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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총 현장] “배당금 적다” “형식적 답 그만”…진땀 뺀 네이버

[디지털데일리 이나연 기자] “네이버는 국내 최대 정보기술(IT) 기업인데, 주총 분위기는 삼성전자보다 훨씬 딱딱한 것 같습니다. 주총뿐만 아니라 회사의 지향점이 삼성전자 이상을 추구했으면 좋겠습니다.”

22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그린팩토리에서 열린 제24기 네이버 정기 주주총회에서 한 주주가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네이버쇼핑 서비스의 획기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고객센터 전화가 너무 안된다”며 이같이 말하자 장내에 침묵이 감돌았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즉각 간단한 답변으로 응수하면서도 “주주님들께서는 안건에 국한된 질문을 꺼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요청하거나, 손을 든 주주에 “안건과 관련된 질문을 하시려는 거냐”라고 확인하며 연신 진땀을 뺐다.

이번 주주총회에 올라온 안건은 ▲이익잉여금처분계산서를 포함한 2022년 재무제표 승인 건 ▲기타비상무이사 변대규 선임 건 ▲이사 보수한도 승인 건이었다. 그러나 주주들은 사업 성장 전략과 배당금에 대한 불만, 경영진들의 질의 태도 등 안건과 관계없는 질문들도 쏟아냈다.

통상적으로 주주총회는 사전에 공시한 안건을 의결하는 자리다. 별다른 잡음이 없다면 30분만에도 속전속결로 끝나곤 한다. 하지만 이날 네이버 주주총회는 오전 10시에 시작해 약 1시간만에 끝났다.

주주총회장 분위기가 순식간에 가라앉은 건 재무제표 승인 안건에서 첫 번째 질의자로 나선 주주가 배당금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면서부터다.

이 주주는 “네이버가 대한민국 최고 기업이라고 생각하나 배당은 실망이 크다”며 “보통 시가 1000원짜리 주식도 100원, 200원씩 배당하는데 현재 시가 20만원을 오가는 네이버가 이번엔 배당금을 주지 않는다. 이유를 알려달라”고 말했다.

다른 주주도 “주가도 많이 내린 상황에 아예 배당을 제외하는 것은 주주를 너무 배려하지 않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공감했다.

김남선 네이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3년간 순이익의 5%를 배당하고 순 현금 흐름의 약 30%를 주주 환원에 사용하는 원칙을 지켰다”며 “주가 대비 배당 규모가 적다는 의견도 있지만, 네이버와 같이 성장하는 인터넷 혁신 회사는 대체로 배당을 거의 안 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해명했다.

“상반기 내에 공개될 새로운 주주 환원 정책을 통해 더 구체적인 말씀을 드리겠다”는 김남선 CFO 부연 설명에도 주주들의 답답함은 해소되지 않는 듯했다. 곳곳에서 관련 질문이 이어지자 최수연 대표는 “배당에 관한 주주님들 말씀은 이 건에 대한 반대 의견으로 받아들여진다”며 “또 반대 내지 기권하시는 분들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앞서 배당금에 질의했던 일부 주주가 손을 들었다. 진행위원이 이들 주식 수를 확인한 후 반대표를 집계하면서 몇 분간 모두가 조용히 대기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집계 결과, 현장에서 반대를 표명한 83주를 제외하고 출석 의결 건의 과반수와 발행 주식 총수의 3분의1 이상이 찬성해 재무제표 승인 건은 가결됐다.

배당금 외에도 이용자 측면에서의 아쉬운 부분과 향후 사업 전략 등에 대한 여러 질문이 이어졌다.

예컨대, 어느 주주는 “네이버인플루언서 선정에서 탈락했을 때 어떤 부분이 부족했는지 피드백 달라. 직접 이메일로 받고 싶다”고 요구하는가 하면, “네이버TV가 유튜브에 밀리고, 라인은 카카오톡이 활성화된 상황을 타개할 방법을 질의했다.

최 대표는 “제도에 미비점 없는지 잘 살피겠다”고 답했다. 동영상과 메신저 플랫폼의 국내 시장 확대 방안에 대해서는 “한정된 자원으로 최고 효율을 낼 사업 영역에 집중하고 있지만, 지적해주신 것과 같이 새로운 동영상 특히 숏폼에 대한 대응 방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신규 서비스나 정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메신저 경우, 라인 서비스가 일본이나 동남아 시장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국내 플랫폼을 활용할 때는 오픈톡이나 소상공인 대상 톡톡 서비스 등을 확장한다는 것이 최 대표 설명이다.

네이버가 현재 어떤 신사업을 계획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도 있었다.

또 다른 주주는 “글로벌 환경이 급변하고 챗GPT 등 여러 기술이 등장하는데 어떤 신사업을 기획하고 있느냐”고 묻자, 최 대표는 “사업 계획과 챗GPT 대응 방안 등은 언론이나 실적 보고를 통해 알 수 있도록 앞으로 상세하게 안내하겠다”고 예고했다.

주주들은 두 번째 안건인 기타비상무이사 변대규 선임 건에 관해 사내·사외이사가 아닌 기타비상임이사가 이사회 독립성과 견제 기능을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변대규 기타비상임이사는 “이사회 독립성을 보장하는 형식적, 법률적 요건은 갖춰졌다”며 “이사회 중심 경영에 대한 생각을 오래 해왔기에 독립적인 이사로서 활동할 것”이라는 포부를 전했다.

“주주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며 경영진 답변 태도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도 나왔다.

자신을 10대 학생이라고 밝힌 주주는 “주주들 발언을 스트레스로 생각하지 말고 잘 생각해 주길 바란다”며 “형식적으로 준비된 답변만 하니 주주들이 화를 낼 수밖에 없다. 주주 의견을 충분히 듣는 것도 대표 역량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울먹였다.

최 대표는 총회 의사 진행과 관련해 ▲각 플랫폼 담당자가 주주 질문에 대해 실질적인 답변을 주면 좋겠다 ▲대표가 솔직하게 답했으면 한다와 같은 주주 제안을 받아들이겠다고 약속했다.

최 대표는 “다음 주주총회 때는 주주님들께서 실질적인 의사 진행과 토론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느낄 방안이 없을지 더 고민하고 반영하겠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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