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 메모리 시장 악화에 속수무책…감산 공식화
- 주력 사업 빛 본 LG전자, IRA 효과 톡톡한 LG엔솔
[디지털데일리 백승은 기자] 지난 1분기 삼성과 LG의 실적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삼성전자는 시장 전망치를 크게 밑돌았을 뿐만 아니라 14년 만에 영업이익이 1조원 아래로 떨어졌다. 반면 LG전자와 LG에너지솔루션은 전망치보다 높은 ‘어닝 서프라이즈(깜짝실적)’를 보이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을 앞질렀다.
기존 관측보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인위적 감산은 없다’라는 기조를 유지하던 삼성전자도 방향을 틀었다. 외환위기 시절인 1998년 9월 이후 무려 25년만에 메모리 감산을 공식화하며 공급 조절에 나섰다.
◆삼성 ‘먹구름’…영업익 1조 아래로 털썩
8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2023년 1분기 삼성전자의 예상 매출액은 63조원, 영업이익은 6000억원이다. 매출은 19%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무려 96% 줄었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1조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미국 리먼브라더스 서브프라임 모기지론(비우량주택담보대출) 사태 직후인 2009년 1분기(5900억원) 이후 14년 만이다.
삼성전자 실적의 60~70%를 짊어지고 있는 반도체 사업이 휘청이며 증권가 컨센서스(매출 64조2953억원, 영업이익 7201억원)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을 보였다.
삼성전자는 설명 자료를 통해 “정보기술(IT) 수요 부진 지속에 따라 부품 부문 위주로 실적이 악화되며 전사 실적이 전기대비 큰 폭으로 하락했다”라고 말했다.
사업부별 실적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증권가는 반도체 사업 담당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적자 폭이 3~4조원대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특히 메모리 비중이 높은 사업 구조상 메모리 시장 위축에 대한 타격도 큰 것으로 보인다.
메모리 시장의 바로미터는 메모리 가격이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PC용 D램 범용제품(DDR4 1Gb×8) 고정거래가는 평균 1.81달러였는데, 이는 작년 12월(2.21달러)보다 18% 낮은 수준으로, 시장 상황이 악화됐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메모리 시장만 놓고 보면 글로벌 금융 위기가 닥쳤던 2009년보다 상황이 안 좋다”라며 “지난 1분기 삼성전자의 상황이 예상보다 나쁜 것도 시장 환경 영향이 클 것”이라고 언급했다.
◆LG전자·LG엔솔 ‘희’, B2B 사업 호조 및 IRA 수혜…삼성 영업익 추월
삼성전자는 어닝 쇼크의 덫에 걸렸지만, 같은 날 잠정실적을 낸 LG전자와 LG에너지솔루션은 전혀 다른 분위기다. 주력 사업 호조로 예상보다 더 좋은 성적을 냈기 때문이다.
LG전자는 1분기 매출 20조4178억원, 영업이익 1조497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동기대비 각 2.5% 22.9% 줄어든 수준이지만, 증권가 예상치의 20%를 웃도는 수준이다. 역대 1분기 기준으로는 매출액은 두 번째, 영업이익은 세 번째로 높다.
사업 구조 측면에서 기업(B2B) 비중이 확대되고, 전장 사업 성장이 지속되면서 호성적으로 이어졌다. 특히 유럽 시장에서의 선전 등으로 생활가전을 맡고 있는 H&A사업부문의 영업이익이 확대됐다. 코로나19 이후 큰 폭으로 상승했던 원자재 비용과 물류비가 원점을 찾으며 원가 부담도 덜어냈다.
이로써 2023년 1분기 LG전자의 영업이익은 삼성전자보다 8000억원을 앞서게 됐다. LG전자가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을 추월한 것은 2009년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 후 사상 처음이다.
LG에너지솔루션 역시 분기 최대 실적을 냈다. 2023년 1분기 LG에너지솔루션이 공개한 잠정실적에 따르면 매출 8조7471억원, 영업이익 6332억원이다.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101.4% 영업이익은 144.6%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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