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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구현모 대표 향한 정치권 칼날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KT 대표이사 연임에 도전 중인 구현모 대표를 향해 정치권이 칼을 빼들었다. KT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에 이어 여권에서도 노골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대표이사 선임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지만, 낙하산 인사를 내려보내기 위한 ‘KT 흔들기’가 아니냐는 우려섞인 시각도 나오고 있다.

10일 KT에 따르면 KT 이사회는 지난해 12월28일 구현모 대표를 차기 대표이사 단독 후보로 결정했다. KT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는 구 대표에 대해 올해 사상 처음으로 서비스 매출 16조원을 넘길 것으로 전망되는 점과 기업가치를 높인 점, 디지코(DIGICO·디지털플랫폼기업)로의 성공적 전환을 이룬 점을 높이 평가했다.

그러나 외부 일각에선 KT 이사회의 결정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KT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대표적이다. 국민연금은 KT 이사회가 구 대표를 최종 후보로 지목한 당일 저녁 보도자료를 내고, 이 결정이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는 경선의 기본원칙에 부합하지 못했다”고 평가절하했다.

국민연금은 또한 “앞으로 의결권 행사 등 과정에서 이러한 사항을 충분히 고려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다가올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구 대표 선임에 반대표를 던지겠다는 얘기다. 국민연금은 KT 지분 9.99%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최근 KT 주식을 처분하면서 지분율이 10% 아래로 떨어진 것이긴 하지만, 여전히 상당한 의결권을 갖고 있다.

다만 국민연금이 주총에서 반대표를 던진다 해도 이론적으로 구 대표의 연임은 충분히 가능하다. KT와 올해 두 차례에 걸쳐 혈맹을 맺은 현대자동차(7.79%)와 신한은행(5.48%) 등 우호지분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원칙적으로는 이들 기업이 KT 기업가치 제고에 공헌을 한 구 대표를 반대할 이유는 많지 않다.

문제는 국민연금의 이러한 행보가 정치권의 시그널일 수 있다는 점이다. 과거 정부에서처럼 KT에 낙하산 인사를 내려보내기 위해 국민연금이 앞장서 여지를 만드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다. KT는 정부 지분이 한 주도 없는 민영기업이지만, 태생이 공기업이었던 탓에 CEO 교체 때마다 이런저런 잡음을 피할 수 없었다.

실제 여권에서는 본격적으로 KT를 겨냥한 얘기들이 오가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린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KT 차기 대표 선정 과정을 ‘밀실 담합’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KT는 대표 후보 선정 과정을 국민들께 투명하게 공개하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비록 KT 우호지분으로 분류되는 현대차나 신한은행이라 할지라도, 이러한 정치권 내 여론과 정부 의지를 의식해 태세를 바꿀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KT 대표 선임 절차에 반기를 든 국민연금은 현대차(7.64%)와 현대모비스(9.33%)의 2대 주주이자 신한금융지주(8.22%)의 최대 주주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야권에서 여권의 개입을 견제할 구석은 많지 않다. 실제 KT 이사회가 대표 후보 선임 절차에 있어 ‘깜깜이’ 심사를 했다는 비판 자체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KT 이사회는 구 대표의 제안에 따라 추가 후보군과 함께 경쟁을 통한 재심사를 진행했지만, 과정에서 후보군과 심사 기준 및 절차를 공개하지 않았다.

야당 측 관계자는 “정부가 국민연금을 통해 KT 인사에 개입하고 민간기업을 정부가 조종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할 수도 있다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면서도 “차라리 구현모 대표가 투명하고 공개된 절차에 따라 경선했더라면 더 당당하게 나갈 수 있고 정권의 개입을 여론적으로 비판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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