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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발자국] 달콤한 ‘한 방울’의 유혹…1880년대 시작된 커피 머신

<출처=위키피디아>
<출처=위키피디아>

그동안 다양한 전자제품이 우리 곁에서 회자정리 거자필반(會者定離 去者必返)을 반복했습니다. 모두에게 사랑받던 기기가 어느 순간 사라지거나 오랜 세월이 지난 뒤 부활하기도 했습니다. <디지털데일리>는 그 이유를 격주 금요일마다 전달하려고 합니다. <편집자주>

[디지털데일리 백승은 기자] 때로는 한 잔의 물보다 한 잔의 커피가 간절하게 마시고 싶어지기도 하죠. 커피는 단순히 목을 축이거나 졸음을 쫓는 용도보다는 ‘와인 애호가’의 영역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포도의 품종과 숙성 방식을 고려하며 와인 맛을 보는 것처럼, 커피 원두 종류와 추출 방법 등을 따져 가며 세심하게 맛을 구별하는 커피 애호가가 속속 등장하고 있는데요.

오늘날 마시는 커피의 가장 기본적인 형태는 에스프레소 샷에 물이나 우유를 넣어 완성됩니다. 그런데 에스프레소(Espresso)라는 단어가 빠르다(Express)라는 말에서 비롯됐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단어의 어원처럼 에스프레소는 에스프레소 머신에서 빠르게 가열 및 압력 과정을 거쳐 만들어집니다. 가장 먼저 특허를 취득한 건 1884년 이탈리아의 안젤로 모리온도라는 사람이었는데요.

모리온도의 기기는 물과 증기를 각각 제어하고, 일정한 압력을 줘 물을 커피 가루에 통과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다만 특허를 얻고 지역 박람회에 출품하는 데 그쳤을 뿐, 보급으로 이루어지지는 않았습니다.


<출처=위키피디아>
<출처=위키피디아>

모리온도가 내놓은 특허 제목은 ‘커피 음료의 경제적이고 즉각적인 제조를 위한 새로운 증기 기계(New steam machinery for the economic and instantaneous confection of coffee beverage, method ‘A. Moriondo’)였습니다.

‘에스프레소 머신’이라고 간편하게 이름 짓는 지금과는 달리 특허의 제목이 다소 직관적인데요. 에스프레소라는 단어가 없을뿐더러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개념의 기계를 설명하다 보니 이처럼 긴 제목이 탄생한 것으로 추측됩니다.

에스프레소라는 단어가 등장한 것은 20세기에 이르러서입니다. 1901년 이탈리아의 루이지 베제라는 추출 시간을 크게 단축한 에스프레소 기계를 개발했고, 이후 데리오 파보니라는 사업가가 그 특허를 이어받아 사업을 시작했는데요. 1906년 밀라노 박람회에서 ‘Cafeé espresso’라는 이름의 에스프레소 머선을 선보였습니다. 이 기계는 큰 인기를 얻으며 빠르게 대중화되기 시작합니다.

이후 1933년 오늘날까지 사랑받는 커피 기업인 일리가 등장하죠. 일리는 첫 자동 에스프레소 기계인 ‘일레타’를 세계에서 처음으로 내놨습니다. 또 1946년 아킬레 가찌아가 레버 방식의 에스프레소 머신을 선보이며 커피를 추출하는 기술은 점점 발전해 나갔는데요.

그렇지만 가정용 에스프레소 머신의 발전 속도는 상대적으로 더뎠습니다.

1950년대부터 단일 추출구를 가진 에스프레소 머신이 가정용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는데요. 커피 전문점에서 활용하는 큰 에스프레소 머신에서 헤드 하나만 똑 떼 놓은 모양이었습니다. 이후로도 작은 레버를 갖춘 가정용 에스프레소 머신이 등장하기도 했지만 크게 호응을 얻지는 못했습니다.

1970년대에 커피 모터펌프 업체인 율카(Ulka)가 가정용에 적합한 소형 진동 펌프를 개발하며 좀 더 편리한 가정용 에스프레소 머신이 보급화가 이루어졌습니다. 아직도 대부분 가정용 에스프레소 머신에는 이 소형 진동 펌프가 탑재돼 있죠. 최근 국내에서도 가정용 에스프레소 머신이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죠. 국내 정수기 회사들이 가정용 정수기에 커피 기능을 추가할 정도로 한국의 커피 사랑이 대단해졌습니다.

이제 어딜 가도 커피를 만나볼 수 있죠. 길거리를 걷다 보면 한 집 건너 한 집이 카페처럼 보이기도 하는데요. 무심코 지나치는 한 잔일지라도, 19세기 이탈리아에서 건너온 에스프레소 머신의 기나긴 여정에 대해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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