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문기 기자] 애플의 고위 경영진들이 대거 회사를 떠남에 따라 전례 없는 위기가 도래했다.
12일(현지시간) 외신 블룸버그는 파워온 뉴스레터를 통해 애플이 전례 없는 경영진 이탈에 따른 세대교체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애플의 소식을 전달하는 마크 그루먼은 최고의 안정성을 갖춘 애플이 전례 없는 수준의 경영진 이직으로 인해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하반기 애플은 약 12명의 고위 경영진 이탈을 경험했다. 대부분이 팀 쿡 애플 CEO에게 직접 보고하는 부사장들이다. 직접 보고 대상자들이란 핵심 기능의 일상적인 운영을 담당하는 가장 중요한 인물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분야도 다양하다. 산업 디자인, 온라인 시장, 정보 시스템, 클라우드,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개인정보보호, 신흥 시장 세일즈, 구독 서비스 및 조달 등의 중책을 맡은 인사들이다.
지난 2021년 애플의 자율주행 프로젝트 책임자가 포드로 이직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몇 년간은 한 두명의 부사장을 잃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같은 비슷한 시기에 많은 인원이 이직하는 사례는 없었다. 물론 새로운 경영진이 합류하기도 했다. 디어드리 오브라이언 소매업 사장을 대신한 새로운 최고 인사 책임자와 마리 뎀비, 데이비드 스몰리를 대신할 최고정보책임자가 영업됐다.
하지만 대부분은 이탈로 인해 책임을 재분배하거나 내부 인력을 승진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안나 마시아슨 온라인 스토어 부사장은 직접 보고 계통을 밟고 있는 카렌 라스무센으로 대체됐다. 조달 업무를 맡았던 토니 블레빈스의 책임은 동료인 단 로스케스와 승진한 데이비드 톰에게 넘어갔다. 휴고스 아세만 신흥시장 세일즈 부사장의 일은 아쉬스 초우드하리 인도 전무와 주안 캐스텔라노스 유럽 수석 이사로 배분됐다. 라우라 레그로스 하드웨어 임원의 역할 역시 동료인 야닉 버톨루스 하드웨어 무결성 부사장에게 위임됐다. 대신 하드웨어 무결성 분야는 톰 마리에브가 승진해 맡았다.
이밖에도 존 스타우퍼 소프트웨어 부사장은 제레미 샌드멜과 데이브드 바이더만이 각각 맡아 직접 보고하는 형태로 전환됐따. 피터 스턴 서비스 책임자 역할은 올리버 슈서 애플뮤직 부사장과 로버드 콘드크 서비스 디자인 책임자, 아드리안 페리카 기업 개발 부사장으로 각각 배분됐다.
향후 마이클 애보트 클라우드 수석의 역할은 제프 로빈 서비스 엔진니어링 부사장이 맡기로 했다.
대체자를 찾지 못한 사례도 있다. 에반스 행키 산업디자인책임자의 자리는 디자인팀 개별 구성원이 그 상위인 제프 윌리암스 최고운영책임자에게 보고하도록 단순화됐다. 애플 최고개인정보보호책임자 역시 교체되지 않았다.
최근 애플에서 이직한 임원들은 대부분 회사에서 15년 이상 근무한 베터랑에 속한다. 문제는 현 경영진 이탈이 시작일뿐 애플에는 아직도 수십년 동안 근무한 여러 부사장들이 포진해 있어 언제든지 교체 바람이 거세게 불 수 있다는 점이다. 애플의 최고경영진 12명 중 10명의 나이가 비슷하며, 그중 절반이 2000년 이전에 합류한 임원들이다. 업계에서 팀 쿡 애플 CEO를 잇는 차기 CEO로 제프 윌리엄스 최고운영책임자를 꼽고 있으나 이도 팀 쿡과 2살 정도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회사를 이끌었던 핵심 인물들 역시 경력이 거의 끝단에 위치했다. 필 쉴러 전 마케팅 책임자는 애플 앱스토어와 미디어 이벤트에 초점을 맞춘 소규모 애플 펠로우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단 리키오는 혼합현실 헤드셋 팀을 제외한 모든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책임을 맡게 됐다.
상위 뿐만 아니라 하위 직군에서의 이탈도 막아야 한다. 애플 내부에서는 이사급과 상급이사들 역시도 이탈이 가속화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같은 이탈에 대해 블룸버그는 제품 개발과 관련해 수년에 걸쳐 조직이 더 관료적으로 전환됐으며, 거대 글로벌 기업으로 개인차를 만드는 것이 어렵게 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내부 정치와 부서간 논쟁 역시도 악영향을 끼쳤다. 리소스 역시 장기적인 이니셔티브로 전환되면서 준비만해도 몇 년이 소요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자율주행과 혼합현실에 대한 성과는 미진하다.
애플의 조직 구조 자체가 위기에 직면했다는 지적도 따랐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로 구분된 감독 체제가 과거에는 효율적이었으나 현재와는 맞지 않다는 것. 또한 지난 3년간 큰 폭의 상승세를 보인 애플의 주가 역시 지난해 거의 30% 하락하면서 보상이 미진했다는 지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