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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콧대 높은' 현대차 뚫었다…車 반도체 국산화 가속 [소부장반차장]

이재용 회장(위에서 2번째)과 정의선 회장
이재용 회장(위에서 2번째)과 정의선 회장

- 삼성, 시스템LSI·파운드리 사업부 동반 호재

- 토종 디자인하우스·팹리스 역할 확대 기대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간 반도체 동맹이 본격화한다. 이전까지 부차적인 협력에 그쳤다면 이번에는 핵심 분야에서 손을 잡게 됐다. 단순히 양 그룹 거래를 넘어 국내 반도체 산업 전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7일 삼성전자는 2025년부터 현대차 차량에 프리미엄 인포테인먼트(IVI)용 프로세서 ‘엑시노스 오토 V920’을 공급한다고 발표했다. IVI는 엔터테인먼트와 인포메이션 시스템을 총칭하는 용어다.

해당 칩은 삼성전자가 지난 2019년 내놓은 ‘엑시노스 오토 V9’ 후속작으로 아우디가 활용한 바 있다. 참고로 2021년 출시한 미드레인지 제품 ‘엑시노스 오토 V7’은 폭스바겐이 적용했다.

삼성전자는 “V920은 이전 세대 대비 대폭 향상된 성능으로 운전자에 실시간 운행정보는 물론 고화질 멀티미디어 재생, 고사양 게임 구동 등 엔터테인먼트적 요소를 지원해 최적의 모빌리티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V920은 V9보다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 신경망처리장치(NPU) 성능이 각각 1.7배, 2배, 2.7배 강화된 것으로 전해진다.

우선 이번 협력은 주체가 삼성과 현대차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과거 양 그룹은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는 경쟁 관계였다. 현대차가 반도체를 키우고 삼성이 자동차 사업에 뛰어들면서 갈등이 일기도 했다. 지난 2017년에는 삼성전자가 하만을 인수하자 인포테인먼트 협력 업체를 LG전자, 보스 등으로 교체하기까지 했다.

결과적으로 삼성은 자동차를, 현대차는 반도체를 포기하면서 양 그룹의 미묘한 분위기는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이재용 회장과 정의선 회장은 지난 2020년 단독 회동을 기점으로 여러 자리에서 수차례 마주하면서 협력 논의를 이어온 것으로 파악된다.

[사진=현대자동차]
[사진=현대자동차]

이미 삼성전자는 현대차에 메모리, 이미지센서 등을 납품한 전적이 있으나 차량용 AP는 사실상 처음이다. 시스템반도체 육성 과정에서 자동차 시장 공략을 공언한 만큼 현대차라는 대형 고객을 확보한 부분은 플러스 요인이다. 엑시노스 오토 시리즈를 설계하는 시스템LSI사업부는 물론 제조를 맡을 파운드리사업부까지 수혜를 입는 덕분이다.

이러한 흐름은 토종 팹리스, 디자인하우스 등에도 호재다. 텔레칩스, 넥스트칩 등은 삼성 파운드리를 통해 생산한 반도체를 현대차에 공급 중이다. 코아시아 등 삼성의 디자인솔루션파트너(DSP)는 일련의 과정을 연계하고 있다. 삼성과 현대차 반도체 밀월이 짙어질수록 이들 역시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현대차는 차량용 반도체를 퀄컴, 엔비디아, 인피니언 등 외산 기업에 의존해왔다. 코로나19 기간 반도체 부족 사태가 발발하면서 공급망 다변화를 추진했다는 후문이다. 이를 계기로 삼성을 비롯한 국내 협력사와 시너지 확대가 기대된다. 특히 현대차가 전기차와 SDV(Soft ware-Defined Vehicle) 부문을 강조함에 따라 반도체 사용량을 대폭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SDV는 소프트웨어(SW)로 하드웨어(HW)를 제어하고 관리하는 모빌리티를 일컫는다.

중장기적으로는 다른 삼성 계열사도 현대차와 거래를 트거나 늘릴 것으로 예측된다. 실제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생산하는 삼성디스플레이는 아이오닉에 이어 제네시스까지 담당하게 됐다. 향후 적층세라믹콘덴서(MLCC)를 제공하는 삼성전기는 카메라 분야로 확장, 삼성SDI는 전기차 배터리 납품이 예상된다.

한편 시장조사기관인 IHS에 따르면 작년 기준으로 전 세계 차량용 반도체 시장 규모가 680억달러를 넘어섰다. 2029년 말까지 1430억달러로 커져 2배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등 국내 반도체 업계는 자동차 시장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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