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오병훈 기자]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이 회복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국내 게임업계도 이에 맞춰 블록체인 관련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회사 자체 블록체인 생태계를 확장하기 위해 타 산업과 협력 체계를 강화하거나, 투자를 통해 신설 법인을 설립하는 등 사업 기반 다지기에 열중하는 모습이다.
19일 글로벌 블록체인 시장 데이터 플랫폼 ‘댑레이더’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글로벌 대체 불가능한 토큰(Non Fungible Token, 이하 NFT) 거래 규모는 47억달러(한화 약 6조1875억원)로 집계됐다. 이는 전분기(19억달러) 대비 147.3% 상승한 수치다.
가상자산 대표 주자로 지목되는 비트코인 가격도 연일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마켓캡’에서 비트코인 가격은 1분기 새 상승세를 지속, 지난 3월31일 종가 기준 2만8032달러(한화 약 3689만원)에 거래됐다. 지난 1월1일 대비 69.4% 상승한 값이다. 지난 18일 거래 가격은 2만9449달러(한화 약 3875만원)으로, 추가적인 상승세를 보이는 추세다.
지난 1년간 얼어붙어 있던 가상자산 시장 회복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되면서 게임업계에서도 활발하게 블록체인 사업 확장을 이어가고 있다.
◆합작회사 설립부터 블록체인 게임 신작 출시까지=넷마블에서는 19일 ‘모두의마블2:메타월드(이하 모두의마블2)’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다. 모두의마블2는 전작 ‘모두의마블’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메타버스·블록체인 게임이다. 이 게임에서 이용자는 실제 지적도 기반으로 만들어진 부동산을 거래하는 ‘메타월드’ 모드와 전작 게임성을 담은 보드게임 모드를 즐길 수 있다. 플레이투언(Play-to-Earn, 이하 P2E) 요소가 포함됐기 때문에 국내를 제외한 글로벌 서비스로 운영된다.
넷마블은 모두의마블2를 자회사 마브렉스가 개발한 가상자산 생태계 ‘엠비엑스(MBX)’에 온보딩한다. 이용자는 모두의마블2 플레이를 통해 ‘메타캐시’를 획득할 수 있으며, 이를 스왑 코인인 ‘이네트리움’으로 바꿀 수 있다. 이후 다시 MBX 생태계 내 브릿지 토큰 ‘엠비엑스엘(MBXL)’을 거쳐 엠비엑스 생태계 기축 통화 ‘MBX’로 교환 가능하다.
지난 17일 크래프톤은 네이버제트와 함께 합작회사 미글루 코퍼레이션(Migaloo Corporation, 가칭) 설립을 위해 480억원을 공동투자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크래프톤이 투자한 금액은 402억원으로 회사 지분 85%를 보유하게 됐다. 미글루는 지난해부터 크래프톤이 네이버제트와 협업 중이던 ‘프로젝트 미글루’ 일환으로 설립된 회사로, 웹3.0 메타버스 플랫폼을 운영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크래프톤은 미글루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크리에이터가 창작물을 선보이고 대체 불가능한 토큰(Non Fungible Token, 이하 NFT) 형태로 판매가 가능한 크리에이투언(Create-to-Earn, 이하 C2E)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방침이다.
컴투스홀딩스는 금융 산업과 협력 강화로 블록체인 사업에 힘을 주고 있다. 18일 컴투스홀딩스는 하나금융티아이와 함께 블록체인 기술 협력을 위한 전략적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컴투스홀딩스는 협약을 통해 하나금융티아이가 엑스플라(XPLA) 생태계 기반 프라이빗 블록체인(폐쇄형 블록체인 네트워크)을 개발하는 것을 지원한다.
앞서 두 회사는 지난해 3월부터 메타버스 금융 인프라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협업 관계를 이어온 바 있다. 하나금융티아이 입장에서는 컴투스홀딩스가 지닌 블록체인 개발 노하우를 습득할 수 있으며, 컴투스홀딩스는 회사 자체 블록체인 생태계에 하나금융 티아이를 협력사로 들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결과다. ◆캐시카우 기대감에 너도나도 블록체인=국내 게임업계가 블록체인 관련 사업에 지속적으로 공을 들이는 이유는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P2E 게임 사업이나 C2E 콘텐츠 사업 모두 잠재적으로 든든한 캐시카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다만, 국내에서는 P2E 게임이 법적으로 금지됐으며, 가상자산 또한 각종 사건사고로 사회 인식 측면에서도 부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글로벌 블록체인 게임 산업은 지속 확장 추세다.
댑레이더가 발표한 지난해 블록체인 게임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P2E 게임 시장 규모는 2021년 7억7690만달러(한화 약 1조161억원)로 평가된다. 이곳은 P2E 게임 시장이 오는 2028년까지 28억4510만달러(3조7236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가상자산 시장이 회복세를 보인 시점에 게임업계가 더욱 적극적으로 사업 확장에 힘을 쓰는 모양새다. 지난달 열린 글로벌 게임 개발자 컨퍼런스 ‘GDC(Game Developers Conference)2023’만 살펴봐도 그렇다. 넥슨을 비롯해 ▲네오위즈 ▲위메이드 ▲넷마블까지 GDC2023에 참여한 국내 게임사가 내세운 사업 및 프로젝트 모두 블록체인 게임과 연관됐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가상자산 시장이 회복세에 접어들면서 내부적으로 집계 중인 블록체인 게임 사용자 지표도 긍정적인 변화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라며 “그에 발맞춰 게임업계도 적극적으로 블록체인 관련 사업 확장에 힘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