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지난 1분기 미국 마이크론에 D램 2위 자리를 내준 SK하이닉스가 자존심 회복에 나선다. 더블데이터레이트(DDR)5, 고대역폭 메모리(HBM)3 등 최신 제품으로 승부수를 띄운다.
30일 SK하이닉스는 10나노급 5세대(1b) D램 개발을 끝내고 이 기술이 적용된 서버용 DDR5를 인텔에 제공했다고 전했다. 해당 제품은 인텔 데이터센터 메모리 인증 프로그램 검증 절차에 돌입했다.
DDR5는 국제반도체표준협의기구(JEDEC)이 정한 차세대 D램 규격이다. DDR은 한 클럭 사이클 동안 두 번 데이터 신호를 송수신할 수 있다. ▲DDR 2차선 ▲DDR2 4차선 ▲DDR3 8차선 ▲DDR4 16차선 ▲DDR5 32차선 수준으로 확대된다. 최신 버전인 DDR5 D램의 칩당 최대 용량은 64기가비트(Gb)다. DDR4 D램(16Gb) 대비 4배 높다. 소비전력은 1.1볼트(V)로 약 9% 적다. 더 적은 전력으로 더 좋은 성능을 내는 것이다.
D램 규격이 달라지면 함께 쓰이는 중앙처리장치(CPU)도 변화해야 한다. DDR5 D램에 맞춰 동작할 수 있는 CPU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인텔은 올해 초 차기 서버용 CPU ‘사파이어 래피즈’를 출시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인텔은 데이터센터 메모리 인증 프로그램을 통해 메모리 제조사의 칩을 검증하고 있다. 지난 1월 SK하이닉스는 인텔로부터 DDR5 기반 10나노급 4세대(1a) D램 인증을 받았다. 4세대에 이어 5세대도 SK하이닉스가 세계 최초다.
통상 새 규격에 대한 인증 절차는 업계 선두인 삼성전자가 가장 먼저 진행해왔다. 다만 최근 수년간 주요 메모리 업체 간 기술 격차가 줄어들었고 DDR5 시대 들어서는 SK하이닉스가 비교적 빠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DDR5인 1b D램을 가장 먼저 상용화했으나 AMD 전용 제품을 공급 중이다. 인텔과는 테스트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데이터센터 CPU 분야에서 인텔이 점유율 80% 이상을 차지하는 것을 고려하면 인텔에 우선순위를 둔 SK하이닉스가 초기 시장 선점에 유리할 가능성이 크다.
SK하이닉스는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부 인수 전후로 인텔과 밀접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 인텔이 반도체 왕좌를 두고 다투는 데다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부문에서도 정면 대결을 앞둔 만큼 SK하이닉스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물론 삼성전자가 메모리 1위임은 분명하기 때문에 양사 간 관계가 틀어지는 상황이 벌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SK하이닉스는 HBM 부문에서도 한발 앞서는 분위기다. HBM은 여러 개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해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대폭 끌어올린 고성능 제품이다. 1세대(HBM)-2세대(HBM2)-3세대(HBM2E)-4세대(HBM3) 순으로 개발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업계 최초로 HBM3를 개발(2021년) 및 양산(2022년)한 바 있다. 최근에는 기존 제품과 동일한 크기로 더 많은 용량을 제공하는 12단 적층 HBM3 24GB(기가바이트) 패키지를 처음으로 개발한 바 있다. AMD 등에 샘플을 제공하며 상용화 작업을 거치고 있다.
한편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023년 1분기 D램 시장에서 SK하이닉스는 점유율 23.9%로 마이크론(28.2%)에 밀려 3위를 기록했다. SK하이닉스는 1분기 매출이 전기대비 31.7% 하락하면서 D램 톱6 중 가장 큰 낙폭을 나타냈다. 반면 마이크론은 차량용 D램 등 수요가 나쁘지 않아 상대적으로 여파가 덜 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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