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단통법’(이동통신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 폐지설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정부와 여당 일각에서 여러 시그널이 흘러나오고 있는데요.
윤석열 정부가 통신시장 경쟁촉진을 통한 가계통신비 인하를 강조하고 있고, 실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그 일환으로 올 6월 단통법 개선안을 내놓기로 했습니다. 그 방향이 ‘개정’일지 ‘폐지’일지 아직 알 순 없지만요.
국회도 단통법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이미 3년 전에 단통법 폐지안(김영식 발의안)을 내놨는데, 이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기류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야당에서조차 단통법의 부작용에 대해선 크게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단통법의 폐지 여부는 결국 정부와 국회의 의지에 달려 있습니다만, 앞으로 논의 과정에서 어떤 이야기들이 오갈진 모르겠습니다. 하나 확실한 것은, 단통법을 폐지하고자 한다면 지금이 바로 적기라는 겁니다. 크게 3가지 측면에서 보아 그렇습니다.
먼저, 단통법이 성공보다는 실패했다는 데 여론적 공감대가 모아져 있다는 점입니다. 2014년 10월부터 단통법이 시행된 지 벌써 9년이 됐고, 그 사이 수차례 개정을 통한 보완 노력을 했지만, 여전히 실효성에 대해선 의문부호가 달립니다.
단통법은 통신사가 고객에게 지급하는 공시지원금 외에 판매점에서 주는 추가지원금을 제한(공시지원금의 15%)한 것이 골자입니다. 이로 인해 통신사 정책에 따라 들쑥날쑥하던 지원금 문제는 완화됐지만, 지원금 경쟁 자체는 줄어드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특히 지원금은 장려금(리베이트)으로 전용돼 일부 성지에만 집중되는 등 부작용도 생겼죠. 요컨대 단통법은 시장안정화엔 기여했지만 경쟁활성화를 이끌어내진 못했습니다.
다음으로, 통신시장을 둘러싼 환경도 많이 변했습니다. 온라인채널과 자급제 시장이 많이 활성화됐고, 이제는 자급제 단말과 저렴한 알뜰폰 요금 결합이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사실 단통법 폐지는 곧 ‘완전자급제’와도 맞닿아 있는데, 통신서비스와 단말기가 분리 유통된다면 단통법 자체가 필요 없기 때문입니다. 통신사들의 25% 선택약정 할인이 유지된다는 전제만 있다면, 소비자로선 통신가입 시 요금할인을 받고 단말기 구매 시 단말기 지원금도 받을 수 있게 됩니다. 이런 그림이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충분히 실현 가능해졌다고 평가됩니다.
마지막으로, 정치적 상황을 봐야 합니다. 정부와 국회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습니다. 단통법처럼 유달리 국민적 감정이 좋지 않은 법을 폐지하겠다고 나선다면 총선에서 유리한 여론을 선점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러려면 올 후반기 정기국회에서 단통법 폐지안이 통과돼야 하고, 아마 과기정통부가 단통법 개선안을 내놓기로 한 6월 시점과 맞물려 국회에서도 본격적인 논의가 재개될 수 있습니다. 추진동력이 생기는 것이죠.
단통법 소관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위원장 거취 논란으로 인한 사실상의 업무공백을 빚고 있다는 점도 주목됩니다. 방통위는 단통법을 통해 통신시장에 대한 규제권한을 쥐고 있기 때문에 당연하게도 단통법 폐지에 강하게 반대해 왔습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과거처럼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우여곡절이 많겠지만, 단통법 폐지는 충분히 논의할 만한 사안이라고 생각됩니다. 단순히 폐지 여부를 떠나 사업자들이나 관계부처의 이해관계를 떠나 시장경쟁을 활성화하고 이용자 실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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