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렌비, 내년 1분기 영업이익 15억원 예상 - 비용 효율화·사업다각화로 흑자기업 전환 - 가품 검증 시스템 유료화 모델 통해 투자 의존도↓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트렌비가 내년 1분기 흑자전환을 눈앞에 두고 있다. 올해 적극적으로 체질개선을 한 결과다. 명품 플랫폼이 코로나19 계기로 급성장했지만 적자가 함께 증가했다는 시장 우려를 트렌비가 가장 먼저 타파했다. 오히려 내년부턴 투자 의존도를 줄여 자생할 수 있는 역량을 본격적으로 갖추게 된다.
명품 플랫폼 시장은 경쟁적으로 톱스타급 연예인을 광고모델로 기용하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지속하면서 빠르게 성장했다. 대중 인지도는 높아지고 거래액은 급증했지만 그만큼 적자 규모도 커졌다. 사실 트렌비도 그 대상이 되는 기업 중 한 곳이다. 명품 가품 논란과 높은 가격, 오픈런을 두고 “트렌비, 보고만 있을거야?”라고 일갈하는 듯한 배우 김희애 모습은, 대중에 트렌비를 인식시키는 데 큰 몫을 했다.
트렌비가 다른 플랫폼들과 차별화된 지점은 늘어난 적자폭을 빠르게 해결했다는 점이다. 트렌비 영업손실은 지난해 4분기만해도 150억원이었다. 올해 4분기엔 10배가 줄어든 15억원, 내년 1분기엔 흑자전환해 영업이익 15억원을 전망하고 있다.
이와 관련 <디지털데일리>는 지난 21일 트렌비 박경훈 대표를 만나 수익성 제고 전략과 청사진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박경훈 대표는 2017년 트렌비를 만든 후 5년 사이 온라인 명품 플랫폼을 바라보는 주변 시선이 크게 바뀌었음을 체감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설립 초기 분위기는 명품을 어떻게 온라인에서 구매하냐며 투자자 문전박대를 받던 시기였다”며 “2019년에도 IR을 다녀보면 트렌비 상품이 정품인지 의심하고, 지표를 보고도 의아하단 반응이었지만, 5년새 구매계층이 많이 확산됐다”고 전했다.
매출과 적자의 동시 확대, 대다수 이커머스 업체들이 겪는 딜레마를 트렌비가 벗어날 수 있었던 그 시작은 방향성 재정립에 있었다. 박경훈 트렌비 대표는 거래액 성장만 외치던 목표에서 판매이익(Gross Profit)이라는 새 목표를 전사에 공유했다. 10개월간 전사적으로 ‘어떻게 수익을 낼 것인지’에 대한 방향을 세우고 조직을 정비, 마케팅 비용은 줄이고 판매율이 높은 사업에 집중했다.
트렌비는 지난해 마케팅 비용을 거래액 대비 15%나 사용했다. 작년 거래액 3000억원을 고려하면 약 450억원이 마케팅 비용이었던 것. 반면 올해 4분기는 거래액 대비 3%도 채 쓰지 않았다. TV광고나 쿠폰 발행 등을 효율화하며 비용 규모를 5배 줄인 셈이다.
마케팅을 급격히 줄였을 때 고객 이탈이 우려되진 않았을까. 박 대표는 “기존엔 3년 뒤 턴어라운드(흑자전환) 할 수 있는 사업에 집중했다면 올해 방향을 바꿔 당장 6개월 뒤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에 집중했다”며 “인지도가 충분히 쌓였기 때문에 프로모션을 줄인다고 거래액이 떨어지진 않았다. 트렌비 고객 재구매율은 42.6%에 달한다”고 답했다.
거래액 확대엔 트렌비 리셀·중고거래 서비스가 크게 기여했다. 트렌비는 2020년 리셀 상품을 판매자에게 받아 대신 판매하는 방식에 더해 올해 4월 개인이 직접 사진을 올리고 거래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처음 중고거래를 키우기 위해선 마케팅을 많이 투자할 수밖에 없었지만, 이젠 그런 투자 없이 고객이 상품을 위탁하거나 직접 거래하는 플랫폼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물론 이런 성공적인 수익성 제고 전략 뒤엔 트렌비가 이미 공헌이익이 높다는 전제가 깔려있었다. 공헌이익은 매출액에서 변동비를 차감한 금액인데, 공헌이익률이 높을수록 고정비 회수·순이익 증가에 기여하는 정도가 크다는 의미다. 트렌비가 판매하는 명품은 단가가 높기 때문에 물류·패킹·부자재 등 비용이 다른 카테고리에 비해 적게 들어간다는 점이 유리했다.
단순히 먼저 사용자를 모은 후 수익모델을 창출하려는 구조가 아니었다는 의미다. 트렌비에 따르면 2017~2018년 당시 연결재무제표에선 변동비 등을 제외한 순수 공헌이익이 약 10% 정도였다. 지난 2019~2021년간 고객을 모으고 이름을 알리기 위해 5% 정도 판매이익을 포기했지만, 높은 공헌이익이라는 기초체력 덕에 흑자전환 시기를 단축할 수 있었다.
비용 절감과 신사업 확대는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시장 상황에도 불구 트렌비가 350억원 규모 시리즈D 투자유치로 이어졌다. 이는 트렌비 서비스 출시 5년만에 받은 가장 큰 규모다.
박 대표는 “연초에 해외투자자들에게 유치를 하려다 경기가 급격히 안좋아지면서 국내 투자자 위주로 IR을 진행했다”며 “흑자전환이 될 수 있다는 수치를 만들어 증명하고, 영업이익이 가시권에 들어오니 투자자들이 투자하는게 의미있겠다고 생각한 것 같다. 적자로 계속 흘러가는 상황이었다면 투자가 어려웠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주력 상품이 명품이라는 점, 개인간거래(C2C) 영역을 확장하는 데 있어 꼭 갖춰야 할 요인은 가품 검증 시스템이다. 박 대표는 트렌비 가장 큰 목표로 ‘전상품 검수’를 꼽았다. 그는 “기업은 이익을 내기 위함보다, 고객 불편을 해결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며 “명품 플랫폼 온라인 판매 가장 큰 불편함은 가품 문제라 보고, 배송 전에 모든 상품을 검수해야 한다고 생각해왔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트렌비는 이달 초 ‘한국정품감정센터’라는 별도 법인을 설립했다. 고객 신뢰도를 높임과 동시에 감정을 새로운 수익원으로 키우려는 목적이다. C2C 영역과 한국정품감정센터 모두 기업간거래(B2B) 제휴 요청이 많은 상황이다.
먼저는 대기업과 제휴에서 정품 검수 기술을 유료화할 계획이다. 트렌비는 정품을 검수하는 인력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 대응해 인공지능(AI)·머신러닝을 사용한다. 박경훈 대표가 50여명 개발자 규모를 유지하고, 판매수익 10%를 연구개발(R&D)에 투자하는 이유다. 내년 중엔 일반 소비자가 자체적으로 가품 가능성을 살펴볼 수 있는 솔루션을 선보일 예정이다. 가령 사용자가 10여개 사진을 찍으면 트렌비가 축적한 데이터로 정품과 얼마나 다른지 비교할 수 있다.
박 대표는 “가품 검수를 자동화할 수 있는 솔루션을 만들면 인건비를 줄이고 늦어지는 배송시간을 줄일 수 있다”며 “검수를 위한 글로벌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플랫폼을 위해 2년간 살펴봤고 어느정도 데이터 기반 근거를 보여줄 수 있다면 수익화도 가능하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트렌비는 가품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늦어도 내년 1월엔 전상품 검수를 진행할 예정이다. 박 대표는 가품을 차단하기 위한 솔루션을 만들어 전세계에 배포하고, 소비자에게도 검수 시스템을 통과한 상품만 판매하는 걸 계획하고 있다. 그는 “명품 산업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해가면서 고객 경험과 가치를 높여가고 싶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