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인터넷

英-美 네티즌, '피지컬 100'에 열광하는 숨은 코드는? [e라이프]


[디지털데일리 양원모 기자] MBC가 제작한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예능 '피지컬 100'이 영미권 시청자들 사이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특히 현지 최대 온라인 커뮤니티인 레딧(Reddit)에 시청 소감을 공유하는 전용 게시판까지 만들질 정도다.

인기에 힘입어 피지컬 100은 최근 넷플릭스 TV 프로그램 부문 세계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한국 예능으로 첫 기록이다.

영미권 네티즌들은 피지컬 100의 매력으로 크게 세 가지를 꼽는다. ▲배경 설명 최소화 ▲공평한 룰 ▲'오징어 게임'을 연상시키는 연출이다. 구구절절한 사연 없이 '신체 능력'으로만 승패를 가르는 방식이 그간 영국·미국 예능에서 볼 수 없던 '날것'의 재미를 선사하면서, 진한 스포츠맨십에서 우러나는 감동까지 탑재했다는 것이다.

◆"美 리얼리티 쇼, 뒷이야기 집착... 피지컬 100은 반대"

14일(이하 한국 시각) 레딧에 따르면 이날 '피지컬 100' 서브레딧(Subreddit)의 참가자는 5000여명에 달한다. 레딧은 주제별로 하위 게시판을 생성할 수 있는데, 이를 '서브레딧'이라고 한다. 5000여명은 레딧에 있는 60만개의 하위 게시판 가운데 상위 10% 안에 드는 수치다.

레딧은 성인물을 제외한 모든 게시물을 회원 가입 없이 볼 수 있다. 이에 피지컬 100 서브레딧을 '눈팅'하는 네티즌은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평상시에는 20~30여건의 게시물이 올라오지만, 피지컬 100 에피소드가 방영되는 날에는 배로 늘어난다.

7, 8화가 공개된 14일 피지컬 100 서브레딧에는 경기 결과와 참가자들에 대한 수백건의 게시물이 쏟아졌다. 7, 8화에 대한 토론을 나누는 스레드(글타래)에는 8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네티즌들은 참가자들의 리더십, 끈기, 영리함 등을 칭찬하며 "다음 편이 빨리 보고 싶다", "기다리기 힘들다"는 반응을 보였다.

네티즌들이 입을 모으는 피지컬 100의 특징으로는 배경 설명이 없다는 것. 한 네티즌은 "미국 리얼리티 쇼는 시작하기도 전에 출연자들에게 숨겨진 뒷이야기를 5분 내내 소개하며 시청자를 질리게 한다"며 "(반면) 피지컬 100은 첫 에피소드부터 서로의 몸을 칭찬한 뒤 (바로) 게임을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피지컬 100에는) 미국식 신파로 가득한 멜로 드라마 따위는 없다. 오로지 재미에만 집중한다"며 "사람들은 그냥 출연자들이 경쟁하는 걸 보고 싶어하지, 출연자들에 사연에는 큰 관심이 없다"고 지적했다.

◆성별, 나이 불문... '피지컬' 앞에선 모두 공평하다

지난달 31일 피지컬 100 3, 4회 일부 내용이 선공개된 뒤 국내 온라인에서는 '성희롱' 논란이 제기됐다. 격투기 선수 박형근과 보디빌더 춘리의 일대일 데스 매치 과정에서 박형근이 무릎으로 춘리의 가슴을 눌러 제압하는 장면이 보기 불편했다는 것이다. 당사자 춘리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상금 3억원이 걸렸는데, 남녀가 어딨느냐"는 반응을 보였지만, 논란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다.

반면 영미권 네티즌들은 성별, 연령을 초월한 이같은 경기 방식에 열광하고 있다. 최근 현지에서 논쟁이 치열한 '정치적 올바름(PC)'을 의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치적 올바름은 사회적 약자, 소수자에 대한 차별적 언어 사용 및 활동을 바로잡으려는 운동 또는 철학이다. 이에 대해선 "남성, 백인, 서구 중심의 콘텐츠 기조에서 벗어나 다양성을 보장할 수 있다"와 "창작자 표현의 자유를 위축할 수 있다"는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한 레딧 이용자는 "(성별 간 대결을) 공정하게 만들기 위해 남성과 여성 참가자를 구분하는 룰을 추가하는 것은 프로그램 본질과 동떨어진 행위"라고 지적했다. 상대적 약자인 여성을 배려하는 구성은 "피지컬 최강자를 가리겠다"는 프로그램 의도를 벗어나는 행위라는 것이다.

또 다른 이용자는 "오히려 상대적 약자의 존재와 (남성 대 여성 같은) 불공정한 대결이 프로그램에 흥분과 드라마를 더한다"고 분석했다.

참가자들 간 존중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 레딧 이용자는 "만약 미국에서 피지컬 100이 리메이크된다면 한국판 참가자들이 보여주는 존중과 배려는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며 "(미국 리얼리티 쇼와 달리) 피지컬100에서는 과도하게 어그로를 끌거나, 예의 없거나, 시종일관 화가 나 있는 참가자를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최후의 1인'이 상금 차지... "오징어 게임 떠올라"

일각에선 넷플릭스 TV 프로그램 역대 시청 가구 수, 시청 시간 1위 기록을 갈아치운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떠오른다는 반응도 나온다. 단계마다 탈락자가 발생하고 '최후의 1인'이 모든 상금을 가져가며 대결 방식 외 정해진 규칙이 없는 등 오징어 게임 속 설정과 비슷한 부분이 많다는 것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지난 2일(현지 시각) '오징어 게임이 글래디에이터를 만났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디스토피아 스릴러에 나올 것 같은 초인간적 출연진이 잔혹한 미션을 수행하는 내용인데도 매력적이고, 사랑스럽다"며 "출연진은 근육 칭찬에 수줍어하고, 서로를 계속 응원하고 띄워준다"고 평가했다.

인터넷 영화, 드라마 데이터베이스 IMDB에서도 비슷한 목소리가 잇따랐다. 한 IMDB 이용자는 "훌륭한 소품과 디자인을 갖춘 세트에 100명의 참가자가 있다. 좋아하는 참가자 한 명을 꼽기가 어려울 정도"라며 "마치 '오징어 게임'과 스티브 오스틴의 '브로큰 스컬 챌린지'를 합친 것 같다"고 평가했다. 브로큰 스컬 챌린지는 미국의 전설적인 레슬러 스티브 오스틴이 진행하는 토크쇼다.

총 9부작으로 기획된 피지컬 100은 매주 화요일 오후 5시 새 에피소드가 공개된다. 현재 7, 8편까지 방영된 상태이며 마지막 9회는 오는 21일 공개될 예정이다.
디지털데일리 네이버 메인추가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