공정위는 거래상 지위 남용으로 매길 수 있는 최대 과징금인 200억원을 부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별개로 삼성전자는 공정위 제재 이후 브로드컴에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것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전자는 “공정위가 의미 있는 결정을 했다고 본다. 추후 결과를 보고 대응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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