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5G 28㎓ 대역 주파수 할당 취소를 앞두고 있는 KT와 LG유플러스가 기존 28㎓ 서비스를 3.5㎓ 대역으로 대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사실상 28㎓ 투자에 손을 놓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취소된 주파수는 추후 다시 할당이 가능하지만, 이들 사업자가 할당 의지를 보일지는 미지수다.
2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김영식 의원실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28㎓ 주파수 할당 취소 처분을 받은 KT와 LG유플러스는 이에 따른 영향을 묻는 질의에 “3.5㎓ 대역으로 대체해 서비스에 차질이 없도록 할 것”이라며 “영향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과기정통부는 KT와 LG유플러스에 할당했던 28㎓ 주파수를 전격 회수하기로 했다. 28㎓ 구축 이행 실적·계획 심사에서 점수가 미달됐다는 이유에서다. 한마디로 두 사업자가 28㎓ 투자를 게을리 했고, 앞으로의 구축 의지도 보이지 않았다는 뜻이다. SK텔레콤은 턱걸이 점수로 주파수 이용 기간 단축 처분에 그쳤다.
당시 이 같은 결정에 대해 KT는 “5G 공공망 및 지하철 와이파이 구축을 위해 정부와 지속 협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LG유플러스는 “할당이 취소되면 공공 와이파이, 지하철 와이파이, 스포츠 경기장, 공공기관 등에 이미 제공 중인 28㎓ 서비스의 중단으로 고객 피해가 예상된다”는 우려를 전한 바 있다.
하지만 이들 통신사는 내심 28㎓ 주파수 취소를 반기고 있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28㎓ 주파수는 전파 도달거리가 짧고 장애물을 피하는 회절성이 약해 훨씬 촘촘하게 기지국을 깔아야 하는데, 이는 어마어마한 투자 비용을 수반한다. 그에 반해 28㎓를 활용한 수익모델은 거의 없어서, 통신사들은 애당초 투자에 소극적이었다.
KT와 LG유플러스가 28㎓ 서비스를 3.5㎓ 대역으로 대체할 계획을 밝히며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으로 판단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여진다. 다만 지하철 와이파이 사업의 경우 아직은 정부 아량에 기대고 있다. 지하철에 한해 28㎓ 구축을 완료하고 서비스 운용까지 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정책적 지원을 해주기를 바라는 입장이다.
과기정통부는 지난 5일 비공개로 28㎓ 주파수 청문회를 열고 각사 입장을 청취했다. 이후 과기정통부는 추가 논의 과정을 거쳐 이달 내 최종 결정을 내릴 계획이다. 각 통신사들은 말을 아끼고 있지만, 기존 주파수 취소 결정이 뒤엎어질 가능성은 적다. 처음부터 통신사들의 28㎓ 사업 의지가 강하지 않았던 탓이다.
또한 과기정통부는 취소된 주파수 두 개 가운데 하나를 통신사가 아닌 신규 사업자에 할당하겠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실제 수요가 있을 가능성은 낮다. KT와 LG유플러스 역시 남은 하나를 두고 경쟁을 해야 하는데,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현행 서비스들이 3.5㎓ 대역으로 대체되면서 28㎓ 대역은 추가 수요가 없을 수도 있다.
한편, 김영식 의원실이 과기정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1월30일까지 통신3사가 구축한 28㎓ 기지국 수(준공완료 기준)는 각각 SK텔레콤 640개, KT 621개, LG유플러스 842대에 그친다. 정부가 28㎓ 지하철 와이파이 공동 구축 수량을 개별사 설치 건으로 인정해주는 편의를 봐줬는데도 당초 목표에는 크게 못 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