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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가수의 히트곡 vs 유명가수의 실패곡…곡당 저작권료 산정 ‘집중’ [IT클로즈업]

[디지털데일리 강소현 기자]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이하 ‘한음저협’)의 새로운 정산제도 도입을 두고 음악 저작권자와 이용자간에 상반된 의견이 나타나고 있다. 한음저협은 곡별 정산제도 도입으로 저작권료의 투명한 정산과 분배가 가능해질 것이라는 입장인 반면, 방송사업자들은 현재의 제작시스템을 반영하지 못한 정산제도라고 지적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한음저협은 최근 지상파 방송 음악 저작권료와 관련 곡별 정산제도 도입 추진을 위한 ‘음악저작물 사용료 징수규정’(이하 ‘징수규정’) 개정안을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에 제출했다.

곡별 정산제도는 방송에 음악을 사용하기 위해 방송사가 지급해야 할 곡당 저작권료를 정한 뒤, 방송사가 사용한 음악의 수량만큼 정산하는 제도다. 즉, 최종 저작권료는 ‘곡당 저작권료X사용곡 수’에 따라 산정된다.

기존 방송음악 저작권료는 포괄계약 방식으로 정산됐다. 예컨대 놀이공원의 자유이용권처럼 방송사 매출액의 일정 비율을 저작권자에게 지급하기만 하면, 지정된 기간 내 자유롭게 음원을 사용할 수 있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러한 포괄계약의 경우 음악 저작권료의 투명한 정산과 분배가 어려웠다는 게 한음저협의 주장이다.

한음저협 관계자는 “방송에서 최종 사용된 음원의 경우 제작단계에서 작성된 큐시트와 다른 경우도 많다. 곡별 정산제도의 장점은 큐시트에서 추후 추가된 음원들에 대해서도 정산을 계속 이어갈 수 있다는 부분”이라며 곡별 정산제도 도입 추진의 배경을 밝혔다.

한음저협이 곡별 정산제도 도입을 추진한 배경엔 ‘음악저작물 관리비율’(이하 ‘관리비율’)에 대한 부담감도 있었을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지금까지 최종 저작권료는 ‘매출액×음악사용료율×조정계수×관리비율’에 따라 산정됐다. 관리비율은 방송사업자가 이용하는 총 음악저작물 중 음저협이 관리하는 저작물이 차지하는 비율로, 관리비율이 높아질수록 저작권료 역시 높아지는 구조다.

하지만 이 관리비율을 두고 한음저협과 방송사업자 간 갈등이 존재했다. 문체부에 따르면 한음저협은 2021년 방송사업자와의 계약건(203건) 중 200개 계약 건의 관리비율을 90% 이상, 주로 97.28%로 설정했다. 하지만 방송업계는 2021년 한음저협이 KBS와 MBC를 상대로 낸 저작권사용료 청구 소송을 근거로 관리비율이 이보다 낮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대법원이 추정한 한음저협의 적정 관리비율은 각각 80.59%, 81.47%이다.

새로운 정산제도에서 사업자들이 주목하는 부분은 ‘곡당 저작권료’다. 곡당 저작권료의 산정식이 아직 공개되지 않았는데, 모두가 납득할만한 기준을 마련할 수 있겠냐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방송업계 관계자는 “유명 가수의 실패곡과 무명 가수의 히트곡이 있다면 어떤 음원이 더 가치가 있냐”라고 질문하며, “음원의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이 서로 다른 가운데 한음저협이 모두가 받아들일 수 있는 산정식을 만들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밝혔다.

곡별 정산제도 도입에 따른 계약 방식 변화에도 이목이 쏠린다. 사업자들은 곡별 정산제도 도입에 따라 곡별로 승인받게 된다면, 제작 현장에서 큰 혼선이 생길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음저협 관계자는 “곡별 정산제도가 사전 승인 제도를 100% 염두해 두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라며 “사전엔 정산이 아닌 음원 이용허락에 대한 계약만을 체결하고, 정산은 방송이 나간 뒤 이뤄지는 구조를 예상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방송업계 관계자는 하지만, “연 단위의 포괄계약 방식도 결국은 제작시스템을 고려해 만들어진 것”이라며 “예능의 경우 평균 100곡, 드라마는 평균 35곡으로 한 방송사가 1년간 사용하는 음원은 평균 50만곡이다. 음원을 사용할 때마다 일일이 이용허락을 받아야 한다면 콘텐츠 제작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학계에선 한음저협과 방송사업자 간 투명한 저작권료 정산을 위해선 방송사용음악 모니터링 시스템 도입이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음악저작권 이용자·권리자·공익위원으로 구성된 민·관 협의체 '방송사용음악 모니터링 운영위원회(이하 운영위)'는 특정 방송에서 어떠한 음악이 사용됐는지 자동 확인할 수 있는 ‘방송사용 음악 모니터링 시스템’을 연구·개발해왔다. 방송에 사용된 음악을 오디오 인식기술(Audio Fingerprinting)로 식별해 자동으로 음악 큐시트를 생성하는 방식이다.

현재는 시스템 개발이 완료돼 지난해 10월부터 테스트하고 있는 단계로, 올 하반기 현장 도입을 목표하고 있다. 다만 시스템의 신뢰도에 대한 의문이 계속 제기되면서 도입에 난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학계의 한 관계자는 “일본 같은 경우 이미 10년 전부터 방송사용음악 모니터링 시스템을 완성해 현장에 적용하고 있다. 기술적으로 모니터링 시스템을 활용한 정산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라며 “권리자가 방송사업자의 큐시트를 신뢰할 수 없다면, 사업자들도 권리자의 산정식을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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