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백승은 기자] 서울 강남역이 삼성전자와 애플의 격전지로 부상했다.
애플이 애플스토어를 낸 지 3개월 만에 삼성전자가 인근에 신규 매장 론칭에 나섰다. 상반기 ‘페이’ 경쟁에 나선 두 기업이 하반기에는 오프라인 창구 경쟁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12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에 체험형 플래그십 스토어를 6월 말 개장할 계획이다. 위치는 강남역 10번 출구 인근이며, 공식 명칭은 ‘삼성 강남’으로 확정됐다.
지하 1층부터 5층까지 총 6개 층이며, 삼성전자의 ▲모바일 ▲생활가전 ▲TV 등 제품이 전시 및 판매된다. 제품뿐만 아니라 임직원들의 업무와 사내 문화를 알리는 ‘사내(社內) 진미’, 활동과 제품·서비스 관련 일화를 공개하는 ‘오프더레코드’ 등 세션도 월 1회 진행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삼성 강남 운영을 이미 2018년부터 확정했다는 설명이다. 이후 2019년 7월부터 재건축에 착공, 매장 외관 등에 삼성전자의 정체성을 담았다.
애플스토어는 삼성 강남과 걸어서 10분도 채 걸리지 않는 거리에 있다. 애플은 지난 3월 말 신논현역과 교보타워 사거리에 인접한 곳에 국내 5번째 매장을 냈다. 근무 직원 수만 150여명으로, 한국 플래그십 매장인 명동점(220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애플이 강남역에 둥지를 튼 지 3개월 만에 삼성전자가 뒤따라 문을 열며, 오프라인에서 정면 돌파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애플의 합산 점유율은 97%에 달한다. 삼성전자는 80~90%, 애플은 10~20%다. 지난 2021년 3분기 신제품 출시 효과로 사상 최대 점유율인 37%까지 차지했으나, 그 이후로는 30% 아래 점유율을 유지 중이다.
최근 애플은 국내 점유율 확장을 위해 저돌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가장 큰 사안으로는 오프라인 매장 확대, 애플페이 론칭이 있다. 애플은 지난해에만 명동점(2022년 4월), 잠실점(2022년 11월) 2개의 애플스토어 매장을 낸 후 4개월 만에 또 강남점 문을 열었다. 이로써 서울에만 총 5개의 매장이 생겼다. 애플 충성도가 높은 일본 도쿄와 같다.
올해 강남점에 이어 최대 2개의 신규 매장을 낼 가능성도 점쳐진다. 애플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서울 동부와 경기도 지역에서 근무할 직원을 모집 중이다. 업계는 각각 서울 홍대입구, 경기도 판교로 예측하고 있다. 애플스토어를 6개 이상 운영하는 도시는 미국을 제외하면 런던, 상하이, 토론토, 시드니 등 일부에 불과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애플이 한국 시장 공략에 사활을 기울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글로벌 출시 8년 만에 국내에 들어온 애플페이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애플페이는 출시 3주 만에 가입자 200만명을 돌파하는 등 돌풍을 일으켰다.
애플스토어 확대와 애플페이는 소비자의 ‘브랜드 경험’을 확장하는 차원이다. 애플 선호도가 높은 2030대 소비자를 중심으로 애플이라는 브랜드와 제품에 대해 익숙하게 접하고, 자연스럽게 충성도를 늘려가는 과정에 집중하고 있다. 이를 통해 미래 고객 확보까지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국내 각 애플스토어에서는 ‘투데이 앳 애플’ 등 소비자 참여형 세션 운영 등을 통해 접점 확대 프로모션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애플페이 서비스를 운영하고, 애플스토어 매장을 확대하며 매출 확보와 함께 국내 고객과의 접촉을 확장해 브랜드 충성도를 쌓아가려는 목적으로 읽힌다”라며 “한국은 삼성전자의 점유율이 압도적인 시장이지만, 2030대 사용자가 많아 앞으로 확대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보인다”라고 언급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삼성전자도 적극 방어에 나섰다. 우선 삼성전자 간편결제서비스 삼성페이는 네이버, 카카오와 손잡고 서비스를 확 늘렸다. 3월에는 기존 오프라인 매장 명칭을 ‘삼성 디지털프라자’에서 ‘삼성스토어’로 변경하기도 했다. 이번 삼성 강남에서는 판매뿐만 아니라 각종 프로그램을 선보이며 애플스토어에 맞불을 놓을 계획이다.
한편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한 해 국내 스마트폰 시장 출하량은 전년대비 6% 줄었다. 삼성전자는 하반기 플래그십 제품 ‘갤럭시 Z플립4’의 판매 부진 및 중저가 수요 감소로 출하량이 전년대비 2% 떨어졌다. 애플은 신제품 ‘아이폰14 시리즈’의 폭스콘 정저우 공장 봉쇄 등으로 공급에 차질을 빚었다. 그렇지만 출하량은 전년대비 0.4% 하락하는 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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