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에 따른 비용 증가분이 (배터리) 판가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고, R&D(연구개발)을 통한 저가형 소재 개발, 공급자 다변화와 거래 규모 확대를 추진함으로써 경쟁력을 높여갈 계획이다.”
SK온 지동섭 대표이사 사장은 30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열린 SK이노베이션 정기 주주총회 ‘주주와의 대화’ 코너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난해 7조원대 높은 매출을 기록했음에도 흑자 전환이 시장의 기대보다 늦어지는 것에 대한 해결 방안을 위와 같이 제시한 것이다.
SK온이 배터리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건 2017년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나 삼성SDI와 같은 주요 경쟁사보단 상대적으로 후발주자인데, 이들 기업을 따라잡기 위해 SK온이 선택한 건 압축성장 전략이었다.
이를 위해 SK이노베이션은 2021년 10월 SK온을 물적분할했다. 향후 기업공개(IPO) 등을 통해 자금 확보, 외부 투자 등을 용이하게 하기 위함이었다.
이날 SK이노베이션 김준 부회장은 “당시 주주들이 물적분할에 대한 불만이 많아 고민했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며 “배터리 사업은 대규모 케펙스(Capex, 설비투자)가 압축적으로 투입되는 사업이고, 기왕 하려면 양적이나 질적으로 제대로 된 사업으로 키우는 것이 SK이노베이션 주주가치 제고에도 도움이 된다고 판단해 물적분할을 진행한 것”이라고 회고했다.
이에 SK온은 분할 후 지난해는 케파(Capa, 생산능력) 확대에 역량을 집중했다. 현재까지 가동 중인 8개 생산공장 외에도 현재 헝가리, 중국, 미국에 총 5개의 공장을 추가로 증설 중이다. 이 과정에서 대규모 설비투자 비용이 투입되고 각 공장의 낮은 초기 수율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적자 규모가 대폭 증가했다.
2022년 SK온의 연결 영업손실은 약 1조726억원으로, 전년 3137억원 대비 3배 이상 급증한 수준을 보였다. 특히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적자의 상당 부분은 미국, 헝가리 공장 손실에서 기인한 점이 확인된다.
지 사장은 “현재 글로벌 배터리 시장의 공급 흐름을 보면 이미 상위 5~6개 회사가 전체 시장 수요의 80%를 차지한 상황”이라며 “SK온은 초기 성장 단계인 배터리 산업에서 시장의 ‘판도’가 굳어지기 전에 일정 수준 이상의 시장 내 포지션 확보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를 위해 과감한 성장 전략을 선택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경쟁 배터리 제조사들이 전기차 시장 활황을 맞아 ‘날개를 단 듯’ 성장하면서 SK온의 흑자 전환을 요구하는 시장의 목소리와 기대감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이를 감안한 듯 이날 지 사장도 “올해 SK온의 최우선 과제는 수익성 개선”임을 수차례 강조했다.
이를 위한 3가지 운영 방향성도 제시했다. 첫째는 인플레이션 대응이다. 글로벌 경제의 인플레이션 기조에 걸맞은 생산비용 증가분이 배터리 판가에도 반영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수익성 악화를 막겠단 의지다. 생산비용을 자체적으로 줄이기 위해 R&D를 통해 자체적으로 저가형 소재를 개발하겠다고도 약속했다. 또 외부에서 구입하는 소재 구입 부담을 줄이기 위해 구매 규모(볼륨)을 확대하고 공급선을 다변화해 구매 단가를 낮추겠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지 사장은 “SK온이 미국에 선제적으로 진출한 만큼 IRA(인플레이션감축법) 세액 공제 기준이 구체화되면 그에 따른 수익성 개선 효과도 클 것”이라고 기대했다.
IRA에는 미국이 정한 기준에 맞춰 전기차용 배터리를 제조·판매하는 배터리 기업에 미국 정부가 일정 부분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내용이 담겨 있다. SK온은 앞서 자사가 IRA 효과로 2025년까지 약 4조원 규모의 세액공제 수혜를 볼 것이라 예측한 바 있다.
지 사장은 “SK온은 성장통의 시기를 빠르게 극복하기 위해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며 “기술 리더십을 기반으로 주주와 구성원의 기대를 넘어선 기업 가치 제고가 이뤄지도록 끊임없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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