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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위적 감산 없다' 했는데…삼성전자, 최악 성적에 메모리 속도조절 [소부장반차장]

- 1분기 영업익 6000억원, 14년 만에 1조 아래로
- 반도체 사업부 적자 폭 3~4조원대


[디지털데일리 백승은 기자] 지난 1분기 14년 만에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든 삼성전자가 처음으로 메모리 감산을 공식화했다. 그간 실적 악화를 넘어 적자 위기에도 ‘인위적 감산은 없다’라는 기조를 유지해 왔으나 이번에는 달라졌다. 앞으로 발생할 수요에 대응할 수 있을 만큼의 메모리 물량을 확보했다는 판단 하에서다.

7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2023년 1분기 삼성전자의 예상 매출은 63조원, 영업이익은 6000억원이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증권가 컨센서스보다 낮다. 뚜껑을 열어 보니 상황이 더 좋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 1개월간 보고서를 냈던 증권가 18곳의 컨센서스에 따르면 매출은 64조2953억원, 영업이익은 7201억원으로 예측됐다.

매출은 전기(70조4600억원)보다 10.59% 떨어졌고 전년동기(77조7800억원)대비 19.00% 하락했다. 영업이익의 경우 전기(4조3100억원)보다 86.08% 낮고, 전년동기(14조1200억원)대비 무려 95.75% 주저앉았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1조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미국 리먼브라더스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론(비우량주택담보대출) 사태 직후인 2009년 1분기(5900억원) 이후 처음이다.

실적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은 반도체 사업 부진이다. 삼성전자 영업이익의 60~70%는 반도체 부문에서 나오는데, 거시경제 악화로 정보기술(IT) 수요 부진이 이어지면서 지난 1분기 적자 전환이 확실시되는 상황이다.

이날 사업부별 실적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증권가에서는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적자 폭이 3~4조원대일 것으로 보고 있다. 메모리에 더해 시스템 반도체와 삼성디스플레이(SDC) 역시 경기 부진과 비수기가 겹치며 전기대비 실적 하락을 피하지 못 했다.

삼성전자를 지탱하는 메모리 산업은 경기 상황에 민감하다. 이에 지난해 하반기부터 빠르게 얼어붙었고 D램, 낸드플래시를 중심으로 가격이 크게 떨어졌다. 가격이 떨어지자 재고는 불어나는 악순환이 계속됐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요 반도체 기업의 재고 일수는 20~23주까지 늘어났다고 보고 있다. 이는 적정 수준인 5~6주보다 4배 많다.

삼성전자는 설명자료를 통해 “IT 수요 부진 지속에 따라 부품 부문 중심으로 실적이 악화했고, 전기대비 큰 폭으로 하락했다”라며 “메모리는 거시경제 상황과 고객 구매 심리 축소에 따른 수요 감소, 고객사의 재무 건전화 목적의 재고 조정이 이어지며 실적이 꺾였다”라고 말했다.

시장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지표가 바로 메모리 가격이다. 시장조사기관 트렌스포스가 발표한 지난 3월31일 기준 PC용 D램 범용제품(DDR4 1Gb×8) 고정거래가는 평균 1.81달러였다. 이는 작년 12월(2.21달러)보다 18% 주저앉은 수준이다.

이미 타 반도체 기업들은 감산 움직임을 보였다. SK하이닉스는 시설투자 규모를 전년대비 50% 줄였고, 미국 마이크론 역시 반도체 생산을 20%, 설비투자를 30% 하향 조정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중장기 수요 대응을 위해 인프라 투자를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난이도가 높은 선단공정과 DDR5 및 LPDDR5 전환에 따른 생산 빗그로스 제약에 대비해 안정적인 공급력을 확보하는 데 집중했다.

그렇지만 이번엔 기조를 달리했다. 삼성전자는 설명자료에서 “라인 운영 최적화, 엔지니어링 런 비중 확대 외 추가로 공급성이 확보된 제품을 중심으로 의미 있는 수준까지 메모리 생산량을 하향 조정하겠다”라고 전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실적이 저조해 감산을 결정한 게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지금까지 인위적 감산은 없을 것이라 강조했던 건 올해 하반기가 되면 폭발적으로 수요가 늘어날 것을 대비해서였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코로나19 당시 IT 기기 수요가 크게 늘어났지만 삼성전자는 이를 대응할 메모리 물량을 충분히 갖추지 못해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같은 관계자는 “코로나 당시 수요 물량을 대응하지 못했던 상황을 교훈 삼아, 감산 없이 예상 수요를 확보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였다”라며 “현재는 (수요 확보에 대한) 목표가 달성돼 생산량 조절에 나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는 “단기 생산 계획은 줄여나가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수요가 견조할 것으로 보인다”라며 “필수 클린룸 확보를 위한 인프라 투자와 기술 리더십 강화를 위한 연구개발(R&D) 투자 비중도 확대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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