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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위기 세액공제 효과큰데"…갈 길 잃은 'K칩스법' [소부장박대리]

법안 통과 가정했을때 대기업 설비투자 59% 증가할 듯

전세계적으로 반도체와 전기차 분야의 산업적 가치가 중요해졌고 소재·부품·장비(소부장)산업에 대한 관심도 어느 때보다 높아졌습니다. <디지털데일리>는 소부장 산업 발전을 위한 정책 동향과 다양한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 '소부장박대리'(배터리)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소부장 산업계의 보이지않는 소식들까지도 충실히 전달하겠습니다. <편집자주>

[디지털데일리 김문기 기자] 우리나라의 3차례 경제위기 시기에 세액공제율 상향의 효과가 더 분명하게 나타났다는 연구결과가 제시됐다.

글로벌 패권경쟁이 격화되는 상황과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거시경제의 현황을 고려했을 때 획기적인 세재지원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최근 반도체 수출 감소세가 심화되면서 첨단전략산업을 육성할 수 있는 ‘K칩스법’이 부상했으나 정쟁으로 인한 심도 깊은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나마 국회가 유의동 의원(국민의힘)을 첨단전략산업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 특위 위원을 배치해 정식 운영을 재개하면서 정쟁과 거리를 둔 유의미한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22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전문가에게 의뢰해 분석한 ‘투자세액공제의 기업투자 유인효과와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실증분석 결과로 과거 3차례 경제위기 시기에 세액공제율 상향의 효과가 더 분명히 나타난 것으로 확인됐다.

경제성장률이 2%보다 작았던 1998~1999년 외환위기와, 2009~2010년 금융위기, 2020~2021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와 마찬가지로 경제 위기가 큰 현재가 임시투자세액공제 등을 도입해 운영할 적기라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신성장·원천기술, 일반기술 분야의 세액공제율을 올해 한시적으로 2~6%p 상향조정하는 임시투자세액공제 도입도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산업은행이 발간하는 설비투자계획조사에 따르면 올해 제조업 분야 설비투자는 전년대비 8.6% 감소할 전망인데 특히 기업규모가 작을수록 투자 감소폭이 클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올해 반도체 설비투자가 감소하면 단기적으로 역성장이 우려되고, 장기적으로는 반도체 경쟁에도 악영향이 우려된다”며 “적어도 경쟁국과 동일한 수준의 세제지원을 통해 기업들의 투자심리를 되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상의는 강력한 자금력을 앞세운 선진국과 반도체 패권경쟁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최근 반도체 수출 감소세가 심화되고 있어 세계 1위 산업을 지켜낼 수 있을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전략산업에 대한 획기적인 세제지원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밝혔다.

◆‘K칩스법' 통과되면…대・중견기업 설비투자액 59% 증가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반도체, 이차전지, 바이오, 디스플레이* 산업 등이 포함된 국가전략산업의 경우 다른 외부적 요인이 동일할 때 세액공제율이 1%p 확대되면 설비투자는 대·중견기업은 8.4%, 중소기업은 4.2%로 늘어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상의는 분석된 결과를 정부가 제출한 조특법 개정안에 대입할 경우 전략산업 분야 설비투자액이 대·중견기업은 59%, 중소기업은 38%까지 증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같은 분석은 기업투자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외부적 요인들은 배제한 결과로 경기동향, 조달금리 등 제반 요인까지 고려할 경우 실제 수치는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분석 결과를 토대로 상의는 반도체 등 전략산업에 대한 획기적인 정책적 지원을 촉구했다. 반도체는 우리나라 최대 수출품목으로 전체 수출액의 20%를 차지할 뿐 아니라 제조업 총 설비투자의 54%에 달해 국가경제의 명운이 반도체 산업의 지속성장 여부에 달려있다는 것.

전세계적으로 전략산업은 설비투자에 대한 지원을 늘리는 추세다. 특히 반도체 관련 보조금 지원이 전무한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 일본 등 선진국들은 정부 보조금도 앞다퉈 지원하고 있다.

미국은 반도체 생산능력 회복을 위해 지난해 반도체과학법(Chips Act)을 제정해 25%의 설비투자세액공제와 390억 달러의 보조금을 지원하고, 일본 정부도 반도체 부활을 위해 정부 보조금을 투입해 TSMC 등을 유치하는데 성공했다. 독일은 인텔을, 인도는 폭스콘을 유치할 때도 이같은 설비투자 보조금 지원 정책이 한 몫 했다.


[자료=대한상의]
[자료=대한상의]

◆정쟁에 막힌 첨단산업지원…특위 위상 올릴까

정부가 올해 제출한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 일부개정법률안은 현재 국회 계류 중이다. 지난 1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조세소위 및 여야 간사간 협의를 통해 논의하기는 했으나 결론에 도달하지는 못한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제출한 법안은 반도체 시설 투자에 대한 기본 공제율을 대기업 15%, 중소기업 25%로 상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존 대기업은 8%, 중소기업은 16% 수준이다. 여당은 국가전략산업을 육성해야 하기 때문에 필수적으로 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나 야당은 세수 감소에 따른 대책 없이 세재지원에 나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기업을 위한 특혜라는 지적이 따랐다.

게다가 여야가 이재명 대표(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에 앞서 강대강 구도를 형성함에 따라 2월 임시국회 역시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그나마 이날 국회 첨단전략산업특별위원회가 정식 가동되면서 논의가 보다 가속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유의동 의원(국민의힘)을 특위 위원장으로 국민의힘 7명, 민주당 10명, 비교섭단체 1명으로 구성됐다. 소속 의원들이 첨단전략산업을 이끌고 있는 지역의 의원들로 구성돼 유의미한 성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특위 자체가 상임위와는 달리 법안 상정 및 통과에 대한 직접적인 권한이 없어 미풍에 그칠까 우려된다.

국회 관계자는 “국가첨단전략뿐만 아니라 각 지역의 명운도 함께 걸린만큼 초당적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지만 법안과 관련한 직접적 권한이 없어 유명무실해질 수도 있다”라며, “하지만 관련 상임위에서 특위의 논의 결과를 무턱대고 무시할 수는 없기 때문에 초기 위상을 공고히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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