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최민지 기자] 콘텐츠 경계가 허물어지고 융합이 가속화되면서 ‘게임’은 지식재산(IP) 다각화 중심축 하나로 자리했다. 인기 웹툰은 게임으로 변하고, 게임사는 영화‧드라마 제작에 참여하고, 엔터테인먼트 기업은 게임사업에 진출한다. 각자 속내는 다르지만, 게임과 콘텐츠 IP간 융합 시너지가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것이라는 기대감은 공통분모다.
국내 대표 게임사 중 한 곳인 넥슨은 고(故) 김정주 창업주가 꿈꿨던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도전하고 있다. 김정주 창업주는 넥슨 IP를 문화 콘텐츠로 발전시켜 ‘월드디즈니’처럼 만들고자 했고, 오웬 마호니 넥슨 대표는 그 꿈을 대신 이루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이와 관련 넥슨은 최근 ‘어벤져스:엔드게임’을 제작한 아그보(AGBO)스튜디오 최대주주에 올랐다. 지난 1월 아그보에 4억달러(한화 약 5372억원)를 투자한 넥슨은 추가로 1억달러(약 1343억원)를 쏟아 49.21% 지분을 확보했다. 아그보는 4개 마블 영화를 감독한 루소 형제가 설립한 회사로, ▲넷플릭스 ▲디즈니+ ▲애플TV+ ▲아마존프라임비디오 ▲로쿠 등과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이뿐 아니라, 넥슨은 국내에서도 장항준 감독과 김은희 작가가 제작 중인 영화 ‘리바운드’에 투자를 결정했다.
컴투스도 종합엔터테인먼트에 발을 내딛었다. 컴투스는 게임을 넘어 영화, 드라마, 공연 K-팝, 웹툰, 웹소설 등 다양한 콘텐츠를 글로벌 시장에 선보이는 ‘K-콘텐츠 투 글로벌’ 비전을 내세웠다. 이와 관련 컴투스는 지난 1일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 주식 99만여주를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약 4.2%에 달하는 지분규모다. 컴투스는 콘텐츠 글로벌 시장 확대와 블록체인‧메타버스 협업을 기대하고 있다. 또한 컴투스는 기획사이자 제작사인 이미지나인컴즈를 주축으로 다양한 장르 글로벌 흥행 IP를 만들 빅스튜디오 체제 구축을 위해 ‘에이투지엔터테인먼트’를 출범시키기도 했다.
콘텐츠 투자 성과는 컴투스 실적과도 연관된다.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이 방영 첫 주 동시간대 최고 10.8% 시청률을 기록하자, 컴투스가 환호한 이유다. 재벌집 막내아들은 컴투스 미디어 콘텐츠 분야 계열사 위지윅스튜디오와 래몽래인이 투자와 제작을 진행했다. 드라마 IP는 제작사인 래몽래인과 JTBC가 소유하고, 위지윅스튜디오가 제작 투자를 진행해 성과를 함께 나누는 구조다. 계열사 하반기 실적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넷마블은 웹툰‧드라마 IP를 게임으로 재탄생시킨다. 넷마블이 지난 20일 폐막한 국제게임전시회 ‘지스타2022’에서 선보인 신작게임 4종 중 2개는 기존 콘텐츠 IP를 기반으로 한다. ‘아스달연대기’는 넷마블과 스튜디오드래곤 첫 번째 합작 프로젝트로, 드라마와 게임이 서로 연결되는 세계관을 보여준다. 이에 드라마 시즌2 방영 일정에 맞춰 내년 하반기 출시될 예정이다.
넷마블 ‘나혼자만레벨업:어라이즈(ARISE)’는 전세계 누적 조회수 142억건을 기록한 글로벌 인기웹툰 ‘나혼자만레벨업’ IP를 활용한 액션 역할수행게임(RPG)다. 이용자는 웹툰 주인공 ‘성진우’가 돼 전투를 하고, 레벨업을 통해 다양한 스킬과 무기로 자신만의 액션 스타일을 만들 수 있다. 원작 핵심 요소인 그림자군단을 육성하고, 강력한 헌터들을 길드원으로 모아가는 부분도 구현했다.
올해 지스타에선 넷마블 신작뿐 아니라 웹툰‧애니메이션‧드라마 IP 등을 활용한 여러 게임을 볼 수 있었다. 세가는 일본뿐 아니라 전세계에서 흥행한 인기 애니메이션 ‘귀멸의칼날’ IP를 활용한 게임 ‘귀멸의칼날 히노카미 혈풍담’을 전시하고, 이키나게임즈는 네이버웹툰 원작 ‘지금우리학교는’ 게임을 선보였다. 지금우리학교는 게임은 스토리 중심 비주얼 노벨로, 선택에 따라 이야기 전개가 달라진다. 내년 PC 스팀 및 닌텐도 스위치를 통해 출시될 계획이다.
엔터테인먼트 기업이 게임사업에 도전장을 던지는 경우도 있다. 하이브 방시혁 의장은 부산 벡스코 지스타2022 현장을 찾아 게임사업에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게임사업을 총괄하는 하이브IM은 플린트 신작 ‘별이되어라2:베다의기사들’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했다. 플린트는 제2전시장 최대규모인 100부스에 전시공간을 마련해, 별이되어라2:베다의기사들 시연회를 실시하기도 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게임을 둘러싼 외연 확장 움직임과 관련해 ”최근 콘텐츠 소비 유형을 보면, 게임을 하는 이용자가 넷플릭스를 시청하거나 웹툰을 즐긴다“며 ”과거엔 게임 이용자는 여가시간 때 게임만 했다면, 이제는 모바일 시대로 변화하면서 다양한 여가 방식을 선택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나의 IP 팬이 되면, 파생된 콘텐츠를 즐기려는 의지도 과거보다 많아졌다. 즉, 한 IP가 성공하면 이를 기반한 다른 콘텐츠로 팬덤이 옮겨가기 때문에, 기존보다 우위에서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며 ”엔터테인먼트 전반 IP를 공유하고, 팬덤과 고객 층을 확장하려는 전략“이라고 강조했다.