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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획⑪] 투자 혹한기, 벤처·플랫폼 기업들이 겨울 나는 법

‘생존’이 화두다. 2023년이 밝았지만 IT산업계를 둘러싼 거시경제지표의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경기쇠퇴’(Recession) 공포를 극복하기 위한 IT기업의 경쟁력 확보는 물론 정부의 과감한 제도적 혁신도 요구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전환’이라는 시대적 담론과 함께 디지털데일리는 2023년 신년기획으로 ‘IT산업, 생존의 경제학’을 주제로 IT산업계의 생존 해법을 다양한 각도에서 분석해본다. <편집자>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코로나19를 계기로 비대면 서비스가 활발해지면서 각종 플랫폼 서비스는 일상생활 곳곳에 필수 존재로 자리 잡았다. 플랫폼 기업 성장 동력은 활발한 투자시장 힘이 컸다. 생활 양식 변화에 따라 다양한 신규 서비스들이 각광 받았고 기업가치가 솟으며 외부 투자유치로 이어졌다. 플랫폼 대다수가 ‘성장 우선’ 전략으로 사용자들을 모으는 데 집중한 이유다.

하지만 최근 전 세계적 인플레이션과 고물가로 인한 수요둔화 흐름은 투자 시장마저 얼어붙게 만들었다. 외부 자금 수혈을 생각하고 공격적으로 신사업을 펼치던 플랫폼 기업들은 갑작스런 상황 변화에 직면했다. 돈줄이 막히자 고성장보단 먼저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물론 성장도 동반하기 위해 숨고르기를 통해 미래 성장 사업도 발굴하고 있다.

◆ 벤처투자·IPO 시장 ‘꽁꽁’…정부 모태펀드 예산도 감소=투자시장 분위기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2022년 3분기 벤처투자 및 펀드 결성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벤처투자 규모는 1조2525억원으로 전년대비 40% 줄었다. 같은해 1분기와 비교하면 반토막 수준이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창업자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서도 10명 중 8명이 “투자 시장이 위축됐다”고 답했다.

이같은 투자 혹한기 기조는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연초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대어’로 주목받던 컬리는 최종적으로 상장을 연기했다. 컬리는 “투자심리 위축을 고려해 상장을 연기하기로 했다”며 “상장은 향후 기업가치를 온전히 평가받을 수 있는 최적 시점에 재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거래서 규정 완화와 김슬아 대표 낮은 지분에 대한 약점 보완도 마련했지만 시장 상황이 발목을 잡았다.

IPO를 추진하던 기업들의 연이은 상장 철회는 지난해부터 이어진다. SSG닷컴은 예비심사청구서 제출 전 연기를 결정했고, 원스토어·밀리의서재·골프존커머스·라이온하트스튜디오 등이 기대했던 수준의 기업가치를 평가받지 못하자 상장 계획을 접었다. 기관 수요예측 결과가 기대 이하여서 공모가를 내리는 경우도 많았고, 상장 후 주가가 공모가를 밑돌아 난색을 겪는 기업도 있었다.

스타트업에선 투자유치에 실패한 사례들도 눈에 띄었다. 종합 유통물류를 꿈꾸던 메쉬코리아는 2021년 7월 1500억원 규모 시리즈E 투자까지 받았지만 이후 투자 유치를 하지 못하고 자금난을 겪고 있다. 만나플래닛도 현대자동차 투자유치를 기대하다 끝내 고배를 마셨다. 이에 더해 투자 시장 마중물 역할을 하는 정부 모태펀드 예산은 전년대비 40% 가량 줄었다.

◆ “투자 없이 생존”…플랫폼 업계, 자생력 키우기 돌입=물론 투자 혹한기 플랫폼 기업들에 어두운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명품 플랫폼 발란과 트렌비는 지난해 각각 250억원 규모 시리즈C, 350억원 규모 시리즈D 투자유치에 성공했다. 그간 스타트업 기반 플랫폼사들은 파격적인 마케팅과 프로모션으로 인지도를 높이고 사용자를 끌어모으는 데 우선순위를 뒀다.

반면 최근 벤처 스타트업계 전반의 관심은 ‘수익성’으로 모아진다. 먼저는 영업이익을 낼 수 있는 사업모델에 집중한다는 의미다. 쏘카는 지난해 상장 후 한 달만에 주가가 공모가 이하로 하락하긴 했지만 연간 영업이익 흑자 전망이 나오면서 주가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회사가 수익성 집중 전략으로 선회하자 투자자들이 반응한 셈이다.

오아시스마켓과 11번가는 현재까지 IPO 추진 계획에 변동이 없다는 입장이다. 오아시스마켓은 지난달 29일 코스닥 상장 예비심사 승인을 받아 올해 상반기 중 절차를 마무리해야 한다. 오아시스 측은 “성장하려면 어쨌든 상장이란 과정은 필요하고, 준비됐을 때 추진하자는 기조”라며 “시기는 좋지 않지만 거래소와 주간사 등과 지속 협의해 상장하는 게 목표”라고 전했다.

IPO 계획을 취소했거나 연기한 기업들도 시장 상황이 나아지고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을 때 재추진 할 것을 계획 중이다. 그전까진 자체 경쟁력 확보와 내실 다지기에 힘쓴다. 올해 하반기 상장을 계획 중인 11번가는 직매입 중심 ‘슈팅배송’, 라이브커머스, 마이데이터 사업 등 차별화된 경쟁력을 위해 지난달 초 각자대표로 안정은 대표를 선임했다.

상장을 무기한 연기한 컬리도 최근 신설한 ‘뷰티컬리’ 육성과 신규 물류센터 가동을 통한 새벽배송 권역 확대에 힘쓸 것으로 보인다. 특히 뷰티 상품은 신선식품에 비해 객단가와 마진율이 높아 매출과 영업이익을 모두 잡는 데 유리할 수 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을 목표로 한 야놀자도 해외 여행사업 공략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벤처 스타트업들에겐 네이버와 카카오 같은 빅테크 기업 투자도 한줄기 희망이다. 양사는 기술력 갖춘 스타트업에 꾸준한 투자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네이버 D2SF는 지난해 총 26건, 약 167억원 규모 투자를 집행했는데, 이는 예년도와 유사한 수준이다. 카카오벤처스는 총 43개 스타트업에 500억원 규모 신규 및 후속 투자를 진행했다.

물론 벤처 스타트업 기업들은 단기적으론 몸집 불리기보다 현금 유동성 확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언제 투자유치가 될지 모르는 데다, 향후 투자자들에게 투자를 받기 위해서라도 탄탄한기업임을 숫자로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먼저는 인건비와 신사업 투자를 줄이는 추세다. 고연봉을 부르며 개발자 유치 경쟁을 벌이던 분위기는 한층 가라앉았고 그 외 직무에 있어선 채용 규모를 축소하고 있다.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는 “기존엔 퇴사자가 있으면 신규채용을 진행했는데, 요즘 분위기는 퇴사자가 있어도 이를 충원하지 않는 추세”라며 “투자자들도 이 기업이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유지할 수 있는 기업인지를 확인하려다 보니, 추가 투자를 받기 위해선 인건비와 신사업 투자를 줄이고 순차적으로 복지를 줄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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