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미국이 대중(對中) 반도체 제재 속도 조절에 나설 전망이다. 한국, 대만 등 반도체 동맹국의 불만을 잠재우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서는 중국 공장 운영에 어느 정도는 숨통이 트일 것으로 관측된다. 최근 중국이 대내외적으로 불편한 감정을 드러내는 점은 변수다.
12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앨런 에스테베즈 미국 상무부 차관은 지난주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와의 모임에서 “중국에 첨단 반도체·설비 반입을 금지한 수출 통제 유예 정책을 연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관련 내용은 조만간 발표될 예정으로 얼마나 연장할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미국은 지난해 10월부터 중국으로 들어가는 반도체 장비를 규제하고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은 1년 유예를 받은 상태다. 오는 10월이면 중국 내 최신 설비 투입이 전면 통제될 예정이었다.
이렇게 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장기적으로 중국 메모리 생산라인 운영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현재 삼성전자는 낸드플래시 40%, SK하이닉스는 D램 40% 및 낸드 20%를 중국에서 양산하고 있는데 추후 장비 수리 및 교체 등이 제한되는 탓이다.
이에 한국 정부와 반도체 업계에서는 미국 측에 관련 조치 연장을 요청해왔다. 이러한 요구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한국 등에) 피해를 주지 않을 것”이라고 답변한 바 있다.
WSJ는 “밀접하게 연결된 세계 경제 상황에서 중국을 첨단 기술로부터 고립시키려는 노력이 예상보다 어렵다는 것을 미국이 인정했다는 게 업계의 평가”라며 “국내외 반도체 업체들은 중국 사업을 제한하려는 미국의 움직임에 반대해왔다”고 전했다.
다만 미국 상무부는 이번 보도에 대해 별도의 답변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미국과 계속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원만히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한편 미국는 지난 3월 반도체 지원법 안전장치(가드레일) 조항을 공개하면서 보조금 수령 시 중국, 러시아 등 위험국가에 10년간 실질적인 반도체 생산능력(캐파) 확장을 금지했다. 구체적으로 캐파 증대는 첨단 반도체 5%, 범용 반도체 10%로 제한되고 10만달러(약 1억3000만원) 이상 거래도 못 한다. 고부가 장비 반입 금지 유예와 별개로 중국 반도체 공장을 의미 있는 규모로 확장 또는 업그레이드하는데 여전히 한계가 있다는 의미다.
아울러 중국에서도 미국 편에 서려는 한국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싱하이밍 중국 주한대사는 "미중 갈등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미국 승리에 베팅하는 것 같은데 이는 분명히 잘못된 판단"이라고 비판했다. 중국이 노골적으로 한미 반도체 동맹을 저격한 만큼 국내 기업을 향한 중국의 직간접적인 공세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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