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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Q 매출 9.6조원→17조원...K-배터리의 '따뜻한 봄' [소부장박대리]

(왼쪽부터)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 최윤호 삼성SDI 대표, 지동섭 SK온 대표.

[디지털데일리 이건한 기자]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이른바 ‘K-배터리'의 2023년 1분기 실적이 모두 공개됐다. 3사의 분기 합산 매출은 총 17조4072억원으로 전년 동기 9조6516억원 대비 80.3%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3077억원에서 6639억원으로 115.7% 증가했으며 3사 모두 고른 성장세를 기록했다. 각사가 거둔 세부 성과는 다르지만 미국 현지 투자와 신규 파트너 확보에 박차를 가하며 중장기 성장 동력을 공고히 한다는 전략에선 공통점을 드러냈다.

◆ 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의 표정은 밝다. 매출과 영업이익 규모, 최근 글로벌 시장 성과까지 국내 선두 기업의 자존심을 지킨 모습이다. 최근 공개된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의 1분기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 통계에서도 점유율 14.5%(3위)를 기록해 경쟁사 SK온(5.3%), 삼성SDI(4.9%)와 큰 격차를 유지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1분기 매출 8조7471억원, 영업이익 633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100% 이상 증가한 회사는 3사 중 LG에너지솔루션이 유일했다. 경쟁사들보다 북미와 유럽 시장 진출 및 수율 안정화가 선제적으로 이뤄진 까닭이다.

특히 1분기에 3사 중 최초로 미국 IRA(인플레이션 감축법)가 배터리 제조사에 부여하는 AMPC(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를 영업이익에 반영하며 미국 사업의 자신감을 드러냈다.

AMPC는 미국 정부가 현지에서 생산된 전기차 배터리 1KWh당 최대 45달러를 지원하는 정책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1분기 영업이익 6332억원 중 1003억원을 AMPC로 벌어들였다고 밝혔다. 올해 미국 내 배터리 생산량과 공급량은 점진적으로 증가해 LG에너지솔루션이 거둘 AMPC 이익은 연말까지 1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는 미시간, GM 1공장에서 배터리 셀을 생산 중인 LG에너지솔루션의 올해 생산량 15~20GWh를 기준으로 산정된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글로벌 배터리용 핵심광물 가격 변동 이슈에도 대응을 마친 상황이라며 여유를 보였다. 이창실 부사장(CFO)는 지난달 26일 진행된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리튬을 비롯한 주요 메탈(광물) 가격이 1년 사이 많이 하락했지만 당사는 지난해 고객사들과 주요 원재료에 대한 판가 연동 작업, 관련 계약 수정 등을 마친 상황"이라며 "광물 가격 변화가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주요 완성차 업체들과의 안정적인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2025년까지 미국 내 생산능력을 GM 1·2·3 공장(140GWh), 혼다JV(40GWh), 미시간 단독공장(26GWh), 애리조나 단독공장(43GWh) 등을 포함해 총 250GWh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LG에너지솔루션의 글로벌 생산능력이 200GWh 수준이고 2025년 전세계 목표 생산량은 540GWh다.

◆ 삼성SDI

삼성SDI는 안정적인 수익 지표를 이어가는 가운데 성장 동력 확장에 힘을 싣고 있다. 회사는 1분기에 매출 5조3548억원, 영업이익 375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2.2%, 16.5% 증가한 수치다.

매출과 이익 모두 견조한 성장세를 보였지만 경쟁사들과 달리 미국 배터리 공장이 2025년에야 가동되는 삼성SDI는 당분간 AMPC 혜택을 기대하기 어렵다. 1분기 시장 점유율도 후발주자 SK온에 밀리면서 중장기적으론 매출원 다변화 노력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이에 삼성SDI는 차세대 배터리 개발, 중저가형 배터리 포트폴리오 확대를 통해 반등을 노리고 있다. 회사는 올해 46파이 원통형 배터리 시제품 공개,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생산라인 착공 등을 이어가며 차세대 배터리 개발 부문에서 경쟁사들보다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특히 기존 원통형 배터리 대비 에너지밀도 5배, 출력 6배 향상 등이 기대되는 46파이 배터리는 테슬라, 전기차 스타트업들이 잠재고객이다.

그동안 후순위였던 중저가 배터리에 대한 관심도 높이고 있다. 손미카엘 삼성SDI 부사장은 4월 27일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당사는 P5·P6 등 기존 프리미엄 배터리 플랫폼의 경쟁력은 유지하면서 중장기 사업 성장을 위해 전기차, 전력용 ESS(에너지저장시스템) 시장을 겨냥한 NMX, LFP 배터리 등 ‘코발트 프리’ 콘셉트 기반의 신규 플랫폼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들 플랫폼은 양산을 염두로 개발 중이고 원가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스택 공법과 각형 폼팩터의 안전성 등 삼성SDI 고유의 기술력을 적용해 차별화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기존 프리미엄 배터리 시장 내 지위를 유지하면서 차세대 배터리의 선제적 개발을 통한 영향력 확대, 중저가 라인업 보강이란 투트랙 전략으로 성장 발판을 공고히 하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더불어 실적 공개를 이틀 앞둔 4월25일 발표된 GM과의 북미 협업 소식은 삼성SDI에 봄비 같은 소식이었다. GM은 현대차와 2026년 양산을 목표로 미국에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 설립 추진을 합의했다고 밝혔다. 투자 규모는 4조원 이상이며 연산 30GWh 규모의 공장을 설립하기로 했다.

◆ SK온

SK온은 다소 상기된 분위기다. 지속된 적자에도 최근 ‘반전 카드’가 공개된 까닭이다. SK온은 1분기 매출 3조3053억원, 영업손실 3447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162.3%, 영업손실은 26% 증가했다.

SK온의 적자행진이 이어진 배경에는 헝가리, 중국, 미국 등 해외공장 신·증설에 투입되고 있는 대규모 비용과 낮은 초기 수율이 있다. 이를 정상화하는 올해까진 흑자 전환이 쉽지 않다. SK온은 2023년 에비타(감가상각 전 영업이익) 흑자, 2024년 영업이익 흑자전환을 목표로 제시하고 수율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

4일 진행된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김경훈 SK온 CFO(최고재무책임자) “중국, 헝가리 법인은 1분기에 목표보다 수율이 개선됐지만 미국 법인은 올해 초 공장가동 중단 이슈(포드 배터리 화재) 생산성 제고에 차질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공장이 3월부터 재가동을 시작해 이후 수율 개선이 빠르게 진행 중이고 2분기부터 목표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신 흑자전환을 가시화할 카드로 LG에너지솔루션 못지않은 AMPC 수혜 규모를 공개했다. SK온은 연내 미국시장 배터리 판매량을 10GWh~15GWh로 추산했다. 이는 한화 기준 6000억원~9000억원에 달하는 AMPC 이익으로 환산된다.

또한 삼성SDI가 GM과 손잡은 것처럼 SK온은 지난달 25일, 현대차와 2025년 미국 조지아주에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35GWh 규모의 배터리 제조공장을 세운다는 소식을 전했다. 김양섭 SK온 재무부문장에 따르면 SK온이 그보다 앞서 제시한 2023년 설비투자(CAPEX) 가이던스 10조원에는 이미 현대차와 합작법인 설립을 예상한 비용이 포함돼 있었다.

올해 2월 불거진 핵심 고객사 포드와의 갈등이 잘 봉합된 것도 SK온 입장에선 긍정적이다. 당시 포드 전기 픽업트럭 F-150 라이트닝이 출하 단계에서 안전검사 중 배터리 화재가 발생하며 논란이 발생한 바 있다.

다만 그로인해 중단된 공장 가동은 2주만에 정상화됐고 현재 양사가 진행 중인 미국 합작공장 설립도 정상적으로 진행 중이다. 1분기 컨퍼런스콜을 통해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SK온이 2022년 4분기 영업손실에 포드 사태 대응 차원에서 반영한 충당금은 700~800억원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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