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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반도체 사망선고…차라리 부결" 삼성 출신 의원의 절규 [K칩스법 후폭풍①]

- 대기업 세액공제 소폭 향상에 반도체 업계 한숨
- 미국·중국·일본·유럽·대만 등 수십~수백조원 투입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민생은 외면하고 정쟁만 일삼던 여야가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 사망선고에 합심했다. 산업계와 학계, 정치권을 포함한 전문가들이 배신감에 분노하고 있다. 나라의 미래를 고사시킨 이번 결정을 역사가 기억할 것이다.”

26일 국민의힘 반도체산업경쟁력강화특별위원장인 양향자 무소속 의원은 이같이 말했다.

양 의원은 약 30년 동안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부에서 근무한 반도체 전문가로 반도체 특별법(K칩스법)을 주도해왔다. 하지만 지난 23일 국회에서 K칩스법의 한 축인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 개정안을 통과시키자 강하게 반발했다.

올해 8월 발의된 조특법에는 반도체 등 국가첨단산업 설비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대기업 6%→20% ▲중견기업 8%→25% ▲중소기업 16%→30%로 향상하는 내용이 담겼다. 미국 중국 일본 유럽 등에서 자국 반도체 생태계 육성을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하면서 국내에서도 반도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공감대 형성된 결과다.

문제는 그동안 제대로 된 논의조차 되지 못한 점이다. 여당은 기획재정부가 세수 감소를 우려한다는 명분으로, 야당은 대기업 특혜라는 이유로 협상에 미온적이었기 때문이다.

12월이 돼서야 한 줄기 희망이 생기는 듯했다. 지난 15일 국회 산업통상자원특허소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회의를 열고 K칩스법 또 다른 한 축인 국가첨단전략산업 경쟁력 강화 및 보호에 관한 특별조치법(국가첨단전략산업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것. 수도권 내 대학의 계약학과·이공계학과 정원 조정 등 일부 조항이 제외되기는 했으나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이제 남은 건 조특법. 야당은 재벌 특혜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으면서 대기업 10% 중견기업 15% 중소기업 30%로 세액공제율을 설정하자고 주장했다. 기재부의 반대는 더욱 컸다. 기재부에 따르면 대기업 20% 발효 시 세수 감소가 2023~2024년 연 2조5000억원, 2025년부터 연 5조원 이상 달한다.

결과적으로 기재부 입김이 통하면서 대기업은 8%로 올랐고 중견·중소기업은 기존대로 유지됐다. 대기업의 경우 야당이 내세운 10%보다 낮다.

이에 기재부는 “연구개발(R&D) 투자 기준으로 하면 한국은 이미 40% 수준”이라며 “기본공제 8%에 내년에 한시적으로 적용될 투자 증가분 새엑공제율(10%)을 더하면 18%까지 혜택을 주어진다”고 반박했다.

기재부 설명에도 업계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이어진다. 양 의원은 “8%는 전진이 아니라 후진이다. 차라리 부결시키자는 의견도 나온다”고 역설했다. 반도체 투자 세액공제에 대한 글로벌 스탠다드인 25%에 한참 못 미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유환익 전국경제인연합회 산업본부장은 “시설투자 세액공제율 상향은 한국이 미래산업 주도권을 확보하고 산업 및 기업 성장을 통해 지속 세수를 늘릴 수 있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국회와 정부가 단기적 세수 감소 효과에 매몰된 것 아닌지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이창한 한국반도체산업협회 부회장은 “각국이 패권을 다툴 정도로 반도체는 전략적 가치가 있는데 경쟁국 대비 혜택이 적다. 장기적으로 국가 경쟁력 손실을 초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장비업체 관계자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대한 지원이 확대되고 투자가 늘면 혜택은 협력사로도 이어진다. 대기업 특혜라기보다는 반도체 산업 전반을 살릴 방법인데 단편적으로 해석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한편 미국은 반도체 분야에 520억달러를 투입하면서 자국 투자 기업에 25% 세액공제 혜택을 주기로 했다. 반도체 굴기가 시급한 중국은 2025년까지 187조원을 쏟아붓기로 했다. 일본과 유럽연합(EU)은 영내 반도체 공장 유치를 위해 대규모 지원책을 마련한 상태다. 대만 역시 R&D 세액공제를 15%에서 25% 높이고 설비구매 시 5% 추가 공제를 부여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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